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와사람들③]"군수 집 앞만 쏙 빼고"…강화군의 수상한 도로 확장(영상)
입력: 2021.10.26 11:31 / 수정: 2021.10.26 11:50
지난 13일 강화군에 사는 하종오씨가 강화군청 앞에서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하고 있다./강화=차성민기자
지난 13일 강화군에 사는 하종오씨가 강화군청 앞에서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하고 있다./강화=차성민기자

시민단체 "솔선수범 못할망정, 최대 수혜자는 유천호 강화 군수"

[더팩트ㅣ인천=차성민기자] 인천시 강화군이 강화읍 남산근린공원 진입도로 확장 공사를 진행하면서 강제 수용된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강화군은 남산공원으로 가는 길을 넓혀 이용객들의 편의를 돕는 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정작 남산공원 바로 옆에 위치한 골목길의 확장공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심층취재 ‘군수와 사람들’, 오늘의 이야기는 강화군이 시행하고 있는 수상한 도로 확장공사에 대한 내용입니다. 강화도에서 벌어지는 비상식적인 일들을 감시하는 심층취재 '군수와 사람들'은 비정기적으로 글 또는 영상으로 독자들을 찾아갈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 "공정한 행정 펼쳐야"…거리로 나선 사람

지난 10월 13일. 강화군청.

군청 앞에서 한 시민이 피켓을 들고 있습니다.

[하종오 지역주민]

"남산공원이라는 곳에 강화군에서 공원을 조성한다는데 그곳에 불필요하게 도로를 넓히고 있다고 판단되고요. 공권력에 의해서 공정하게 행사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불공정하게 행사되고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개발은 군민들에게 공평하게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데 공평하게 혜택이 안돌아가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1인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

하늘에서 바라본 강화읍 남산공원 전경./강화=차성민 기자
하늘에서 바라본 강화읍 남산공원 전경./강화=차성민 기자

◆ 도로 확장 공사로 피해 입은 주민들 "재산권 침해" 반발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걸까?

강화군 남산리에 사는 A 씨.

A 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이번 도로 확장공사로 집 앞 담장이 헐릴 위기에 처한 겁니다.

[A 씨/민원인]

"여기가 다 나가는거지. 이렇게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자기들이(강화군청) 나무 다 해놨더라고. 나무 몇 그루 해서 다 나가는거야. 당장 대문 하고 해서 그렇게 해놓고 그리고 무슨 연락을 해주고 나서 잘라가야지 되잖아요? 그냥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가 별안간에 당한거에요. 내가 지금 그 땅값만 준거야. 땅값만! (그러면 11평에 얼마에요?) 14평! 4200만원! (그럼 평당 얼마에요?) 지금 현재 시세가 350(평당)만원 이렇게 나가고 요즘엔 그래요. 300만원씩 나갔는데 그러면 300으로 치면 4200만원 아네요? 땅값만 주고...그러면 이거는 다 뭐에요! 전체적으로 이것만 있겠어요? 공사하면 전기선이고 뭐고 하수구고 뭐고 다 뜯어 고쳐야 돼. 그리고 우리가 현관이 가까워요. 보세요. 현관이 가깝죠? (아~여이가 좁네요) 그런데 지금 붙고 나면 더 가까워져요. 다 고쳐야된다고..."

강화군이 남산공원 조성으로 공원 진입도로 확장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A 씨의 집 일부가 포함된 겁니다.

현재 이 길은 도록 폭이 넓어 차량 진출입에는 크게 불편이 없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강화군이 이 곳의 도로 폭을 8m로 넓히는 확장공사를 진행하면서 집 일부가 헐리는 상황이 됩겁니다.

강화군 강화읍 남산리의 한 주택이 도로 확장공사에 수용된 모습./강화=차성민 기자
강화군 강화읍 남산리의 한 주택이 도로 확장공사에 수용된 모습./강화=차성민 기자

강화군 남산공원 주차장 입구.

주차장 입구에는 진입도로 공사를 환영한다는 걸개막이 걸려있습니다.

그 옆으로는 이미 수용이 된 집이 헐린 상탭니다.

40년간 이 곳에서 살아온 주민 B씨의 집도 두 동강이 났습니다.

도로 확장 공사로 일부 편입되면서 집이 이미 수용이 된 상태입니다.

해당 민원인은 얼마전까지 현수막을 걸고 항의했지만, 돌아온 것은 억울한 민원을 들어주는 일 대신, 현수막을 내리라는 압박이었다고 합니다.

