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고 안병하 치안감 공훈 인정 불구 경찰청은 유족 '홀대'
입력: 2021.10.21 13:25 / 수정: 2021.10.21 13:25
사후 33년만에 처음으로 지난 9일 광주 옛 전남경찰국 건물 옆 광장에서 열린 고 안병하 치안감 추모식. 가운데가 미망인 전임순 여사./광주=박호재 기자
사후 33년만에 처음으로 지난 9일 광주 옛 전남경찰국 건물 옆 광장에서 열린 고 안병하 치안감 추모식. 가운데가 미망인 전임순 여사./광주=박호재 기자

기념사업회 "강압 사퇴 불인정, 전두환 신군부 경찰과 다를 게 뭔가"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서영교 행안위원장(서울 중랑구갑, 더불어민주당)이 15일 전남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목숨을 바치신 경찰관들에게 최고의 예우를 다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서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고 안병하 치안감을 특별히 거론하며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신군부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았던 고 안병하 치안감의 첫 추도식이 33년만에 광주에서 열렸는데, 경찰의 예우가 부족했다"고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철 의원도 이날 국감에서 인 치암감에 대한 경찰청의 미진한 예우를 지적하며 "시민을 보호하다가 순직하신 안병하 치안감의 숭고한 정신을 전국 경찰에 알릴 필요가 있다"며 "본청 차원에서 할 생각은 없는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김재규 청장은 "전남경찰청에 안병하 치안감 공원을 조성했으며, 경찰교육원에는 '안병하홀'도 들어섰다"고 말하며 "앞으로도 고 안병하 치안감의 뜻을 새기면서 후배들이 본받게 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안 치안감의 유족들이나 기념사업회 관계자들은 경찰청의 답변을 전혀 신뢰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지금까지 "안 치안감 예우와 관련된 경찰청의 행태로 볼 때 믿을 수가 없다"며 경찰청의 두 얼굴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5‧18 당시 전두환 신군부의 발포명령을 거부한 고 안병하 치안감의 민주경찰로서의 공훈이 비로소 공론화되기까지에는 무려 37년이 걸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18 기념식에 참석해 당시 전라남도경찰국장을 지냈던 안병하 치안감을 민주경찰의 표상으로 공식적으로 언급했고, 다음 달인 6월 15일 청와대 국가유공자 가족 초청 행사에 안 치안감의 아내 전임순(84) 여사를 공식 초청했다.

문 대통령의 각별한 관심 때문이었는지 당시에는 경찰청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경찰청은 안 치안감을 '2017 올해의 경찰영웅'으로 선정하며 11월 16일자로 치안감으로 1계급 특진했다. 정부 공식 경찰영웅 칭호를 받은 것은 안 치안감이 처음이었다.

이듬해인 2018년 3월 10일, 경찰청은 안병하 당시 전남도경찰국장(경무관)을 치안감으로 추서하는 행사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경찰청의 안 치안감 공훈 기리기에 거듭 힘을 실었다.

안 치안감을 추서하는 현충원 행사가 끝난 직후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시민들을 적으로 돌린 잔혹한 시절이었지만 안 치안감으로 인해 우리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라고 안 치안감을 추모했다.

또 이틀 후 열린 충남 아산 경찰대에서 열린 경찰대생·간부후보생 합동임용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제 여러분의 몫이 될 경찰의 역사에는 자랑스러운 경찰 영웅들이 있었다"라며 '경찰영웅'의 한명으로 안 치안감을 언급했다.

80년 전남도 경찰국장으로 재직중이던 고 안병하 치안감이 집무실에서 서류에 결재하고있는 모습./기념사업회 제공
80년 전남도 경찰국장으로 재직중이던 고 안병하 치안감이 집무실에서 서류에 결재하고있는 모습./기념사업회 제공

그러나 유족들에 따르면 경찰청의 안 치안감 예우 노력은 여기에서 그친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족들은 아직도 경찰 영웅증을 건네받지 못했다.

이에 대한 기념사업회의 항의에 경찰청은 "영웅패를 제작 중이지만, 2017년 경찰청장 직인이 없어 영웅 증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상식 밖의 답변을 했다.

기념사업회 이주연 사무총장은 "문 대통령께서 특진을 추서하고 경창영웅 호칭을 한 안 치안감에 대한 경찰청의 홀대는 하극상에 다를 바 없는 행태다"고 격하게 비난했다.

치안감에 추서되고 경찰 1호 영웅 칭호를 받았지만 안 치안감 유족들의 고난의 세월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명예회복에 따라 당연히 지급돼야 할 밀린 급료 청구를 경찰청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고 안병하 유족을 대신한 기념사업회의 급료지급 탄원에 대해 경찰청은 "면직 취소 처분이 이뤄지지 않아 미지급 급여를 지급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전두환 신군부의 자진사퇴 강압을 여전히 불법으로 인정하지 않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특진 추서, 경찰영웅 1호 선정, 전남경찰청 앞 안병하 기념공원 조성 등 추모사업, 그리고 이에 반하는 전두환 신군부의 강압에 의한 면직을 불인정한 미지급 급여 지급 불허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유족들은 혼란에 쌓여있다.

안 치안감의 아들 안호재씨는 "정부로부터 민주화 유공자 인정을 통지 받았고, 대법원 또한 민주화 운동과 관련 생계지원이 필요하다는 판결을 받았다"고 밝히며 "아직도 전두환 신군부의 강압에 의한 사퇴를 단순히 면직처리 하고 이를 취소하지 않는 경찰청의 엇박자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대한민국 경찰영웅 1호 안 치안감 유족은 21일 '경찰의 날' 행사에도 초대받지 못했다. 초대장을 손꼽아 기다리던 미망인 전임순 여사에게 경찰청은 19일 등기우편을 하나 보냈다. 행사에 오지 말라는 통지서였다. 사정을 설명하는 전화 한통 없이 보내진 이 통지서를 보고 전 여사는 야속함에 치를 떨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특진을 추서하고 그 공훈을 인정한 경찰영웅 안 치안감을 경찰청은 도대체 왜 이렇게 홀대하는 것인가?

기념사업회 이주연 사무총장은 "이제 더 이상 촛불정부의 경찰청이라 인정할 수 없다. 분명한 하극상이다. 전두환 신군부의 하수인이었던 당시 경찰의 모습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반문하며 "청와대와 국회 항의방문, 국민청원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 경찰청장 사퇴를 촉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고 안병하 치안감은 전두환 신군부가 광주를 짓밟을 때, 전남도경 국장으로 광주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관들의 비무장을 지시하고 발포를 거부, 보안사에 강제연행된 후 고문 후유증으로 투병하다 1988년 60세로 짧은 삶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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