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업체가 수의계약 싹쓸이…"한국도로공사, 뿌리 깊이 썩은 관행과 적폐"
입력: 2021.10.08 10:44 / 수정: 2021.10.08 10:44
한국도로공사가 외주업체에 위탁한 다수의 유지관리 계약에서 특정업체가 수의계약 방식으로 99% 체결하고 122억 원의 성과를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한국도로공사 전경/더팩트 DB
한국도로공사가 외주업체에 위탁한 다수의 유지관리 계약에서 특정업체가 수의계약 방식으로 99% 체결하고 122억 원의 성과를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한국도로공사 전경/더팩트 DB

A업체 수의계약·현금보상 각각 2건에 총 56억4255만원 성과 올려…총 지급액 절반에 달해

[더팩트 l 광주=문승용 기자] 한국도로공사(도로공사)가 외주업체에 위탁한 다수의 유지관리 계약에서 특정업체가 수의계약 방식으로 99% 체결하고 122억원의 성과를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수의계약과 현금보상 각각 2건을 체결한 한 업체는 전체 계약금액의 절반을 차지한 56억원의 성과를 올려 밀어주기 의혹이 제기됐다.

이는 도로공사가 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성과공유제를 특정업체와의 수의계약 수단으로 악용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국회의원(광주북구갑, 국토위·예결위)은 8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 국정감사에서 "최근 5년간(2016∼2020년 현재) 한국도로공사의 재무적 성과공유금 지급실적은 총13개 업체 17건으로 지급액은 123억5456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수의계약은 총 4건으로 86억8069만원이 지급됐고, 물량확대 총 3건에 35억9373만원, 현금보상 총 10건에 8014만원이 지급됐다.

수의계약과 물량확대를 받은 6개 업체(공동수행 제외)가 전체 재무적 성과공유금의 99.4%인 총122억7442만원을 싹쓸었고 나머지 7개 업체는 500만∼600만원의 현금보상을 받는 게 전부인 것으로 드러났다.

확연히 눈에 띈 수의계약서 A업체는 지능형교통시스템(ITS) 유지관리 등 수의계약 2건과 현금보상 2건으로 총 56억4255만원의 성과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B업체는 제한차량 단속시스템 유지관리로 10억5300만원을, C업체도 통행료 수납시스템 유지관리로 20억2362만원의 수의계약과 현금보상을 성과공유로 맺었다.

성과공유제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 제8조에 따른 수탁기업이 원가절감 등 수탁·위탁기업 간의 합의한 공동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위탁기업이 지원하고 그 성과를 공유하는 계약모델이다. 공공기관과 중소기업이 과제나 계약서를 등록하고 자체수행한 뒤 성과를 도출해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에 성과실적을 등록하고 공유해 평가를 받는 구조이다.

하지만 도로공사가 지난 6년간 성과공유를 통해 진행한 수의계약, 물량확대, 현금보상 등은 신기술 개발과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취지와는 거리가 먼 유지관리 업체와의 수의계약에 악용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사실상 수의계약이나 물량확대가 아닌 현금보상의 성과공유제는 중소기업들에게는 무의미한 실적이라는 평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도로공사는 지난해 성과공유제 등록과제평가 0.26점(0.5점 만점), 확인과제평가 0.16점(1.0점 만점)으로 낙제점을 받았다. 2019년에도 등록과제 0점, 확인과제 0.8점, 성과공유 금액 0.6점(1.0점 만점)으로 낙제 수준이었다.

조오섭 의원은 "도로공사와 유착의혹 등 수십년간 물의를 빚었던 A업체가 성과공유제를 통해 수십억의 수의계약을 했던 점은 뿌리깊이 썩어있는 관행과 적폐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며 "성과공유제와 수의계약에 대한 전수조사와 실태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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