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17%만 찬성하는 '간판 바꾸기'...혈세들여 강행하는 안동대학교
입력: 2021.10.12 11:44 / 수정: 2021.10.12 11:44
국립대학인 금오공대는 교명에 국립을 넣지 않고 수시률이 상승했다.(사진 왼쪽), 안동대 설문조사결과지에 학생 참여율 19.2%로 일반화의 오류가 있음을 고지하고 있다.(사진 위), 안동대가 교육부에 등록된 교명이 아닌국립안동대학교를 사용하고 있다.(사진 아래)/안동=이민 기자
국립대학인 금오공대는 교명에 '국립'을 넣지 않고 수시률이 상승했다.(사진 왼쪽), 안동대 설문조사결과지에 '학생 참여율 19.2%로 일반화의 오류가 있음'을 고지하고 있다.(사진 위), 안동대가 교육부에 등록된 교명이 아닌'국립안동대학교'를 사용하고 있다.(사진 아래)/안동=이민 기자

학생들 "이름보고 학교 다니는 것 아냐"...경북대·금오공대 '국립' 안 넣어도 수시률 높아

[더팩트ㅣ안동=이민 기자] "교명에 '국립'을 추가하는 것은 학생들이 원하는 게 아닙니다. 학교측이 학생 1명이라도 더 모집해야 돈이 되니깐 강행하는 것 아닌가요…"

안동대학교 한 학생회 간부가 대학측의 '간판 바꾸기'를 겨냥해 이같이 밝히며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12일 안동대학교는 제2의 도약을 위해 '국립안동대학교'로 교명 변경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안동대에 따르면 지난 8일 대학 구성원(교직원, 교수, 학생) 대상 설문조사와 지역사회 및 총동문회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추진위원회 발족·교명 변경 추진 계획을 확정했다.

대학 측의 자체 설문조사결과 조사에 참여한 안동대학교 구성원 1343명 중 1162명(86.5%)이 교명 변경에 찬성했다. 학내 구성원별로는 △교수 92.4% △직원 88.8% △학생 86% 등이 찬성했다.

또 2차 설문조사 결과 △졸업생 86.9% △학부모 94.7% △지역민 90.9%가 찬성한다고 응답해 대학 교명 변경에 학부모와 지역민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다고 밝혔다.

안동대학의 교명 변경 설문조사 결과지에 학생들의 참여율 19.2%로 일반화의 오류가 있음을 알고도 교명변경을 강행하고 있어, 답을 정해놓고 설문조사를 했다는 비난이 나오는 대목이다/안동=이민 기자
안동대학의 교명 변경 설문조사 결과지에 '학생들의 참여율 19.2%로 일반화의 오류가 있음'을 알고도 교명변경을 강행하고 있어, 답을 정해놓고 설문조사를 했다는 비난이 나오는 대목이다/안동=이민 기자

하지만 이 같은 대학의 설문조사결과는 극히 일부인 것으로 드러나 안동대가 학교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은 뒷전이고, 혈세가 투입돼는 '간판 바꾸기'에 혈안이라는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다.

지난달 24일 안동대의 교명변경 설문조사 결과 안동대 구성원 6014명 중 1343명(22.3%)이 응답해 이 중 86.5%가 찬성했다. 구성원별 참여비율은 학생 19.2%, 교수 42.3%, 직원 52.1%가 참여했다

전체 학생 5357명 가운데 884명(17%)만 찬성했다. 교수 279명 중 109명 찬성, 직원 378명 중 169명이 찬성했다.

이는 학생들의 83%, 교직원과 교수들의 77.7%가 반대나 무응답으로 나온 결과이다.

특히 학교 측이 설문조사 결과표에 '학생의 경우 참여율 19.2%로 일반화의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알고도 '간판 바꾸기'를 확정해 답을 정해놓고 설문조사를 한 셈이다.

교육부에 정식 등록된 안동대학교가 아닌 국립안동대학교로 은근슬쩍 변경해 사용하고 있다./안동=이민 기자
교육부에 정식 등록된 '안동대학교'가 아닌 '국립안동대학교'로 은근슬쩍 변경해 사용하고 있다./안동=이민 기자

이를 두고 학생들은 "학교 이름이 좋다고 학교에 다니는 것이 아니다"며 "학생들을위한 정책과 타 학교와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역의 한 교육전문가는 "올해 수시모집에서 경북대는 12.9대 1로 지난해 대비 2.2% 상승했고, 금오공대는 5.8대 1로 지난해 대비 0.3% 오른 수치를 보여줬다"며 "이들 학교도 국립대이지만 학교명에 '국립'을 넣지 않고도 수시률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지역 광고협회 관계자는 "안동대학교가 10여 년간 교명에 '국립' 두 글자를 추가하면서 입구에 LED 간판과 대리석으로 만든 표지석 등 학교 전반에 설치·운영되는 홍보물의 소요 예산이 최소 수십억원 이상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식교명 변경시 교통표지판 등 지자체 예산 수십억이 추가로 쓰이게 된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안동대 측은 "교명 변경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 상황 속에서 대외적인 인지도를 제고하고 국립대학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학 구성원 및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바탕으로 학내 심의 절차 등을 거쳐 교육부에 교명 변경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순태 안동대 총장은 "이번 교명 변경 추진으로 국립대학이라는 안동대학교 정체성을 대·내외적으로 더욱 분명히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교명 변경을 계기로 국립안동대학교가 영남권 명문 국립대학으로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갈 수 있도록 대학 구성원 및 지역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지지를 바란다"고 밝혔다.

안동대학의 2021학년도 신입생은 27.1%, 398명이 미달돼 국립대학의 자존심이 바닥을 쳤다. 또 올해 수시모집에서 지난해보다 67명 늘린 1313명을 모집했지만 지난해보다 250명 정도 부족한 4975명이 지원했다. 수시 경쟁률을 보면 2019학년도 5.3대 1에서 2020학년도 4.7대 1, 2021학년도 4.2대 1에 이어 2022학년도는 3.79대 1로 3년 연속 바닥으로 치닫고 있다.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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