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천시 '인사 비위' 의혹, '부당 승진' 요구 거절 직원 재임용 '탈락'
입력: 2021.12.08 08:56 / 수정: 2021.12.08 10:07
인천시 고위 간부들이 특정 계약직 직원의 승진을 부하 공무원에게 부당하게 요구하는 등 사실상 채용 비리를 강요하고 이를 거부한 직원을 재임용 탈락시켰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인천시청 전경./더팩트DB
인천시 고위 간부들이 특정 계약직 직원의 승진을 부하 공무원에게 부당하게 요구하는 등 사실상 '채용 비리'를 강요하고 이를 거부한 직원을 재임용 탈락시켰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인천시청 전경./더팩트DB

고위공무원, 거절 공무원에 "재계약을 못해주니 사의 표명해라"...거절 공무원은 재임용 탈락

[더팩트ㅣ인천=차성민·지우현기자] 인천시 고위 간부들이 특정 계약직 직원의 승진을 부하 공무원에게 대놓고 요구하는 등 사실상 '채용비리'를 강요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특정 고위 간부가 이 같은 불법적인 업무 지시를 거부한 부하 공무원에게 "승진 문제 처리 방식이 마음에 안 들어 재계약을 못해주겠으니, 자발적으로 사의 표명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주장과 함께 실제로 해당 직원이 재임용 과정에서 탈락한 사실이 7일 <더팩트> 취재 결과 드러났다.

인천시 일선 공무원들은 "해당 고위 간부는 그동안 직원들 인사와 관련해 여러 차례 구설에 오른 인물로 이제는 '채용 비리'까지 요구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인천시의 인사 비리 의혹은 지난달부터 구체화됐다. 지난 11월 4일 A 고위 간부(국장급)는 부하 공무원 B 씨에게 전화를 걸어 B 씨의 부서에서 근무 중인 7급(임기제) 직원을 6급으로 승진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리한 요구에 당황한 B 씨는 팀들의 의견을 수렴해 보겠다고 답했다.

B 씨는 같은 날 팀장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해당 직원이 과거에 직장내 괴롭힘의 가해자였고 하향식 의사 결정으로 절차 상의 문제가 있다는 점 등 여러 의견을 취합해 A 씨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특정 계약직 직원의 6급 승진 압박은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5일 B 씨의 같은 부서 직속 상관 C 고위 간부는 B 씨에게 "000주무관 6(급)으로 올리는 거 자료요청 처리 안 하기로 했나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인사제도에 존재하지 않는 승진을 고위 간부들이 돌아가며 압력을 행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인천시의 일선 공무원들은 "7급 계약직 공무원으로 임용된 직원이 6급으로 승진할 수 있는 인사 제도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이해할 수 없는 고위 간부들의 행태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해당 공무원이 6급이 되기 위해선 인천시가 진행하는 6급 일반 공개 채용공고에 합격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현 인사제도에선 A 고위 간부의 요구처럼 "승진을 시켰으면 좋겠다"는 표현은 말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6급 계약직 채용공고를 낸 뒤 지원자들을 공정한 경쟁이 아닌, 특정인을 '승진 대상자'로 '내정'한 뒤 채용하는 이른바 '짜고 치는' 채용절차를 요구했다고 해도 봐도 크게 무리가 없다.

하지만 직속 상관 C 씨의 메시지에는 A 씨가 '사실상 종용한 것으로 봐도 될 법한 채용비리'를 비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은 담겨 있지 않았다. B 씨의 입장에서 불법적인 채용절차 추진을 종용하고 있다고 해석한 대목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B 씨의 부서 D 해당 팀장은 같은 날 박남춘 인천시장 비서실을 찾아 이런 내용을 보고했다. 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오히려 불법적인 '채용공고' 절차 진행을 거부한 B 씨에게 압박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시장 비서실에 보고한 열흘 뒤인 지난달 15일, B 씨의 직속 상관 C 씨는 "(계약직 직원) 승진문제 처리 방식이 마음에 안 들어 재계약을 못 해주겠으니 자발적으로 사의 표명하라. 안 할 경우 근무평가서에 재임용을 탈락시키라고 쓰겠다"는 취지로 사퇴를 종용했다는 것이 B 씨의 주장이다.

결국, C씨의 협박성 발언은 현실로 나타났다. 같은 달 26일 B 직원은 인사과로부터 재임용 탈락을 공식 통보 받았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공무원들의 반발이 나오고 있다. 해당 사안은 인사청탁은 물론 채용비리로 번질 수 있는 사안인데, 이를 거부하는 부하 공무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것은 쉽게 이해 할 수 없다는 것이 반발의 요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동료 공무원은 "불법적인 업무를 거부한 것은 칭찬 받아 마땅한 일인데, 그런 직원의 재임용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괘씸죄가 적용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인천시 공무원은 "고위 간부인 C씨는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직원들을 줄 세우는 등 인사 전횡을 지적받은 인물"이라며 "그런 고위 간부가 이번엔 '채용비리' 요구로 구설에 올랐다. 해당 공무원의 재임용 탈락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채용비리' 강요 논란과 관련해, 고위 간부 A 씨는 "해당 7급 계약직 공무원이 시청에서 오래 일했고 인천시 월간지도 깔끔하게 만들어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능력 발휘를 할 수 있도록 A 씨의 자리를 6급으로 올리자고 단순하게 건의한 것 뿐, '압박'을 가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B 씨의 직속상관 C 씨도 "채용공고를 통한 승진을 논의한 것이 아니며, 임기제의 경우 7급이지만 6급에 상당하는 임금을 주는 '승급' 절차에 대해 진행이 되는 건지 단순히 물어본 것 뿐"이라며 "직접 해당 직원의 승급을 요구한 적도 없고, 이에 대한 실무자들의 보고도 받은 바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B 씨에게)재임용과 관련해서 압박하거나 사의 표명을 하라는 표현은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계약직 공무원은 "계약직 공무원의 승진은 채용 공고를 통한 공식적인 채용밖에 없다"면서 "C 씨의 말처럼 승급을 통해 6급으로 올라 갈 수 없는 구조다. 이번에 문제가 된 해당 계약직 공무원도 8급에서 채용공고를 통해 7급으로 승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도 "불법적인 일처리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고위 간부가 '000주무관 6(급)으로 올리는 거 자료 요청 처리 안하기로 했나요?'라는 메시지를 보낼 때는 그 속에 숨겨진 다른 메시지가 있는 것 아니겠냐"면서 "대다수의 공무원들은 상급자에게 이런 메시지를 받는다면, 빨리 일 처리를 하라는 압박의 의미로 해석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제2장 부정청탁의 금지 등의 제5조 부정청탁금지 조항에서 누구든지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 등에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부정청탁을 해서는 아니 된다고 하고 있으며 3호에서는 채용ㆍ승진ㆍ전보 등 공직자등의 인사에 관하여 법령을 위반하여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행위를 명기하고 있다.

국민권익위 관계자는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상급자가 인사에 관해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행위를 하면 부정청탁에 해당된다"며 "상명하복의 공직에 만연한 문화로 인사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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