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누구나 고독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입력: 2022.01.03 08:09 / 수정: 2022.01.03 08:09
노인 인구가 늘어감에 따라 고독사 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9월말 기준 부산은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0%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는 전국 특광역시 중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것. 지난해 11월말 기준 노인인구는 67만9000명으로 부산 인구의 20.3%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더팩트 DB.

노인 인구가 늘어감에 따라 고독사 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9월말 기준 부산은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0%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는 전국 특광역시 중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것. 지난해 11월말 기준 노인인구는 67만9000명으로 부산 인구의 20.3%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더팩트 DB.

부산, 전국 특광역시 중 가장 먼저 초고령화사회 진입…부산시 고독사 대책 마련 나서

[더팩트ㅣ부산=조탁만 기자] 최근 김새별, 전애원의 에세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을 모티브로 한 넷플릭스 '무브 투 헤븐'이라는 드라마가 눈길을 끈다.

유품정리업체의 뒷이야기를 담았는데, 고독사라는 무거운 주제를 등장 인물마다 사연과 엮어 인간의 희로애락으로 잘 녹여냈다.

그래서인지 "지금부터 김선우님의 마지막 이사를 시작하겠습니다"라는 주인공 대사가 유독 인상적이다.

드라마와 같이 현실에서도 세상을 떠난 이들이 말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묵묵히 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 경남 양산시에 있는 한 유품정리업체 대표 최영인(41)씨를 만났다.

최 대표는 <더팩트>와의 만남에서 "현장에 가면 고인의 상황이 고스란히 전달된다"며 운을 뗐다.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만큼은 일반인과 확연히 달랐다.

그는 "매일 사람의 끝을 본다"면서 "존재의 마지막을 접하는 것인데, 의사의 사망 진단보다도 마지막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등바등 살아가더라도 죽음만은 피할수 없다"며 "그래서 심적으로 우울해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숱하게 유품 정리를 해오며 고인의 마지막을 지켜봐 온 그는 죽음을 두고 한 마디로 "쓸쓸하다"고 역설했다.

최 대표는 "한 남성의 마지막 모습은 참 비참했다"며 "태어나서 가정을 꾸리고 가족들을 위해 희생해 왔던 그도 살면서 이런 끝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고 했다.

이어 "'혹시나 귀중품이 나오면 달라'고 말하는 유족들과 마주하거나 귀중품을 찾으려고 헤집어 놓은 방을 보면 '삶의 끝이 이렇게 초라할 수 있나'라고 느낀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어릴 적 고인과의 추억이 담긴 앨범을 전할 때 '다 버려 주세요'라고 말하는 유족들을 보면 더 그렇다"고 씁쓸해 했다.

그는 할 말이 많다는 듯 얘기를 이어갔다.

최 대표는 "굳이 비유를 하자면 100명의 유족 중 1명의 유족만이 앨범을 챙기는 것을 봤을 뿐이다"고말했다.

지독하게도 쓸쓸하고 외로운 죽음을 홀로 맞이한 고인의 비루한 상황이 갑자기 떠올랐는지, 그는 얘기를 잠시 멈췄다. 착잡한 마음 또한 그의 얼굴엔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러면서 최 대표는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이 죽지 않는 한 누구나 고독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경고의 메시지를 조심스레 전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마음이 참 무거웠다.

지역 사회서도 고독사에 대한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고 있다.

과거 노년층에 집중된 고독사가 주를 이룬다고는 하지만 최근 들어선 취업난, 1인 가구 증가, 가족구조 해체 등 전반적인 사회 현상과 다 연결돼 있다.

그럼에도 노인들이 고독사의 대부분 대상인 것 또한 부인하지 못한다.

지난해 9월말 기준 부산은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0%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는 전국 특광역시 중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것. 지난해 11월말 기준 노인인구는 67만9000명으로 부산 인구의 20.3%를 차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인층을 초점으로 한 정책 중 고독사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부산시가 조사한 부산 지역 고독사 현황을 살펴보면 2017년 40명, 2018년 28명, 2019 27명, 2020년 17명, 2021년 13명 등 총 125명으로 조사됐다.

표면상 수치만 보면 고독사는 줄고 있는 양상을 띄고 있다. 그럼에도 2017년 이후 홀로 죽음을 맞이한 고인들만 125명인데다, 경찰청 등 타 기관이나 무연고사와 같은 집계는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수치임을 고려해야 한다.

더군다나 부산의 경우 1인 가구 중 장년층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도 56.1%나 된다. 이 비율은 오는 2030년이 되면 66%에 달한다고 부산시는 예상했다.

이밖에도 2020년 기준 부산시 사회적 고립가구 현황을 살펴보면 7만2625명의 조사 대상 중 10.4%인 7543명이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는 부산시는 고독사에 대한 대책 수립에 나서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사회적 고립가구 현황을 파악하고 관리체계를 강화해 적기에 필요한 사회서비스와 연계함으로써 고독사를 예방할 방침"이라며 "이밖에 부산시, 부산도시가스, SK텔레시스 등 기관과 연계해 비대면 고독사 예방 서비스를 위한 디지털인프라 구축사업도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고독사(孤獨死). 사전적 의미는 홀로 사는 사람이 앓다가 가족이나 이웃 모르게 죽는 일을 뜻한다.

고독사는 그간 사회적 문제로 숱하게 거론돼 왔다. 당장 입에 풀칠하기도 바쁜 상황을 반영이나 한 듯, 대다수 사람들은 현실에 충실한 삶에만 집중하느라 죽음에 대한 고찰은 정작 할 수조차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렇듯 누구 하나 입 밖으로 꺼내기엔 쉽지조차 않은 주제이기도 하다.

그런 와중에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쓸쓸하게 세상을 뜬 사람들도 말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단, 당신이 먼저 들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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