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탄생 111주년…지스트 물리학도, 난해시 수수께끼 90년 만에 풀어
입력: 2021.09.21 16:27 / 수정: 2021.09.21 16:27
천재 시인 이상 탄생 111주년을 맞아 4차원 기하학을 토대로 그의 난해시를 해석한 논문을 발표한 지스트 이수정 교수(왼쪽)와 오상현 지스트 졸업생(캘리포니아대학 물리학 박사과정)./지스트 제공
천재 시인 이상 탄생 111주년을 맞아 4차원 기하학을 토대로 그의 난해시를 해석한 논문을 발표한 지스트 이수정 교수(왼쪽)와 오상현 지스트 졸업생(캘리포니아대학 물리학 박사과정)./지스트 제공

詩‘삼차각설계도’(1931)와 ‘건축무한육면각체’(1932), 4차원 기하학 활용한 시인의 사유와 독창적인 상상력 작품에 구현 증명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오는 9월 23일은 한국 현대문학사에 독보적 족적을 남긴 시인 이상의 탄생 111주년이 되는 의미 있는 날이다.

탄생 111주년을 맞는 천재 시인 이상의 손꼽히는 난해시 ‘삼차각설계도’(1931)와 ‘건축무한육면각체’(1932)의 제목과 일부 내용에 관한 수수께끼가 발표된 지 90년 만에 물리학도의 손에 풀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머세드 물리학 박사과정생 오상현 씨(지스트 물리전공 2020년 졸업)와 지스트(광주과학기술원) 기초교육학부 이수정 교수는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4차원 기하학을 토대로 이상의 난해시 제목에 등장하는 조어 ‘삼차각’과 ‘육면각’, ‘무한육면각체’를 분석하고 해설했다.

‘삼차각’은 4차원 공간상의 방향을 초구면좌표계(hyperspherical coordinates)로 나타낼 때에 활용되는 세 개의 각도를 의미한다. 연구 결과, 이는 세 개의 각도가 하나의 䃳차원 각도’라는 것에 착안해 고안된 용어임이 밝혀졌다.

‘육면각’은 각진 4차원 도형의 각을 의미하는데 이는 4차원 도형은 한 점에서 6개의 면이 만난다는 것에 착안해 고안된 용어이다. 연구팀은 ‘육면각체’는 각진 4차원 도형, ‘무한육면각체’는 무한히 많은 점으로 이루어진 4차원 도형을 의미하는 것임을 규명했다.

이외에도 연구팀은 ‘삼차각설계도-선에관한각서1’의 ‘스펙트럼’이 점표로 표현된 빛의 스펙트럼을 취해 공간을 2차원에서 3차원으로 확장시키는 장치임을 밝혔으며, ‘건축무한육면각체-AU MAGASIN DE NOUVEAUTES’의 첫 시구인 ‘사각의중의사각의중의사각의중의사각의중의사각’이 공간의 차원을 순차적으로 확장시켜 최종적으로 4차원 공간상에 존재하는 사각형을 의미함을 밝혔다.

이수정 교수와 오상현 씨는 "이 논문으로 이상의 초기시가 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4차원 시공간에서의 설계와 건축을 문학적으로 구현하려는 시도였음이 규명되었다"면서 "이번 연구는 이상의 4차원 기하학을 활용한 사유와 독창적인 상상력이 작품에 구현된 경로를 조명했으며, 이상의 난해시를 파해하기 위한 후속 연구의 디딤돌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이수정 교수는 지난 2020년 1학기에 개설한 ‘이상문학과 과학’수업에서 오상현 씨가 기말 리포트를 통해 제시한 삼차각 관련 아이디어의 중요성에 주목했고, 이후 함께 지속적인 회의와 작업을 거쳐 이번 논문을 완성하였습니다.

이번 연구는 한국어문학국제학술포럼이 발행하는 Journal of Korean Culture 54호에 2021년 8월 31일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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