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는 장례지도사와 장의차 운전기사, 상조회사 등 악덕업자들이 유족들에게 봉안함과 명패 등을 알선하는 실태와 효령에 대한 도시공사의 갑질, 그리고 불법판매행위를 조장하는 현장을 취재해 다섯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사진은 영락공원 내 승화원 전경./독자 제공 |
가족을 잃은 슬픔에 잠겨 경황없는 유족들에게 장의용품을 시중가보다 높게 판매해 폭리를 취하는 악덕업자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단속에 나서야 할 광주시와 도시공사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위탁사업자인 효령영농조합법인은 악덕업자들로부터 영업권을 침해받아 매출이 급락했다. <더팩트>는 장례지도사와 장의차 운전기사, 상조회사 등 악덕업자들이 유족들에게 봉안함과 명패 등을 알선하는 실태와 효령에 대한 도시공사의 갑질, 그리고 불법판매행위를 조장하는 현장을 취재해 다섯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편집자 주>
을의 책임으로 볼 법적규정 모호…갑의 책임과 노력은 전무
[더팩트 l 광주=문승용 기자] 광주광역시와 효령영농조합법인(효령)이 체결한 장사시설 부대사업 운영 협약서는 갑의 해석에 따라 위탁 운영이 취소될 수 있는 독소조항이 있고 갑의 책임과 노력이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광주시와 도시공사는 위탁사업자를 보호하고 영업권을 보장할 협약서를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광주시와 효령은 지난 2020년 12월 29일 광주광역시 효령동 장사시설(화장장, 봉안시설, 공원묘지 등)의 사업 중 묘지공원의 묘비제작과 묘소의 묘목 및 잔디공급 등에 대해 '광주광역시 장사 등에 관한 조례' 제12조(부대시설 운영) 규정에 의거한 '장사시설 부대사업 운영 협약서'를 체결했다. 운영 기간은 10년이다.
협약서를 살펴보면 을에게 불리한 독소조항이나 책임이 크고 갑의 해석에 따라 사업자 취소를 할 수 있으며 갑의 책임과 노력은 전무해 불합리한 협약서로 분석된다.
먼저 광주시는 제4조(운영업무의 처리)제6항에서 을은 묘지공원의 비석묘소의 묘목 및 잔디공급과 봉안함을 판매함에 있어 묘지운영에 지장이 없도록 적기에 공급하여야 하며, 공급가격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에 저촉되지 않도록 적정하게 공급하되 도시공사와 협의 결정한다고 적시했다.
관련 법률 등에 저촉되지 않도록 적정하게 공급하면 되는 일인데 굳이 도시공사와 협의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사실 해석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또한 제6조(지도감독) "'갑' 또는 '갑'으로부터 장사시설의 운영을 관리위탁 받은 자가 사업수행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을'을 지도·감독함은 물론 필요한 관련자료를 제출토록 할 수 있으며 '을'은 이에 응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을을 상대로 한 지도·감독권은 명시돼 있으면서도 이 사업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을'의 영업권을 침해받는 사실에 대한 '갑'의 지도·감독과 단속의 책임은 빠져 있다.
특히 제8조(운영의 취소) 제1항 제1호 ‘을’이 협약내용 및 관련 법규를 위반한 경우 제2호 ‘을’이 운영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갑은 운영을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을이 관련된 법률 위반에서 고의가 아닌 업무의 착오 또는 일상적 실수에서 비롯된 책임마저도 경고나 문책없이 취소할 수 있는 해석이 가능하고 제2호는 오롯이 갑의 판단으로 운영능력을 평가할 수 있어 입맛에 맞지 않을 경우 운영능력을 빌미삼아 취소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제9조(관계법규의 적용)에서는 ‘본 협약서에 명시되지 아니한 사항은 관련 법규와 조례 및 규칙 등이 정하는 바에 의하고 필요한 경우 갑과 을이 협의하여 따로 정할 수 있으며 본 협약에서 해석상의 분쟁이 있을 경우 갑의 해석에 따른다는 것이다.
이 또한 갑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분쟁이 일방적으로 끝날 소지가 다분해 독소조항이라는 지적이다.
협약서를 검토하고 자문한 한 변호사는 "광주시의 책임은 어디에도 없고 을에게는 무한 책임을 주고 있는 불공정한 협약서와 같다"며 "광주시와 도시공사는 갑의 우월적 지위를 갖는 협약서를 당장 폐기하고 기피·혐오시설을 유치한 효령의 권한을 대폭늘리는 협약서를 다시 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시와 도시공사는 효령이 정상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협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광주시는 "영락공원 내 유골함과 명패 등 불법판매 단속에 대해 도시공사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효령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도시공사도 지난 1일 해명자료를 통해 "지속적으로 직원들 교육을 실시해 상호존중과 소통·협력을 증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효령 한 관계자는 "광주시와 도시공사가 악덕업자들의 명패 등 불법판매 단속에 대한 협의가 진행된다고 하니 늦은 감은 있지만 환영한다"며 "진정성 있는 협의안이 도출돼 불법판매가 근절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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