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택받은 미술 심의 ㊤] 공무원·위원장 '입맛' 맞춘 인천 건축물 작품 심의
입력: 2021.11.30 00:00 / 수정: 2021.11.30 00:00
인천국제공항에 설치된 건축물 미술작품. 기사내용과 무관. /사진=인천 예술계 제공
인천국제공항에 설치된 건축물 미술작품. 기사내용과 무관. /사진=인천 예술계 제공

조례 제정 후 공무원의 '슈퍼갑질(?)'… 심의 통과율 20% 낮아져

[더팩트ㅣ인천=지우현기자] 인천시가 진행하는 건축물 미술작품 심의가 시와 심의위원장(위원장)의 '입맛'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 인천지역 예술계로부터 나왔다. '일반인' 위원장 선정이 밀실에서 진행됐으며, 공모 마감일이 공지도 없이 변경되고, 학연·지연 등의 비리를 막기 위한 무기명(無記名) 심사도 현재 모든 정보가 공개되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임기가 남아있는 위원에게 해촉을 예고하거나 위원장이 직접 작품 선정에 관여하는 등 작품 심의가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게 지역 예술계의 주장이다. <더팩트> 인천취재본부는 이런 비상식적인 건축물 미술작품 심의의 원인을 파헤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혜택받은 미술 심의'라는 심층기획 타이틀로 상(㊤), 하(㊦)로 나눠 진행한다.<편집자 주>

인천시 '건축물 미술작품' 심의가 공무원들과 위원장의 '갑질'로 공정성을 잃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역 미술계는 이들이 새롭게 개정된 조례를 이용, 심의에 직접적으로 관여해 작품의 통과율을 낮추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30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건축물 미술작품' 심의는 연면적 1만㎡ 이상의 건축물을 신·증축할 때 건축비의 1% 내에 미술작품을 설치해야 하는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건축주는 착공 후 90일 이내 미술작품 심의 신청서를 시에 제출해야 하며, 시는 공고를 통해 작가들의 작품을 모집한 뒤 당연직(공무원·시의원)·일반인(작가)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건축물에 설치될 작품을 선정한다.

문제는 인천시가 건축주와 미술품 제작업체 등의 설치비 담합을 막고, 위원회의 투명한 운영을 목적으로 지난 7월 '건축물 미술작품 설치 및 관리 조례'를 개정·시행하면서 심의 통과율이 극도로 낮아져 작가들의 눈치보기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례가 개정되기 전인 올 1월부터 6월까지 6차례 진행된 심의의 평균 통과율은 80%를 넘었다. 그러나 개정이 적용된 7월부터 10월까지는 심의의 평균 통과율이 고작 20%대에 머물고 있다.

지역 예술계는 현저히 낮아진 심의 평균 통과율과 관련,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권한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조례를 개정한 뒤 '일반인' 위원장을 선정해 작가들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역 예술계에 따르면 시는 조례를 개정한 뒤 위원들에게 아무런 예고 없이 서울시 심의위원장, 경기도 심의부위원장만이 참석한 가운데 고정직인 일반인 위원장을 선출했다.

이렇게 선정된 위원장은 그동안 진행과 중재에 그쳤던 기존 역활에서 벗어나 자신이 전공하지 않은 작품에 대한 평가까지 직접 관여하기 시작했다는 게 지역 예술계의 주장이다.

또한 조례가 개정된 것을 이유로 임기가 남아있는 일부 위원을 강제 해촉하면서 비 전문가들의 작품 심사가 만연해 졌으며, 공정한 심사를 위해 금기시 돼 왔던 심의대상작가의 개인 정보와 작품에 대한 상세 정보까지 제출해야 한다고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역 예술계는 심의와 관련된 공무원들의 '갑질' 행각도 만연하다고 주장했다. 심의대상 작가들에게 아무런 공고 없이 담당 주무관의 일정에 따라 공모 마감일이 변경되기도 했으며, 작가의 문의전화에 "피곤하다", "전화하지 말고 찾아오라"는 등의 갑질 행각을 벌였다고도 했다.

지역 예술계 관계자는 "조례가 개정되고 위원장이 고정직으로 선출되면서 건축물 심의가 이들의 입맛에 따라 좌지우지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공무원과 위원장의 갑질 행각도 두드러지고 있다. 결국 코로나 시국으로 힘들어진 예술계를 더욱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인천시는 개정된 조례에 대해 서울시, 경기도의 혁신적인 건축물 조례를 벤치마킹 한 것으로 지역 예술계가 주장하는 내용은 억측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시 관계자는 "이번에 개정된 조례는 지난해 11월 완료된 것으로 오랜기간 심사숙고 끝에 시행한 것"이라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가며 서울, 수도권의 발전적인 건축물 조례를 인천형으로 흡수했다"고 했다.

이어 "위원장을 소수의 인원으로 선정하게 된 건 참석 예정자가 불참해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며 "작가들의 정보수집이나 작품 설명을 요구한 건 정확한 심사를 위해 그랬던 것이었고, 위원 해촉 역시 개정된 조례에 따른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특히 비전공자의 심의를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선 "지역 예술계의 편파적인 주장이다. 저희는 위원들의 경력을 모두 파악해 공정한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단 위원장과 공무원의 갑질 행각에 대해선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역 예술계에 감사를 청구하라고 안내했다"며 "잘못이 밝혀진다면 이에 따른 처벌은 받아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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