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 동천변 야시장 푸드트럭 상인 “문 닫고 싶은 심정”
입력: 2022.01.04 17:48 / 수정: 2022.01.04 17:48
순천만국가정원 주차장인 저류지에서 2km 정도 떨어진 동천변 야시장 푸드트럭 상인들이 불을 환하게 켜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찾아오는 손님은 거의 없어 개시도 못하거나 4~5만원 미만의 매출에 그치고 있어 울상이다. /순천=유홍철 기자
순천만국가정원 주차장인 저류지에서 2km 정도 떨어진 동천변 야시장 푸드트럭 상인들이 불을 환하게 켜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찾아오는 손님은 거의 없어 개시도 못하거나 4~5만원 미만의 매출에 그치고 있어 울상이다. /순천=유홍철 기자

“잘못 된 위치선정, 홍보와 전략 부재 속에 보여주기식 졸속 추진이 화근”

[더팩트ㅣ 순천=유홍철 기자] "아시아 최대 야시장을 만들겠다고 하데요. 기대도 컸고 다른 일을 집어 치우고 푸드트럭 한 대를 구입해서 들어왔는데 하루 매출이 잘해야 4~5만원 선이니 남는 게 없어서 먹고살기가 막막하네요."

지난 2일 저녁 5시를 갓 넘은 시각. 순천만국가정원 저류지 주차장에서 2km 가량 떨어진 동천변 뚝방에 줄지어 선 푸드트럭에서 장사준비에 분주한 상인 S씨는 "장사를 때려치고 싶지만 이도저도 못하고 있다"고 한 숨 지었다.

"오전에 음식 재료를 사는데 6만원을 들였지만 잘하면 5만선 매출에 그치니 장사할 맛이 나겠어요? 때려치고 싶지. 아시아 최대 야시장을 만든다는 순천시 당국의 말에 속은 기분이네요."

지난해 10월 개장한 야시장 푸드트럭은 모두 23대로 순천시가 머무르는 관광을 유도한다는 명목으로 14억여원을 투입하며 의욕적으로 추진한 사업이다.

21대의 푸드트럭에 3억4천만원의 보조금, 개장행사 1억여원, 수도와 전기 등 기반시설 조성에 9억여원 등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찬바람만 쌩쌩 분다. 겨울철이니 찬 바람이 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대다수 푸드트럭들이 밤 9시 문을 닫을 때까지 개시도 못하는가 하면 기껏 5만원 안팎 매출에 그쳐 상인들의 마음에 부는 찬바람은 매섭기만 하다.

이곳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상인들이 순천시에서 1600만원을 보조받고 자기 자본 2~3000만원 투자해서 사업을 하고 있다. 사업을 포기하면 보조금 1600만원을 고스란히 반납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문을 닫을 수도 없는 지경이라는 설명이다.

30대 초반의 K씨의 반응도 마찬가지.

"푸드트럭이 뚝방 위에 위치한데다 겨울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면 추위도 문제지만 모래바람이 일어서 음식을 덮치는 바람에...말도 못해요. 어쩌다 찾은 손님들이 먹을 곳이 없어요. 바람막이 시설과 의자를 설치해 달라고 해도 (순천시가) 꿈쩍도 안해요."

이곳의 상인들은 푸드트럭 위치가 잘못됐다고 이구동성이다. 저류지 주차장 바로 근처 또는 뚝방 아래 쪽에 만들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한 상인은 "순천시는 푸드트럭의 경관적 측면을 살리기 위해 뚝방에 설치했다고 하는 것은 보면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 아니냐"고 대꾸한다.

동천변 야시장 푸드트럭 조감도. 붉은 부분이 푸드트럭이 위치한 곳이다. /순천시 자료집
동천변 야시장 푸드트럭 조감도. 붉은 부분이 푸드트럭이 위치한 곳이다. /순천시 자료집

이름 밝히기를 꺼린 상인은 "푸드트럭 인근에 주차장이 없어서 저류지 주차장에 차를 대고 푸드트럭까지 올려면 10여분을 걸어야 한다. 걸어오는 길에 아무런 볼거리가 없고 깜깜한 밤길을 걸어올 손님들이 몇이나 되겠느냐. 저류지내 데크길 주변에 멋진 빛 조명 등을 해 주면 모를까 현재로선 관광객을 유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는다.

특히 순천만국가정원 관광객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홍보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다.

국가정원내 달빛축제를 하고 있는데 관광객들이 푸드트럭 존재를 모른다. 설령 안다고 하더라도 달빛축제가 끝나는 시간이 푸드트럭 영업종료 시간(밤 9시)과 겹쳐서 연계가 되지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S씨는 "순천시 관계자가 춥고 장사 안되면 3개월은 쉬어라. 푸드트럭이 봄,여름 장사해서 겨울철3개월 정도는 쉬는 장사 아니냐"고 말했다고 전한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냐. 우리가 지난해 11월 오픈했는데 봄,여름에 넉넉하게 벌어놓은 게 있는가요"라며 흥분된 반응을 보인다.

상인들은 "겨울철 장사도 문제지만 장마철과 무더운 여름철 장사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일 것이다"고 걱정하고 "개폐식 터널형 시설을 설치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쯤되니까 아시아 최대 야시장은 기대하지 않는다. 홍보, 볼거리, 먹을 장소, 추위와 더위 피할 대책 등의 소소한 것만이라도 챙겨줬으면 하는 것이 바램입니다"

순천시 관계자는 "겨울철 어려움은 야시장 어디나 겪는 현상으로 벚꽃피는 봄철이 되면 상권이 살아날 것이다"고 낙관하고 "안내판 역할을 하는 로고라이트와 저류지 안팎에 경관조명, 플리마켓 근처에 테이블 등을 설치할 계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순천시 친분있는 관계자가 권해서 이곳에 들어왔다는 한 상인도 "이곳 상인들이 먹고살기 힘들어 문닫을 생각만하는데 무슨 놈의 ‘머무는 관광’이고 ‘아시아최대 야시장’이냐"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환경단체 소속 김 모씨는 "야무진 세부 계획없이 시장 임기안에 추진해 볼려는 졸속 추진이 화근이다"고 말하고 "한 번 잘 못 짜여진 계획을 보완하려다 보면 예산만 축내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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