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향토기업으로 70여 년간 꾸준한 사랑을 받는 보해양조가 주류도매상 등에게 결제를 한시적으로 유예해주는 대가로 매월 말 밀어내기 갑질을 한 의혹에 휩싸였다./보해양조 홈페이지 캡처 |
퇴직사원 및 일부 주류업계 ‘월말 밀어내기’ 주장…내년 초 주주총회 앞두고 실적 부풀리기?
[더팩트 l 광주=문승용 기자] 광주전남 향토기업으로 70여 년간 꾸준한 사랑을 받는 보해양조가 주류도매상 등에게 결제를 한시적으로 유예해주는 대가로 매월 말 밀어내기 갑질 의혹에 휩싸였다.
24일 <더팩트>가 보해 퇴직사원인 한 제보자 및 일부 주류도매상과 체인·중개업체(이하 주류업계)를 대상으로 한 취재를 종합하면 주류업계의 매입 현황이 월말에 집중된 것과 다수 관계자의 주장으로 볼 때 밀어내기 의혹을 사기엔 충분했다.
주류업계는 월말 밀어내기에 따른 전체 수량과 결제 금액, 그리고 자료 제공에 대해서는 거부했다. 수량이 확인될 경우 업체가 특정되는 우려 때문으로 취재에는 응할 수 있지만 공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주류가 썩거나 변질되는 제품이 아니므로 꾸준히 소비가 이뤄지면 창고나 사업장에 쌓아둬도 문제는 없다. 하지만 물량을 적기에 소비하지 못하면 결제에 대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광주·전남지역 주류업계 관계자 A씨는 "결제를 유예해주는 조건으로 월말이면 ‘물량 좀 받아 주십시오. 월말 실적 때문에 힘이 듭니다.’라며 매입 의사에 반한 밀어내기를 하고 있다"며 "업체들로선 떠밀려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보해라는 업체의 지역 연고성과 독과점 품목이라는 특수성으로 물량이 중단되면 업체들로선 매출이 떨어지기 때문에 드러내놓고 저항할 수 없다"고 토로하며 "내년 초 주주총회를 앞두고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밀어내기 더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C씨는 "월말에 소비를 못하는 제품이 마당에 적치된 상황은 밀어내기라고 봐야한다"며 "제조사와 주류업계의 세무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보자인 퇴직 사원 D씨는 "지점 목표가 있다. 그 목표를 채우기 위해서는 거래처별로 협조를 구해 차량 한 대 분량 잎새주 448박스(24개입)를 넘기곤 했다"고 말했다.
보해는 밀어내기 의혹에 대해 "매월 유사량을 제공하고 있으며 강요한 사실은 없다"고 밀어내기 의혹에 선을 긋고 "(월)평균 이상일 경우 밀어내기라고 봐야겠지만 매입량이 동일할 경우는 밀어내기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보해는 이어 "월말 시점에 매입 건이거나 계절적인 특수성이 있을 수 있다"며 "악의적인 관계이거나 또 다른 무언가의 감정이지 않겠나,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서 판단할 수 있는 문제"라고 사실상 일부 밀어내기 의혹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반면 이상동 광주주류협회장은 "보해는 밀어내기 한 사실은 없다"며 "매월 매입처별로 일별 수량을 공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춘석 전남주류협회장도 "(보해가)전에는 지점장 또는 본부장에게 목표치를 무리하게(줬다), 과거에는 관례처럼 그랬다"며 "지금은 주류카드를 사용하고 10일 단위 결제를 하기 때문에 말일 날 밀어내기를 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상근 체인협회장은 "요즘은 거의 없다. 담당에 따라서 조금씩 그런 게 있다"라며 "옛날처럼 밀어내기라고 할 만큼의 물량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수의 관계자와 퇴직사원을 비롯한 박상근 체인협회장은 사실상 밀어내기라고 보고 있으며 보해 홍보나 마케팅팀도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져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한편 광주지방국세청 소비세팀 관계자는 "주류제조업자 및 수입업자는 거래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주문하지 않은 주류나 주문량 이상의 물량을 공급할 경우 ‘주류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제2조 위반에 해당한다"며 "최고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전했다.
<더팩트>는 보해양조 및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주류제조사들의 밀어내기 갑질 의혹과 주부·순회·영업사원을 모집해 중·대형마트를 상대로 판촉행사를 벌이며 불상의 카드로 리베이트를 지급하고, 2011년 보해양조 주식을 인수한 조건으로 금감원의 직접경영 참여 배제를 약속한 임성우 회장의 경영 참여 의혹 등을 기획 보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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