'정인이법' 첫 적용, 남해 의붓딸 때려 숨지게 한 계모 징역 30년
입력: 2022.01.13 12:11 / 수정: 2022.01.13 12:11
(사)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가 13일 창원지법 진주지원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진주=이경구 기자
(사)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가 13일 창원지법 진주지원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진주=이경구 기자

재판부 "A씨, 피해자 단기간 5kg 빠지는 등 학대행위로 사망 가능성 알고 있어"

[더팩트ㅣ진주=강보금 기자] "피고인을 징역 30년에 처한다. 40시간의 아동학대 프로그램 이수와 10년 간 아동 및 청소년 시설 취업 제한을 명령한다."

경남 남해에서 10대 의붓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계모 A(41)씨가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고요하던 재판장은 A씨에 대한 선고가 떨어지자 울분이 섞인 울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피고인 A씨는 첫 재판 때와는 달리 담담한 모습으로 선고를 들었다.

창원지법 진주지원 제1형사부(정성호, 이지희, 이아영 판사)는 13일 오전 10시 아동학대방지법 위반, 아동학대살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또 A씨에 대해 40시간의 아동학대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시설 취업제한 10년을 명령했다.

A씨는 2020년 8월부터 지난해 6월 17일까지 의붓딸인 B(13)양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습적인 폭력을 행사해 왔다.

지난 6월 22일 오후 8시쯤에는 남해의 한 거주지에서 1~2시간 정도 B양을 폭행한 뒤 상태가 좋지 않자 방에 들어가 쉬게 했다.

이후 B양의 상태가 더욱 나빠지는 것을 보고 이날 밤 12시쯤 남편에게 연락을 취했다.

당시 별거 중이던 남편은 2시간 정도 뒤인 새벽 2시쯤 집에 도착해 의식이 없는 딸의 상태를 살핀 후, 새벽 4시 16분쯤 신고하고 인근 병원으로 B양을 옮겼다. 하지만 B양은 끝내 안타까운 목숨을 잃고 말았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상습적인 학대를 당해 온 B양은 당시 키 150㎝ 가량에 몸무게가 36㎏ 밖에 나가지 않아 일반 또래보다 왜소했다. 더구나 사망에 이르기 얼마 전에는 단기간에 급격히 5㎏의 체중이 감소하는 등 큰 고통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은 별거 중인 남편과의 불화로 인한 화풀이 대상으로 피해자를 폭행하고, 살인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조사 증거에 따르면, 스트레스를 받는 등의 일이 있으면 피해자의 머리를 쥐어 박고 몸을 밀치는 등 화풀이 대상으로 분노를 표출했고 오랜기간 몸 상태가 좋지 않았음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사 과정에서 A씨는 "(피해자를 때린) 피해의 강도가 심했던 것 같다"거나 "강도 10 중에 7~8정도의 강도로 피해자를 밟은 것 같다"고 진술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망 전 복통을 호소하며 수차례 학교에서 조퇴하는 상황에서 병원 진료를 보고, 피해자의 배가 부풀어 오르거나 열이 나는 증상들을 인터넷에 검색한 정황이 밝혀졌다"며 "이를 알고도 피해자를 상습 폭행한 사실은 학대행위로 피해자가 사망할 위험성을 충분히 알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모든 아동은 완전하고 조화로운 인격 발달을 위해 안정된 가정에서 자랄 권리가 있고 모든 폭력과 학대에서 보호받아야 한다. 신체적·정서적으로 방어가 힘든 아동에 대한 범죄는 장차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데 악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범죄이며, 이러한 아동학대의 심각성에 대해 우리 사회는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며 "피고인은 피해자를 화풀이 대상으로 삼아 장기 파열 등 심각한 피해를 입혔으며, 사건 당일까지 학대하고 살해했다. 범행 경위와 방법 등이 정상적 범위를 벗어나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아동학대범죄처벌 특례법 개정안인 일명 정인이법이 첫 적용된 남해 의붓딸 학대 살해 사건의 피고인 A씨가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더팩트DB
'아동학대범죄처벌 특례법 개정안'인 일명 '정인이법'이 첫 적용된 남해 의붓딸 학대 살해 사건의 피고인 A씨가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더팩트DB

특히 이날 정성호 판사는 "피해아동은 2번에 걸친 부모의 이혼으로 불안한 삶을 영위하며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채 공포와 슬픔을 겪다 숨졌다. 이는 피고인에게 양육 등을 모두 미룬 남편의 잘못되 크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아동학대범죄처벌 특례법 개정안'인 일명 '정인이법'을 첫 적용해 A씨를 기소했다. 정인이법은 아동을 학대하고 살해한 경우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이에 (사)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는 "'정인이법' 첫 적용 사건인 이번 사건이 선례가 될 수 있는데 1심에서 징역 30년이라는 선고가 내려져 앞으로 아동학대 관련 사건에 대한 판결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 대표는 "피해아동이 당한 고통과 처참한 삶의 대가 치고는 적은 것 같다. 1심이기에 항소심이 남아 있지만, 피해자와 유족, 국민의 입장에서는 너무 적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우리 협회는 피켓팅과 진정서 제출 등 계속 시위에 임하며 아동학대의 처참한 현실을 알려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A씨는 2018년 10월 양육 중인 의붓아들(9)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플라스틱 장난감으로 머리를 때려 두피에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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