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골령골 민간인 희생 유해 952구 안식…유족 "진실 밝힐 것"
입력: 2021.11.02 13:49 / 수정: 2021.11.02 13:49
대전 산내 골령골 민간인 희생자 발굴 유해 안치식의 진혼제에서 살풀이가 진행되고 있다. / 대전 = 김성서 기자
대전 산내 골령골 민간인 희생자 발굴 유해 안치식의 진혼제에서 살풀이가 진행되고 있다. / 대전 = 김성서 기자

2024년 '진실과 화해의 숲'에 안치돼 영면

[더팩트 | 대전=김성서 기자] 한국전쟁 초기 골령골 일대에서 집단 희생된 민간인들의 유해 950여구가 71년 만에 안식에 들어갔다.

대전 동구청과 대전산내사건희생자 유족회, 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의 등은 2일 대전시 동구 낭월동 골령골에서 민간인 희생자 발굴 유해 안치식을 가졌다.

대전 산내 골령골은 군인과 경찰이 한국전쟁 초기인 1950년 6월 28일부터 제주 4·3사건 관련자, 국민보도연맹원, 정치범 등 대전형무소에 수감됐던 민간인들을 집단 학살한 장소다. 30~180m에 이르는 구덩이 여러 곳에서 4000~7000여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며, 각각의 구덩이를 연결하면 길이가 1㎞에 달해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이라고 불린다.

2007년 진행된 첫 조사에서는 3학살지 29구·5학살지 5구의 유해가 발굴됐다. 이후 2015년 진행된 조사에서 20구, 지난해 진행된 조사에서 234구의 유해 등 모두 288구의 유해와 830여점의 유품이 발굴됐다.

올해 골령골 유해 발굴 책임연구원을 맡은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는 경과 보고에서 "지난 6월 7일부터 10월 15일까지 1학살지를 세 지역으로 나눠 발굴을 진행했다"면서 "올해 식별 가능한 뼈조각 9700여점과 유품 1606점을 발굴했고, 유해 952구를 봉안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전 산내 골령골 민간인 희생자 발굴 유해 안치식에서 전미경 대전산내사건희생자 유족회장이 유족 인사를 하고 있다. / 대전 = 김성서 기자
대전 산내 골령골 민간인 희생자 발굴 유해 안치식에서 전미경 대전산내사건희생자 유족회장이 유족 인사를 하고 있다. / 대전 = 김성서 기자

전미경 산내사건희생자 유족 회장은 "10년 만에 특별법이 만들어지면서 진상 규명 작업이 본격화됐다. 발굴 기간 동안 유족들이 매일 현장을 지켜보며 쪼개지고 부서지고 총알 구멍이 뚫린 유해를 두 눈으로 목격했다"며 "진실을 발굴하는 길은 긴 시간과의 싸움이겠지만 끝까지 걸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인호 동구청장은 추도사에서 "내년까지 유해를 수습해 71년 전에 희생된 억울한 영혼들을 영면할 수 있는 곳으로 옮겨드리겠다"며 "평화와 인권, 생명을 되새기는 장소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규용 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의 상임대표는 "오늘을 사는 우리는 진상을 규명해 누가 희생됐는지 밝혀내야 한다"며 "골령골이 기억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6월 위령제를 찾았을 때 골령골에서 보리밥나무 한 그루를 봤다. 보리밥나무의 꽃말은 부부의 사랑과 결혼, 해탈이라는 의미라고 하는데 가족과 생이별한 청춘들이 뒤늦게 인사를 보내는 것 아닌가 싶다"면서 "유해 발굴은 진실 규명뿐만 아니라 치유와 위로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발굴팀의 성과에 따르면 한국전쟁 이전에 이 장소에서 작은 규모의 민간인 학살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골령골의 진실은 아직도 충분히 밝혀지지 않은 만큼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유해 발굴 조사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안치식을 마친 유해들은 세종 추모의 집에 봉안된다. 이후 2024년 골령골에 조성될 예정인 '진실과 화해의 숲'에 안치돼 영면할 예정이다.

thefactcc@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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