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비리 요구논란과 관련 <더팩트>가 입수한 인천시 소통협력관이 소통기획담당관에게 보낸 카톡 메세지 일부 |
카톡 메세지 "00주무관 6 올리는 거 자료요청 처리 안하기로 했나요?"
[더팩트ㅣ인천=차성민·지우현기자] 인사 비리 요구 압박을 받은 사람은 있으나, 압력을 행사한 사람은 없다. 분명 누군가는 거짓을 말하고, 누군가는 극도의 억울함을 느낄 만한 상황이다. 과연 누가 거짓을 말하고 있는 걸까?
인천시 고위 간부 3명이 7급 계약직 공무원의 승진을 요구한 이른바 인천시 인사비리 요구 논란을 놓고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2-3급 간부급 공무원들은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특정인의 승진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자리를 7급에서 6급으로 올려다라고 말한 것 뿐, 그렇기에 인사비위도 채용비리 요구도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인사비리'를 요구받았다고 주장하는 공무원들은 "특정인을 찍어 7급에서 6급으로 승진시켜달라"는 사실상 채용비리를 요구 받았다는 주장을 견지하고 있다.
16일 <더팩트>는 압력의 대상자인 소통협력관이 소통기획담당관에게 보낸 카톡 메세지를 입수했다. 이와 함께 인사비리 요구 논란의 숨겨진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2주간의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그 날의 진실'을 재구성한다.
◆ 인사비리 첫 요구자는 '복지국장'
"휴~"
인천시 소통기획담당관실 소속 팀장급 직원 A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가장 먼저 꺼낸 말은 '그'의 안위에 대한 걱정이었다. 기사가 나가면 그가 계속 일을 해야 하는데, 곤란하지 않겠냐며 재용임 결정 전까지 기사 보류를 부탁했다. 자신이 모시는 박남춘 시장이 괜한 오해를 받을까하는 우려도 깔려 있었다. 그는 이것을 조건으로 "본인이 들은 말은 해 주겠다"며 그 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가 복지국장에게 전화를 받은 건 11월 1일이다.
"갑자기 전화가 와서 당황했습니다. '굿모닝인천'을 만드는 모 주무관을 7급에서 6급으로 올려달라고 분명히 이야기했습니다. 그 친구가 오래됐으니, 6급으로 해주는게 맞지 않냐고 돌려서 말을 한거죠."(A팀장)
의혹의 당사지인 복지국장도 본인이 기억하고 있는 그날의 기억에 대해 설명했다. 그가 기억하고 있는 그날의 진실은 A팀장의 기억과 대부분 겹친다. 하지만 핵심적인 단어는 팀장의 기억과는 달랐다. 복지국장은 '사람'이 아니라 '자리'의 급을 올려 달라고 건의한 것 뿐이라는 입장이다.
"인사철이 되면서 주무관이 맡고 있는 '자리'를 6급으로 올리자는 이야기들이 주위에서 많이 나왔습니다. 그런 취지로 기조실장과 함께 건의한 것 뿐 입니다."(복지국장)
◆ 인천시 2급 공무원 '기획조정실장'도 계약직 직원 승진 요구
A씨는 이 일이 이렇게 커질 지 몰랐다. 그냥 헤프닝으로 끝날 수 도 있었던 문제였다. 하지만 고위 간부들의 압박은 계속해서 가해졌다. 복지국장의 기억처럼, 이번엔 기획조정실장이 전화를 걸었다. 여기서 논란의 당사자가 등장한다. 부정채용 압박을 거부하자 재임용에서 탈락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소통기획담당관이다. 그가 인천시 기획조정실장의 전화를 받은 건 11월 4일이다.
"기조실장이 전화를 걸어와 모씨의 승진문제를 꺼냈습니다. 그가 굿모닝 인천을 잘 만들고 있으니, 7급에서 6급으로 승진시켜달라는 거였죠."(소통기획담당관)
그는 당황했다고 한다. 기조실장이 승진을 요구한 공무원은 다름 아닌 임기제 공무원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6급으로 승진을 하려면, 채용공고를 새로 내고, 경쟁임용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사실상 내정을 해 놓고 채용공고를 내야하는 불법 요소를 감안하고 일처리를 진행해야 하는 탓이었다.
"바로 답을 못하겠더라고요. 이건 단순히 결정할 사안이 아니었습니다. 불법적인 요소도 있는데다, 특혜 시비에 휘말리게 될까 우려가 됐죠. 그래서 과내 의견을 취합해 보고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소통기획담당관)
과내 의견 수렴 과정에서 승진 당사자가 얼마 전 직장내 갑질 문제의 가해자로 지목돼 윗선까지 보고된 인물이었던 점과 이런 인사문제를 '윗선'의 입김으로 진행하는 하향식 결정 구조 등의 문제점을 취합했다.
◆ '자리' 아닌 '사람' 승진 요구한 소통협력관의 수상한 '카톡'
'카톡~'
기조실장의 승진요구가 있던 바로 다음 날인 11월 5일, 소통협력관에게 메세지가 날아왔다.
'△△△주무관 6 올리는 거 자료요청 처리 안하기로 했나요?'
얼핏 단순해 보이는 메세지에는 여러 의미가 담겼다. 이 메세지를 뜯어보면, 누구나 금방 알 수 있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분명 특정인의 이름과 함께 승진 급수가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 적어도 청탁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공무원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진실공방이 거짓해명으로 바뀌는 지점이다. 이 메세지를 받은 소통기획담당관은 메세지를 보냈다.
