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포기·청년유출 근본적 해결 필요해"...살기 팍팍한 대구 청년들
입력: 2021.09.21 09:14 / 수정: 2021.09.22 00:10
대구에 사는 청년들은 취업준비, 아파트 대출금, 차 합부금 등 팍팍한 삶을 살아가기에 추석에도 전쟁 중이다./더팩트DB
대구에 사는 청년들은 취업준비, 아파트 대출금, 차 합부금 등 팍팍한 삶을 살아가기에 추석에도 전쟁 중이다./더팩트DB

[더팩트ㅣ대구=이성덕 기자] "아파트 대출금에 차 할부 값 값으려면 명절에도 일해야 합니다."

영끌까지 해 대구 동구 한 소형 아파트를 구매한 박모씨(38)의 말이다. 그의 직업은 대구를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촬영감독이다. 직업 특성상 일반적으로 여름부터 초겨울까지 프로젝트가 많이 들어올 때라 ‘영혼을 갈아넣듯’ 촬영·편집을 한다.

"이런 긴 연휴에 정말 피곤해서 쉬고 싶을 때도 있는데 대출금, 할부금 생각하면 어쩔 수 없네요. 또 고향 내려가면 비교당하는 기분이 들어 내려가기 싫어요"

3년 전, 대구 달서구의 한 원룸에 월세로 살다가 부모님이 일부 지원해준 금액과 은행 대출을 받았다. 아파트 원금과 이자 그리고 차 할부금까지 생각하면 언제 다 값을 지 모르겠다고 한다.

"모든 게 다 상대적이라 취준생분들에게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정말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20대 프리랜서 삶으로 일이 안정적으로 안착하기 전까지는 라면이 제 식량이었고, 일이 없을 땐 휴대폰 값도 밀린 적이 있습니다. 40대를 바라보는 나이에 조금은 안정적이고 싶어 부모님 지원으로 집을 마련했고, 돌아다니는 직업이라 차도 새로 바꿨는데 대출금 생각하면 결혼은 엄두도 못 내겠습니다. 국가가 아이를 키워주지 않으면 저는 결혼 정말 못할 것 같습니다."

대구는 양질의 일자리 부족도 문제다.

20대 서울에서 영화 일을 한 이모씨(34·여)는 "31살 때 고향 대구에 돌아와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습니다. 서울과 너무 다른 점은 ‘내가 원하는 일자리’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서울은 한 분야에 경력을 쌓으면 더 좋은 환경으로 이직을 계획하는데, 대구는 경력을 쌓아서 이직을 꿈꾸기 이전에 원하는 일자리가 없고, 여기서 살아갈 방법은 그나마 창업뿐이라 생각합니다"고 밝혔다.

이어 "또 신기한 점은 대구시 산하기관이 관리하는 등 공무직, 계약직 공무원 일자리가 많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며 덧붙였다.

올해 4월 대구시 인구가 240만 명 선이 무너졌다. 특히 청년유출이 많았다. 최근 5년 동안 대구 전체 순유출 인구통계를 살펴보면 전체 순유출은 7만5천946명이고, 이 가운데 대학 졸업 연령대인 25~29세 인구 유출이 1만8천117명(23.9%)으로 조사됐다.

인구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청년 일자리 부족이다. 이에 대구시는 다양한 정책을 펼치려 하지만 실제 청년들이 체감하는 부분은 미흡하다. 점차 쇠퇴해지는 대구를 보면서 보수적이고 폐쇄적 꼰대문화를 등지고 젊은이들은 대학부터 서울로 가는 현상이 추세로 굳어진 것이다.

대구 한 국립대 교수는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서울에 취업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학생들 자신도 대구에 취업하는 경우를 먼저 생각 안 하는 것 같았다"며 "대구를 이끌어가야 할 청년들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고 결혼포기, 청년인구 유출 등은 사실상 답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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