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신상공개도 '지역 차별?'…수도권에서만 흉악범죄 일어날까
입력: 2021.12.30 14:29 / 수정: 2021.12.30 14:29
지난 2019년 4월 17일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방화 및 흉기난동으로 5명을 살해하고 17명을 다치게 한 안인득이 피의자 신상공개제도로 신상이 공개됐다. 그는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뉴시스
지난 2019년 4월 17일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방화 및 흉기난동으로 5명을 살해하고 17명을 다치게 한 안인득이 피의자 신상공개제도로 신상이 공개됐다. 그는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뉴시스

피해자 포럼 대표 "여론 형성의 적극성, 집단성 부족 탓"

[더팩트ㅣ창원=강보금 기자] 범죄자의 인권에 대한 갑론을박은 국민의 알권리와 오랜 시간 충돌해 왔다. 교도소의 복지 및 식단과 같은 작은 것에서부터 피의자 신상공개에 이르기까지 갈등의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 올해는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로 이례적으로 많은 흉악범의 신상이 공개된 해였다. 올해 신상이 공개된 피의자는 총 10명(9건)으로 노원 세 모녀 살인사건 김태현, 인천 노래방 손님 살해사건 허민우, 서울 중구 오피스텔 살인사건 김병찬, 송파 전 여자친구 가족 살인사건 이석준 등이 있다.

이 중 비수도권에서 신상공개가 이뤄진 피의자는 제주 중학생 살인사건의 백광석과 김시남이 유일하다.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특정강력범죄사건의 피의자 얼굴, 성명, 나이 등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는 제도다. 이러한 제도와 법률의 해당 규정은 지난 2010년 4월 15일부로 신설돼 시행되고 있다.

구체적인 신상공개 요건으로는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의자가 그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방지와 범죄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것, 피의자가 청소년에 해당하지 아니할 것 등으로 꼽힌다.

강력범죄 용의자가 확정되면 신상공개 여부가 자연스레 관심사로 떠오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신상공개 여부가 너무 주관적이거나 여론에 이끌려 범죄예방이라는 실질적 목적을 상실하고 마녀사냥 혹은 연좌제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피의자 신상공개가 수도권 지역에서만 주로 이뤄진다는 점도 하나의 논제로 떠오른다. 올해 신상공개된 사건 중 제주 중학생 살인사건을 뺀 나머지가 모두 수도권이다.

경남 지역에서 신상공개된 대표적인 피의자로는 2019년 진주 아파트 방화 및 흉기난동 살인 사건의 안인득(44)과 2017년 창원 골프연습장 납치 살인사건의 심천우(35), 강정임(40)이 있다.

안인득은 지난 2019년 4월 17일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방화와 흉기난동으로 5명을 살해하고 17명을 다치게 했다. 안인득은 조현병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로 인해 '조현병'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 사건 중 하나다.

안인득은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심신미약 상태 등이 인정돼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이어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무기징역형을 확정했다.

심천우와 강정임은 지난 2017년 6월 24일 오후 8시 30분쯤 창원의 한 골프연습장 주차장에서 골프 연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려던 A(40대)씨를 납치한 뒤 살해했다.

창원지법 형사4부(장용범 부장판사)는 심천우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강정임과 공범인 심천우의 6촌 동생(33)에게 각각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11월, 양산 한 재개발구역 내 폐교회 마당 쓰레기더미 속에서 60대 여성으로 추정되는 사체가 심하게 훼손된 상태로 발견됐다. 사진은 사체가 발견된 사건현장의 모습./양산=강보금 기자
지난해 11월, 양산 한 재개발구역 내 폐교회 마당 쓰레기더미 속에서 60대 여성으로 추정되는 사체가 심하게 훼손된 상태로 발견됐다. 사진은 사체가 발견된 사건현장의 모습./양산=강보금 기자

이 밖에도 경남에서 일어난 강력범죄로는 지난해 11월 일어난 양산 동거녀 살인 사건과 지난해 12월 성탄절에 벌어진 응급구조사 폭행, 방치 살인 사건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양산 동거녀 살인사건은, 지난해 11월 23~25일쯤 양산의 자택에서 A(61)씨가 사실혼 관계인 B씨가 잔소리하는 것에 화가 나 B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잔혹하게 토막내 유기한 후 사체에 불을 지르기까지 한 사건이다. A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이후 2심 재판부로부터 징역 35년을 선고받았다.

성탄절 응급구조사 사건은 지난해 12월 24일 성탄절 전날 김해의 한 응급이송단 대표 A(44)씨가 직원인 응급구조사를 12시간 가량 폭행하고 이튿날까지 방치해 숨지게 한 사건이다.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이러한 강력범죄가 일어났음에도 이들의 신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실제로 경찰 등에 따르면, 특정강력범죄법 개정안이 의결돼 신설조항이 효력을 발휘할쯤 부산 여중생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길태(44)의 신상이 공식적으로는 최초로 공개됐다. 이후 총 42명의 피의자 신상공개가 이뤄졌으며 이 중 경남 지역에서는 3명의 피의자가 신상공개됐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신상공개 위원회가 각 경찰청마다 설치돼 있지만, 구성원이나 신상공개 위원회의 구체적인 정보는 비공개라 알려주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에 한 피해자 단체의 대표는 "수도권에서만 흉악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것인가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여론 형성에 필요한 적극성과 집단성의 차이로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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