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못해 산다"…생활고에 8살 아들 살해한 40대 항소심서 감형
입력: 2022.01.06 13:56 / 수정: 2022.01.06 13:56
지난 2020년 양산의 한 아파트에서 생활고와 우울증을 이유로 8살 아들을 살해한 40대가 항소심에서 감형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픽사베이
지난 2020년 양산의 한 아파트에서 생활고와 우울증을 이유로 8살 아들을 살해한 40대가 항소심에서 감형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픽사베이

재판부 "개인적 불행에 반인륜적 범행 저질러 죄질 매우 나빠"

[더팩트ㅣ양산=강보금 기자] 생활고와 우울증 등을 이유로 자신이 기른 8살 아들을 살해한 40대가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부산고등법원 울산제1형사부(박해빈, 유정우, 이필복 판사)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40대)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해 6월 25일 A씨에 대해 징역 4년 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범행은 자신이 낳아 여덟 살이 되도록 사랑으로 기른 자식의 목숨을 스스로 거둔 것으로, 생각할수록 몹시 참혹해 차마 언급조차 꺼려진다"며 "천륜을 거스른 이 사건 범행의 죄책은 매우 무거우므로 피고인은 응분의 형을 감당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A씨는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원심의 형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항소했다.

A씨는 지난 2012년 결혼해 같은 해 금쪽같은 아들을 출산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2017년 남편과 이혼한 A씨는 남편으로부터 양육비 명목으로 매달 70만원을 받으면서 아들을 홀로 양육했다.

턱없이 부족한 생활비 탓에 구직과 자격증 취득을 준비해 봤지만 그마저도 녹록치 않았다. 이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A씨는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기에 이른다.

A씨는 지난 2020년 12월 6일 오후 1시쯤 양산에 위치한 주거지에서 아들이 다른 가족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나와 같이 우울한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이윽고 A씨는 아들의 한약에 수면제를 탄 뒤 베개로 아들의 머리를 눌러 살해했다. 함께 죽고자 했지만 A씨는 죽지 않았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여러 개인적 불행이 겹치면서 정신적 증세가 극도로 악화되었다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피해자를 보호하고 양육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반인륜적인 범행을 저지른 것은 그 죄질이 매우 무겁고 비난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녀는 부모와 독립된 인격체로서 부모가 동반자살을 시도하면서 자식을 살해하는 행위는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잘못된 관념에서 비롯된 것으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다만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순순히 인정하면서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고 초범인 점, 재범의 가능성도 별로 없어 보이는 점, 피해자를 양육하면서 학대한 정황이 없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한다"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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