[B 씨/민원인]

"군수네 길은 더 좁은데, 여기만 왜 넓히는냐 글귀를 써놓은 걸 보고서는 그 두사람이 난리를 치는데... 그 사람, 읍장이 그러는거야 "아줌마 플래카드 때문에 측량하러 갈거야! 측량하면 그집(군수 옆집)들 다 짤려요" 진작 하지 그러면...(결국에는) 협박하는 거야... "

A 씨와 B 씨 등 민원인이 반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사업의 실효성 때문입니다.

남산공원 조성지 바로 앞에 위치한 유천호 군수의 자택 옆으로 공사 현장을 위한 가림막이 보이고 있다./강화=차성민 기자
남산공원 조성지 바로 앞에 위치한 유천호 군수의 자택 옆으로 공사 현장을 위한 가림막이 보이고 있다./강화=차성민 기자

◆ 남산공원 마지막 골목길 '확장 공사' 제외…알고보니 '군수집' 골목길

이곳이 도로확장 공사가 끝나는 지점입니다.

하지만 도로 확장공사가 이 곳에서 멈추면서 도로 확장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초입까지만 8m 도로공사를 진행하고 정작 공원으로 연결되는 이 좁은 길은 도로 확장 사업에서 빠진 겁니다.

이곳의 도로 폭은 3미터 가량으로 차들의 양방향 통행이 어렵습니다.

주민 A씨 집 앞 도로(6M가량)와 B씨의 집 앞의 도로 폭(7m가량) 보다 좁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걸까?

이 좁은 골목에는 전 강화부군수 인척의 집과 유천호 강화군수의 자택이 위치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곳의 도로 확장은 도로 확장공사에서 빠졌습니다.

공원 옆에 위치한 유천호 군수의 집 앞의 길목 도로 폭은 6m로 가량으로 해당 사업에 포함됐다면 집을 수용당한 민원인들처럼 담장이 헐리고 땅이 쪼개져야 합니다.

특히 남산공원으로 이어지는 도로의 확장이 공사의 목적이라면, 이 구간에 대한 도로 확장 공사도 진행돼야 하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사업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강화군이 도로 확장공사를 진행하면서 밝힌 도시계획시설(도로)결정 변경 사유서에는 남산공원과 연계된 체계적인 도로교통이용망 구축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차성민 기자
강화군이 도로 확장공사를 진행하면서 밝힌 도시계획시설(도로)결정 변경 사유서에는 "남산공원과 연계된 체계적인 도로교통이용망 구축"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차성민 기자

◆ 강화군 "보행자 통로 확보해서"vs시민단체 "최대 수혜자는 유천호 군수"

강화군은 보행자 통보가 설치된 상황이어서 해당 사업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송기영 / 강화군 공보관]

"해당 구간은 주거지역 종점구간 삼거리 갈림길로 용해사, 청수암 등 이용자가 대부분 기존 도로를 이용하고 있으며 용해사 옆 다세대 주택 입구 인도 확장공사를 통해 주변 주민들의 안전한 보행을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8m로 확장하지 않았습니다."

쉽게 말해, 해당 구간에는 이미 보행자 안전을 확보한 통로를 확보한 상태여서 8미터 도로 확장 공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 말은 사실일까?

용해사 보행자 통로는 앞서 설명한 3m로 측정된 구간이며, 이 보행자 통로는 20m 남짓입니다. 나머지 100m에는 보행자 통로 구간은 없습니다.

특히 이 보행자 통로 구간으로 남산공원 입구가 3m로 좁아진 점을 감안하면, 8M 도로 확장 공사의 사업 취지와도 정반대되는 결과가 나온 겁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민들은 또 다른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주민]

"이 길을 왜 만느냐? 군수님 동네라 그런거라니까?"

시민사회 단체도 군수의 재산권을 위해 해당 구간을 사업에서 누락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인천경신련 김송원 사무처장]

"군민들을 위한 공적 사업인데 군수가 솔선수범은 못할망정 본인의 이해관계를 우선시 한다는 것은 군민으로부터 비난 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강화군의 수상한 도로 확장 공사로 사업 실효성 논란을 넘어 ‘특혜 의혹’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심층취재 군수와 사람들, 다음 시간에는 남산공원을 둘러싼 수상한 땅 거래에 대한 이야기가 보도됩니다.

더팩트 차성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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