'기조실장에게 어제 얘기들어서 과내부 의견 수렴 중입니다.'
이렇게 둘 사이의 메세지는 일단락됐다. 소통협력관은 부적절한 청탁을 받은 사실을 알고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했다. 7급 계약직 공무원의 6급 승진 문제와 관련한 압박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초 인사 청탁을 받은 A팀장이 나섰다. 시장 비서실을 찾아 이런 경과를 보고했다. 일은 이렇게 마무리 되는 듯 했다.
◆ 비서실 보고 뒤 바뀐 분위기, 소통협력관이 말한 '세가지' 재계약 불가 사유
하지만 시장 비서실 보고 열흘 뒤 본격적인 압박이 시작됐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비서실의 특별한 움직임은 없었다.
11월 15일 월요일. 월요일은 확대 간부회의가 있는 날이다. 균형발전정무부시장과 소통협력관, 그리고 과장급 직원 5명이 회의가 진행됐다. 정무부시장은 간단한 업무보고를 받았다. 그리고 나머지 공무원들은 소통협력관실로 자리를 옮겨 회의를 이어갔다. 그렇게 회의가 끝날 줄 았았다.
"자. 이상으로 회의를 마치겠습니다. 소통기획담당관은 잠깐 나 좀 보고 가요."
단 둘의 대화. 그 자리에서는 무슨 말이 오고 갔을까?
"과장급 간부들이 자리를 뜨자 노골적인 협박이 시작됐죠. OO씨 승진 문제 처리 방식이 마음에 안 들어 재계약을 못해주겠으니, 자발적으로 사의를 표명하라고 하더라고요. 안 할 경우 근무 평가서에 재임용 탈락 시키라고 쓰겠다고 말이죠. 그러면서 재계약이 불가한 세가지 이유를 설명 했구요. 첫 번째 이유는 박 시장이 재선이 힘들것 같으니, 알아서 사퇴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것과 나머지 두가지는 7급주무관 승진 처리 문제와 A팀장이 비서실을 찾아간 부분을 문제 삼은 겁니다."(소통기획담당관)
억울했다. 세가지 이유다 납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다음 날, 소통협력관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어제 말씀하신 부분 때문에 왔습니다. 어제 말씀하신 미진한 부분 세가지 중에 선거 관련해서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00주무관 관련해서는 기조실장 전화가 왔고, 갑작스럽게 들은 말이라 과 내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보고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협력관님이 카톡을 주셔서 협력관님도 알고 계시고 생각이 있으시구나 느껴서 팀 내 의견을 모으는 중에 있는데 그게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은 저희가 다음번에 되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채용공고를 내서 진행해 보기로 팀 내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A팀장이 비서실을 찾아간 부분은 저는 휴가중이어서 알지 못했지만 내부 일을 그렇게 처리한 부분은 협력관님이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을 실 것 같습니다. 제가 주의를 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소통기획담당관)
"선거 관련 이야기는 내가 호의로 드린 말씀이고, 선거 상황까지 굳이 얘기 한 것은 서로 간의 얼굴을 붉히는 일을 막기 위해서 한 말 입니다. 00주무관 관련해서는 내가 그걸로 뭐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 스스로도 화나는 일이에요. OO이 밖에서 자신의 승진을 로비 했더라도 시키자, 말자가 아니라 서류가 안 갔다 등등 이런 문제를 나에게 보고를 안하고 비서실로 찾아간 부분이 우스운거지. 레임덕이야? 너무 하잖아요."(소통협력관)
"재임용 탈락 시키신다고 하셨는데, 그 이유를 말씀해주시면 제가 개선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소통기획담당관)
"과장님은 조직 운영이 잘 안되는 것 같고, 그 자리는 외부 홍보 전문가가 오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과장님이나 나나 이미 공무원화 된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그 자리는 뉴미디어 쪽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오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소통협력관)
둘의 대화 내용을 정리하면, 소통협력관은 전날 과장에게 "OO씨 승진문제 처리 방식이 마음에 안들어 재계약을 못해주겠으니, 자발적으로 사의를 표명하라"는 발언을 했을 개연성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
게다가 소통협력관은 '비서실 보고'를 문제삼아 괘씸죄를 적용한 거 아니냐는 의심도 살 수 있다. 소통협력관의 기억은 이런 내용과 전면 배치된다.
소통협력관은 <더팩트> 취재 내내 "OO씨 승진문제 처리 방식이 마음에 안들어 재계약을 못해주겠으니, 자발적으로 사의를 표명하라"는 발언 자체를 부정했다.
"OO씨 승진문제 처리 방식이 마음에 안 들어 재계약을 못해주겠으니, 자발적으로 사의를 표명하라"라는 표현 자체를 쓴 사실이 없습니다. 그리고 재임용과 승진 처리 과정은 별 건입니다. 괘씸죄를 적용한 것도 아닙니다."(소통협력관)
인천시는 이런 과정을 보고 받고도 감사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00씨 저도 아는데 이분은 꽤 오래됐죠. 근무한지가. 어떻게 보면 기여도에 입각해서 보면은 올려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어떠한 판단을 하는가에 따라서, (내정을 한 뒤 공모를 하는 것도) 조직에 기여를 했기 때문에 그런 면은 있을 수 있는 거 같습니다."(감사관)
소통기획담당관은 재임용에서 최종 탈락했다. 현재 그는 이런 내용을 담아 행정안전부 등에 감사를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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