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명인들' 임기제공무원 모집서 탈락…알고 보니 '들러리' 부글부글
입력: 2022.01.03 17:20 / 수정: 2022.01.03 17:20
강진군 고려청자박물관 임기제공무원 채용에 지원했던 전국 유명 ‘도자기 명인들’이 대거 탈락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독자 제공
강진군 고려청자박물관 임기제공무원 채용에 지원했던 전국 유명 ‘도자기 명인들’이 대거 탈락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독자 제공

기능대회 메달리스트와 명인 탈락…강진군 고려청자박물관 계약직 7명 '전원 합격'

[더팩트 l 광주=문승용 기자] 전남 강진군 고려청자박물관 임기제공무원 채용에 지원했던 전국 유명 ‘도자기 명인들’이 대거 탈락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채용공고에 합격한 인물들이 박물관 조각실장의 부인과 박물관 계약직원 등 7명이 전원 합격하면서 ‘짜고 친 고스톱’이라는 뒷말까지 나와 기능대회 메달리스트이자 명인들은 ‘들러리’ 섰다는 자괴감에 부글부글 속앓이하며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3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해 보면, 강진군은 지난 4월 16일 2021년도 제4회 강진군 임기제공무원 채용 계획 공고를 내고 고려청자 재현 전문요원 상형·성형 각 1명씩 2명을 모집했다. 지난 8월 13일에도 2021년도 제5회 강진군 임기제공무원 채용 계획 공고를 통해 고려청자 재현 전문요원 상형 2명, 성형 1명, 조각 2명 총 5명을 모집해 총 7명의 전문요원을 채용했다. 이들의 임기는 2년이며 지방공무원 7급과 8급 대우를 받아 연봉 최고 6500만원에서 최하 4000만원을 받는다.

고려청자 재현 전문요원 채용에는 도자기 올림픽대회로 알려진 전국기능대회 메달리스트와 도자기 명인 등이 지원했다.

그러나 메달리스트와 도자기 명인 등 외부 지원자는 단 한 명도 채용되지 않았으며 고려청자박물관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해 오던 직원들과 고위 임원의 부인이 전문요원으로 합격했다.

2019년 전국기능대회에서 메달 입상과 30년 경력을 갖춘 이모 씨는 지난 8월 임기제공무원 공개모집에 참여했다가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 씨는 "시험 응시할 당시 외지인은 없었고 전부 다 박물관에 관련된 사람들이 지원했다"며 "이들은 면접 볼 때 ‘어떤 질문을 할 것이다’는 질의응답 내용도 프린트해서 외우고 있었다"고 채용 당시 면접관과 응시자의 짬짬이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이 씨는 "어깨너머로 살짝 봤는데 면접 내용이었다. 이런 것도 나오나 할 정도였다. 그래서 떨어질 것을 예상했다"며 "가장 기초적인 질문만 하고 그냥 끝났다. 결과는 예상대로 였다. 그냥 들러리로 왔구나.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씨는 "기본적으로 하는 것을 보면 강진청자 재건인데 취지에 맞지 않게 흘러간다. 자기들 시각에서만 뽑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자기들 기준에서 채용할 것이면 뭐하러 공고를 했는지 농락하는 것밖에 안 된다"는 입장을 전했다.

전국기능대회 은메달 입상과 명인으로 알려진 박모 씨도 지난 4월 7급 임기제공무원에 지원해 2차 실기시험에 높은 점수로 합격했다가 3차 면접에서 인격적인 모욕을 느끼는 질문을 수차례 받으며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박 씨는 "물레를 잘하는 사람을 뽑기 위해서 모집한 것이고 물레를 잘해서 내가 지원한 것이다"며 "답변을 할려고 하면 물레만 잘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는 그런 말을 대여섯 차례 정도 던져 수치심을 느꼈다"고 당시 억누른 감정을 드러냈다.

박 씨는 이어서 "실기시험에서 3등한 사람이 채용됐다. 2등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면접에 불참했고 1등은 자신이었던 것으로 안다"며 채용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편하게 생각하고 면접을 봤지만 ‘물레만 잘해선 안 된다’는 질문이 여러 차례 나오자 이미 낙점된 지원자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박씨는 수일간은 들러리 섰다는 생각에 자존심도 상하고 창피하기도 하고 마음고생하며 잠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특히 이러한 사실을 폭로해 문제를 삼을까도 많은 고민을 하다가도 면접관들이 다 아는 분들이고 해서 ‘그냥 지나가자’하고 잊고 지냈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8월 8급 임기제공무원 채용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말들이 들려 취재에 협조하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응시자는 "고려청자박물관에서 전문요원을 채용한다고 해서 응시를 했는데 그동안 소문으로 듣고 있던 내용(모 실장과 친인척 및 관계자들만 뽑는다)과 틀리지 않았다"면서 "심사위원들도 일방적인 밀어주기가 눈에 보일 정도였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서 "공고에 심사기준이 있는데도 실기시험 도중에 심사위원이 심사기준에 반하는 행동이 있었다. 이에 응시자가 이의를 제기했으나 심사위원이 터무니없는 답변으로 묵살했다"면서 "결국 고려청자박물관에 근무하고 있던 사람들을 채용하기 위해 들러리를 섰다"고 한탄했다.

이와 관련 강진군 관계자는 "실기점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메달리스트나 명인들의 실력이 더 떨어졌다. 명인이라 하더라도 실력이 월등하지 않았다"며 "내부 직원들이 돼(채용)버려서 오해 소지가 있을 수는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임기제 채용할 때 등 정형화된 (면접)예상 질문지 20가지 정도는 있는데 사전 유출은 없다"고 해명하며 "진행하는 입장에서 면접관들에게 간섭을 하면 문제가 있어 그런 부분은 관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조각실장 부인 채용 관련해서는 "박물관은 일반직들이 없어 전수체계가 안 돼 있다. 전수자 이수자 등 체계를 잡기 위해서 (채용)진행한 것"이라며 "청자박물관에서 25년간 무기계약근로자로 근무하면서 청자 조각을 했다. 임기는 7년을 앞두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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