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모 찬스?’ 박한일 전 해양대 총장 아들, 미성년 신분으로 논문 제1저자
입력: 2021.09.13 17:45 / 수정: 2021.09.14 08:12
박한일 전 한국해양대학교 총장/한국해양대 제공
박한일 전 한국해양대학교 총장/한국해양대 제공

내년 치러질 부산시교육감 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박한일 전 한국해양대학교 총장의 아들이 고등학생 신분으로 KCI(한국학술지인용색인)급 국내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고교생이 전문 학회지에 실린 논문의 공저자인 것도 이례적인데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은 특혜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18세이던 A씨는 논문의 제1저자로, 나머지 교수 2명과 대학원생 1명은 제2·3·4저자로 등재됐다.

A씨는 5년간 진행된 이 연구의 막바지 즈음 두 달간 투입돼 제1저자로 등재됐으며, 논문 게재 이듬해인 2015년 카이스트대학교에 진학했다.

◆ 고교생 참여 불가 연구에 ‘투입’

13일 <더팩트>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박 전 총장의 아들 A씨는 부산일과학고 2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4년 ‘홍게(Chionoecetes japonicas Rathbun) 껍질 색소의 항산화 활성 및 Nitric Oxide 생성억제 효과’ 논문을 썼다.

논문의 저자들은 2009년 4월부터 2014년 2월까지 5년여간 홍게 껍질 색소 성분의 항산화 활성 효과를 확인함으로써 우리나라 갑각류 껍질에 포함돼 있는 색소 성분의 중요성을 분석했다.

해당 논문에는 "본 연구는 해양수산부의 지원으로 수행한 해양에너지 전문인력양성사업의 연구결과"라는 감사의 글(acknowledgement)이 기재돼 있다.

해수부 산하 연구관리 전문기관인 한국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KIMST)은 해양에너지 분야 석·박사 전문 인력 양성을 취지로 2009년 ‘해양에너지 전문 인력양성 사업’ 공모를 진행했다.

신청 자격은 공모 분야 관련 특성화 대학이 설치된 대학, 2차년도(2010년) 내 정규과정 설치가 가능한 대학, 조력·조류·파력·해양바이오·해수온도차 관련 교과목을 3개 이상 개설 가능한 대학 등 해양에너지 관련 특성화 대학의 교수 또는 석·박사생이다.

이 규정대로라면 A씨는 당시 초등학교 6학년으로 연구에 참여할 수 없었다.

해수부 관계자는 "논문 공동 저자인 한국해양대학교 교수가 해양수산부 R&D 과제에 참여했다"며 "해당 논문의 공저자 등재 관련 사항은 동 해양대 교수에게 직접 확인하는 것이 적정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말했다.

<더팩트> 취재진은 지도교수인 B교수와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취재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박 전 총장 측은 "A씨는 고교·대학 연계 R&E 전공체험프로그램을 통해 관련 연구를 해왔었다"며 "프로그램이 끝나고도 본인이 조금 더 깊이 있는 연구를 해보고 싶어서 (논문에)참여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한일 전 한국해양대 총장의 아들이 고교생 시절 제1저자로 등재된 연구 논문.
박한일 전 한국해양대 총장의 아들이 고교생 시절 제1저자로 등재된 연구 논문.

◆ 연구 기간 5년 중 두 달 참여해 ‘제1저자?’

박 전 총장 측은 A씨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4년 1~2월 두 달여간 연구에 적극 참여했다는 입장이다.

통상 제1저자는 연구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거나 실험과 논문을 주도한 사람으로 여겨진다. 논문 업적평가에서도 제1저자는 공저자보다 높은 점수를 받는다.

이 때문에 연구 막바지에 고교생이 두 달간 투입돼 사실상 논문의 주인공인 제1저자로 등재되는 것은 특혜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게 일부 학계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학계에서는 "부모와 친분이 있는 교수의 논문에 미성년 자녀를 공동저자로 끼워 넣어 대학 입시에 활용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학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해당 논문의 제4저자인 한국해양대 해양과학융합학부 B교수는 박 전 총장의 동료이자 고등학교 후배다. 제3저자인 인제대 C교수는 박 전 총장의 부인인 인제대 D교수의 동료다.

이 논문은 2014년 게재된 이후 한 달 만에 생명광학 분야 학술지인 한국생물공학회지(KSBB Journal)에 실렸다.

A씨는 이듬해인 2015년 카이스트대학교에 진학했다.

◆ 교육부, 해양대에 감사 지시했지만 총장이 아버지

박 전 총장은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았다"며 "A씨가 이 논문의 지도교수인 B교수로부터 기여도를 높게 인정받아 제1저자가 됐다. 이 논란과 관련한 교육부 감사에서도 ‘문제 없음’으로 마무리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교육부 감사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교육부 감사는 해양대 자체 검증에 따른 결과인데다, 당시 해양대 총장은 A씨의 아버지인 박 전 총장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2018년 3월 해양대 측에 해당 논문에 대한 감사를 지시했으며 해양대는 지도교수의 소명을 토대로 A씨의 연구 참여기간, 내용, 난의도 등을 확인하고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참조해 ‘연구 부정 행위 없음’으로 결과를 보고했다.

다만 교육부는 해양대의 검증 결과에 대해 연구지원기관인 해수부의 검토를 거쳤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해수부 검토 역시 해양대로부터 감사 결과와 추가 소명자료 등을 제출 받아 진행됐다.

해양대 측은 "감사 결과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른 비공개 대상 정보로 공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tlsdms777@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