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시가 결식아동의 급식지원 방식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사진은 지난 3일 실시된 '천안시 결식아동 급식개선 연구용역 최종보고회 모습' / 천안시 제공 |
도시락 배달방식 만족도 높지 않고 급식 카드 원하는 비중 높아
[더팩트 | 천안=김경동 기자] 충남 천안시가 결식아동의 급식 지원 방식을 두고 어린이들의 건강권과 선택권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현재 시가 진행하고 있는 급식 지원 방식은 도시락 배달과 지역아동센터를 통한 단체 급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지역아동센터를 통한 급식지원은 결식아동이라는 낙인 효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도시락 배달도 음식 온도와 여름철 식중독 등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전국 대다수 지자체가 시행하고 있는 아동급식 카드에 대한 요구가 커지자 시는 지난 3월부터 결식아동 급식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해 최근 그 결과를 발표했다.
◇ 지역아동센터 이용자보다 도시락 배달 이용자에서 아동 급식카드 선호도 높아
4일 한국산업관계연구원이 급식 지원 대상에 대한 수요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역아동센터 급식을 이용하는 1606명 중 1154명이 설문에 참여해 59.7%가 지역아동센터 단체 급식을 이용하고 싶다고 답변했다. 이어 편의점 12.1%. 도시락배달 6.9%, 주부식 배달 6.2%, 아동 급식카드 5.4%, 일반음식점 3% 순으로 나타났다.
아동 급식카드로 이용 가능한 일반음식점과 편의점 등을 모두 더할 경우 아동 급식카드에 대한 선호도는 20.5%로 높아지게 된다. 이는 이용자들과 교사들 간의 정서적 교감으로 인해 단체 급식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도시락 배달을 원한다는 답변은 34.8%, 아동 급식카드 20.3% 편의점 19%, 일반음식점 5.7%로 집계됐다.
사실상 아동 급식카드로 이용할 수 있는 편의점과 일반음식점까지 더할 경우 아동 급식카드를 원하는 이들은 전체의 4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시락 제조의 특성상 반복되는 반찬이 존재할 수밖에 없고 냉동 식품 및 가공식품에 대한 불만족이 종합적으로 적용됐다는 분석이다.
충남 천안시가 결식아동의 급식지원 방식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사진은 결식아동에게 지원되는 도시락 모습 / 천안사회적기업 (주)즐거운밥상 제공 |
◇아동 급식카드 가맹점 확보 없인 편의점밖에 이용 못해...영양 불균형 우려
아동 급식카드가 이용자들의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할 수는 있지만 단체 급식이나 도시락 배달에 비해 영양적 불균형이 우려되고 일반음식점들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사실상 편의점 이용권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실제 부산시의 경우 총 5만 7717개의 일반음식점 중 아동 급식카드 가맹점은 3652개소로 전체 음식점 중 6.5%에 불과하다. 특히 아동 급식카드 가맹점 중 편의점만 2195개소로 전체 가맹점 중 60%를 차지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한 끼에 6000원에 불과한 식대로는 일반음식점에서 식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천안시가 공개하고 있는 천안시 소비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600원 이하의 일반음식점 메뉴는 김밥전문점에서 파는 김밥 2줄, 칼국수, 분식집 라면, 자장면, 햄버거가 고작이다. 여기에 일반음식점이 부족한 읍·면 단위의 경우 이용처가 더욱 제한될 수밖에 없다.
결국 급식지원 단가 인상과 함께 일반음식점의 가맹점 참여율을 높이지 않고서는 아동급식카드 역시 성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 점진적으로 아동 급식카드 확대 불가피
도시락 배달은 영양적인 면에서 분명한 장점이 있다. 성장기 아동을 위한 맞춤형 식단 제공으로 소득과 상관없이 충분한 영양을 섭취 할 수 있는 방식이다.
아동 급식카드는 어린이들이 원하는 음식을 언제든 먹을 수 있다는 선택권 보장이라는 부분에서 장점이 있는 제도다.
어린이들의 건강권과 선택권 어느 하나도 양보할 수 없는 문제로 천안시는 아직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번 연구용역을 실시한 한국산업관계연구원 측은 아동 급식카드의 제한적 도입을 제안했다.
실태조사 결과 도시락 배달 이용자들의 급식카드 선호도가 높은 만큼 이를 전혀 무시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평일에는 도시락배달 또는 지역아동센터의 급식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주말에는 아동 급식 카드를 이용해 선택권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또한, 청소년들의 경우 어느 정도 음식을 할 수 있는 만큼 반조리 식품인 밀키트 등도 적절히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천안시 관계자는 "어린이들의 건강권과 선택권 어느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며 "현재 타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다양한 방법을 검토해 모든 아이들이 만족할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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