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의회, 행복주택 현장실사 건의 결의안 부결... ‘그 이면’의 민낯
  • 유홍철 기자
  • 입력: 2021.09.06 12:22 / 수정: 2021.09.06 16:46
지난 3일 순천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행복주택 사업계획 승인 신청 관련 현장실사 건의’ 촉구 결의안 채택이 무산된 배경에 시의회의 현 주소가 투영돼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영란 의원이 결의안을 설명하는 가운데 유영갑 의원이 자리에 서서 허유인 의장의 제지에 아랑곳 않고 자신의 얘기를 계속하고 하며 이 의원의 발언을 방해하고 있다. /순천=유홍철기자
지난 3일 순천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행복주택 사업계획 승인 신청 관련 현장실사 건의’ 촉구 결의안 채택이 무산된 배경에 시의회의 현 주소가 투영돼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영란 의원이 결의안을 설명하는 가운데 유영갑 의원이 자리에 서서 허유인 의장의 제지에 아랑곳 않고 자신의 얘기를 계속하고 하며 이 의원의 발언을 방해하고 있다. /순천=유홍철기자

내년 지방선거 유불리 계산한 일부 시의원 무소신, 집행부 집요한 개별 의원 설득 합작품[더팩트ㅣ순천=유홍철 기자] 전남 순천시의회가 지난 3일 오전 열린 제255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순천 조곡지구 행복주택 사업계획 승인 신청 관련 현장 실사 건의' 촉구 결의안 채택이 불발된 이면에는 순천시 의회 현주소가 부분적으로 투영되어 있다.

행복주택은 주거취약 계층인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반값 임대아파트를 제공하기 위해 조곡 저류지 배후부지인 조곡동에 임대아파트 18층 규모로 140호를 건립해서 2023년 12월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시의회는 순천시의 이같은 계획에 찬성하는 입장이었고 지난 회기 때 찬성 의결 했던 사안이다. 하지만 행복주택 위치의 부적성을 들어 일부 의원들이 대안 부지를 거론하는과정에서 다소의 잡음이 일었고 결과적으로 시의회의 민낯을 드러낸 꼴이 됐다.

6일 시의회에 따르면 이영란 의원은 제3차 행복주택후보지 선정을 위한 국토부의 서면 심의에서 "자연녹지를 해제해서 행복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선행조치로 철도 소음 등 방음 대책 마련 및 부대 복리시설과 주차시설, 경관 검토가 필요하다"는 심의위원들의 의견이 있었음을 지적했다.

국토부의 심의에서 결과적으로 '적정'으로 통보되긴 했지만 이처럼 서면으로 심의하면서도 문제점이 거론될 정도로 행복주택 위치가 부적절하니 국토부가 현장실사를 해 달라는 것이 3일 임시회에서 이영란 의원이 대표 발의한 '현장실사 건의' 촉구 결의안의 핵심인 것이다.

특히 행복주택 시행자인 한국주택토지공사는 국토부에 신청한 사업계획 승인이 이뤄지면 곧바로 착공에 들어가기 때문에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돼 '현장 실사 건의' 촉구 결의안이 3일 본회의에 상정된 측명도 짙다. 시의회는 결의안이 본회의서 통과되면 곧장 국토부, 토지공사, 전남도 등 관련 부서에 송부할 계획이었다.

당초 대안 부지를 찾으려는 이 결의안에는 14명의 의원이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원 수가 24명이어서 찬성이 과반을 넘기에 현장실사 촉구 결의안이 통과될 수 있었다. 하지만 본회의 표결결과 당초 찬성 서명했던 5명 의원이 이탈하면서 찬성자가 9명으로 줄었고 반대 의원이 10명으로 집계돼 결의안은 부결되고 말았다.

순천시가 조곡동 204-2 일대에 지을 예정인 행복주택 건설 예정 부지./ 위성항공 사진 캡쳐물.
순천시가 조곡동 204-2 일대에 지을 예정인 행복주택 건설 예정 부지./ 위성항공 사진 캡쳐물.

당초 찬성 서명한 의원 중에 이현재 의원은 본회의 당일 아침 서명자 명단에서 제외해달라고 통보한 뒤 이명옥(무소속) 의원과 함께 아예 결의안 반대로 돌아선 것으로 밝혀졌다. 또 오행숙, 남정옥 의원은 기권으로, 박재원 의원은 개인 사정으로 청가서를 내고 이날 의회에 불출석했다.

이에 대해 한 전직 도의원은 "시의원들은 특정 사안에 대해 각자의 소신과 논리에 따라 독립적으로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며 "그렇지만 찬성 서명을 해 놓고 기권이나 반대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그럴만한 사유를 시민과 유권자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찬성 서명 후 기권이나 반대로 돌아선 의원들은 "찬성 서명과 찬반 표결은 별개로 생각해서 기권했다"거나 "이미 지난 회기 때 행복주택 관련 의결이 끝난 사안을 가타부타하는 것은 자기부정으로 생각해서 반대했다"고 밝혔다. 또 "드러내놓고 말하기 곤란한 전후 사정 때문에 고민 끝에 기권했다"는 등의 나름대로 답변했다.

이들 의원들의 해명을 들여다보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이고 오히려 자기변명에 가깝다는 풀이가 가능한 대목이다. 특히 본회의 전날과 본회의 개의 날인 3일 오전까지 시 집행부가 나서 몇몇 의원들을 상대로 결의안 반대를 요청하며 집요하게 설득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시의회 주변에서는 "일부 의원들은 시장과 간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치러지는 표결에서 자신의 의지와 소신을 펼치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당장 지역구 민원을 처리하는데 집행부로부터 협조를 받기 어려울 수 있고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일정한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시장과 공무원들의 견제를 받을 경우 의회 재입성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나름의 계산에 따른 행보로 여겨진다.

이와관련, 한 전직 시의원은 "시의회 일부 의원들의 행태를 보면 개인의 이해관계와 자신의 정치적 입지만을 생각한 무소신 정치인 또는 개념없는 패거리 정치인이라는 낙인을 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 현직 시의원도 "매 회기 때마다 시정 질의와 표결 등의 의정활동 중에 당초 소신과 다른 행보를 하는 의원이 몇 명씩이 나오고 있어 당황스럽다"고 무소신 정치의 폐해를 지적했다.

forthetrue@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