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차 사고로 몸살 앓던 안동 하회마을... 진입제한 1개월여만 옛정서 회복 중
입력: 2021.11.06 19:39 / 수정: 2021.11.06 19:39

전동차가 사라진 후 가을이 익어가는 하회마을 전경/안동=이민 기자
전동차가 사라진 후 가을이 익어가는 하회마을 전경/안동=이민 기자

무단 증·개축 난무...세계문화유산 가치 훼손 여전, ‘풀어야 할 숙제’

[더팩트 | 안동=황진영·이민기자] 경북 안동시의 대표 관광지 하회마을이 연이은 전동차사고로 몸살을 앓아 오다 ‘차량 관제 시스템’ 도입 1개월여 만에 본연의 모습을 되찾으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 형형색색 단풍·고즈넉한 옛 정취 ‘물씬’... 본연의 모습 되찾은 하회마을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인 하회마을에 그간 전동차 불·탈법 운영이 난무해 잇따른 안전사고가 발생해 ‘한국의 미(美)와 전통이 살아 있는 역사 마을’ 이미지에 먹칠해 오다 지난달 17일부터 하회마을 진입로에 ‘차량 관제 시스템’이 운영됨에 따라 무분별한 차량 진입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지난 5일 찾은 하회마을에는 가을 향내를 물씬 풍기기라도 하듯 형형색색 단풍이 들어 한껏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무질서한 전동차 영업이 근절돼 관람객들은 고즈넉한 마을의 모습을 담아가기에 손색이 없었다.

하회마을을 찾은 한 관광객은 "이곳을 찾을 때마다 수많은 전동차의 무차별적 난폭운전으로 제대로 된 관람이 어려워 불쾌감만 안고 돌아갔었다"며 "별다른 기대 없이 다시금 찾았지만 무질서한 모습이 말끔히 정리돼 안전하고 쾌적한 관람이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 최근까지도 성행한 전동차 대여업...근절에는 ‘차량 관제시스템’ 도입 한 몫

8년 전부터 한두 업체가 하회마을에 둥지를 틀고 시작한 전동차 대여업은 최근 6개 업체가 100대 이상 운영할 만큼 규모가 커지면서 각종 안전사고가 발생해 논란이 잇따랐다.

전동차가 600년된 문화유산을 훼손하고 있던 하회마을/안동=이민 기자
전동차가 600년된 문화유산을 훼손하고 있던 하회마을/안동=이민 기자

문화재 담벼락을 충돌해 훼손하거나 마을 주민 차량, 보행자와 충돌 등 전동차 사고가 10건에 달했다. 또 무면허 관람객에게 전동차를 대여해 보험처리 등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 세계문화유산 등재 사실을 의심케 했다.

이같이 무질서한 전동차 대여업 근절은 연이은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문화재청과 안동시가 전격적으로 전동차 진입을 제한하고 1억2000만 원을 들여 차량 관제 시스템 도입과 폐쇄회로(CC) TV를 설치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지역의 한 원로는 "문화유산 훼손의 주범인 골칫덩어리 전동차 영업 근절과 마을 본연의 정취를 느낄 수 있게 개선 의지를 보여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 한국의 10번째 세계문화유산 하회마을, 무단 증·개축 여전... 세계문화유산 가치 훼손 심각 ‘풀어야 할 숙제’

지난 2010년 7월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개최된 제34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경주 양동마을과 함께 열 번째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하회마을이 안정세를 되찾고 있지만, 문화재 무단 증·개축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하회마을 세계문화유산 등재 당시 600여 년 이어온 전통가옥을 앞뒤 또는 양옆으로 무단 확장해 현대식으로 개조했다. 본래 전통가옥 화장실은 집 마당 가장자리나 멀리 떨어진 별도 건물에 마련돼있다.

세계유산 문화재 가치를 훼손 시키는 불법 증개축으로 하회마을이 몸살을 앓고 있다. /안동=이민 기자
세계유산 문화재 가치를 훼손 시키는 불법 증개축으로 하회마을이 몸살을 앓고 있다. /안동=이민 기자

그러나 하회마을 주민들은 은근슬쩍 무단 증·개축을 자행하면서 문화재청에 ‘현상변경 허가’를 받지 않았다. 게다가 안동시 역시 이를 알고도 단속은커녕 계도장만 발송해 암암리 눈감아 준 것 아니냐는 비난의 눈총을 받아왔다.

안동시는 하회마을에 가옥보수 6억 원, 초가집 지붕 이엉잇기 5억 원 등 연간 20여억 원을 지원한다. 이외에 셔틀버스비용, 각종 상권 수익, 입장권 수익도 고스란히 하회마을 주민에게 돌아간다.

이를 두고 불편함을 감수하고 마을을 보존하며 생활하는 주민들의 실정도 일부 인정되지만 정작 문화재 보호를 위한답시고 대문까지 걸어 잠그고 무단 증·개축을 일삼는 행위는 전형적 ‘내로남불’ 행태라는 지적이다.

관광객 A씨(49· 서울)는 "세계문화유산을 보전의식 없이 현대식으로 개조한 것이 오히려 처음부터 현대식을 전통가옥처럼 보이게 꾸며 놓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세계문화유산 기준은 정확하게 모르지만, 수백 년간 주민이 살면서 예전 모습을 그대로 지키고 있어서 선정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5000원의 입장권까지 받으며 원형을 훼손시키면 관람객을 속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람객 B씨(38.여·부산)는 "실제 초가집이나 문화재 내부를 둘러볼 수 있는 곳이 없어 골목길을 걷거나 가로숫길을 걷는 게 고작이다"며 "문화재 보호를 위해 접근금지 표식을 해놓더라도 대문은 열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하회마을은 전통 건축물들의 조화, 배치 방법 및 전통적 주거문화가 조선시대의 사회 구조와 독특한 유교적 양반문화를 잘 보여주고 있고 이러한 전통이 오랜 세월 동안 온전하게 지속되고 있는 점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에 손색이 없다고 평가된 만큼 관계 기관의 철저한 대책으로 가치 훼손에 대한 조치가 시급해 보인다.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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