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세계유산축전 안동 홍보물. 축전 행사에 빠진 '봉정사'가 표기되어 있다./안동=이민 기자 |
안동의 세계유산 4곳 중 불교유산 '봉정사'만 제외시켜
[더팩트ㅣ안동=이민 기자] 경북 안동시가 ‘2021 세계유산축전 안동’을 대외적으로 홍보하는 가운데 안동지역 세계유산 4곳 중 불교유산인 ‘봉정사’만 쏙 빼고 진행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다.
3일 시에 따르면 오는 4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2021 세계유산축전 안동’은 ‘안동의 세계유산 인류의 미래가치’를 주제로 예산 23억9000만원(국비 18억9000만원·경북도 1억5000만원·안동시 3억5000만원)을 투입해 도산서원, 병산서원, 하회마을에서 연다.
문화재청과 각 지방자치단체 등이 지난해부터 시작한 세계유산축전은 유네스코에 등재된 국내 세계유산을 주제로 전통 공연과 재현 행사, 체험 전시 등을 융합한 축제로 올해 2회째다.
지난달 백제역사유적지구(전북 익산, 충남 공주 부여)를 시작으로 이달 안동, 다음 달 경기 수원화성 및 제주 순서로 진행된다.
지난해 1회 축전에는 불교유산인 영주 부석사가 들어있었고 경주에서도 행사가 열렸다. 올해는 경주시와 영주시의 예산지원이 없어 두 도시의 세계유산은 축전 행사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세계유산을 알리는 이번 축제에 ‘안동의 세계유산 인류의 미래가치’라는 주제와 상반되게 안동의 세계유산 4곳(하회마을, 병산서원, 도산서원, 봉정사)중 불교유산인 ‘봉정사’만 빠져 세계유산이 아닌 유교유산축제가 된 셈이다.
세계유산 봉정사 전경. 불교유산인 봉정사가 안동의 세계유산축전에서 제외됐다./안동=이민 기자 |
봉정사는 ‘천년고찰’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또 성리학적 유교문화가 위세를 떨쳤던 조선시대 퇴계 이황 선생이 후학을 가르치던 정자(亭子) 명옥대(鳴玉臺)가 있어 영남 사림의 성지며 반드시 들려야 하는 순례지였다.
특히 봉정사의 인쇄문화는 불교경전과 퇴계, 학봉선생의 문집 등도 간행했다. ‘유교책판’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도 당시 목판기술을 가졌던 스님들의 공덕이 한몫했다.
또 2019년 안동을 방문한 영국의 앤드루 왕자는 봉정사 극락전 대들보를 쓰다듬으며 시간의 깊이, 지금까지 이어온 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이처럼 사상적, 정서적 교감과 교류가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봉정사가 이번 세계유산축전에서는 볼 수 없게 됐다.
이를 두고 불교계는 "정부예산으로 국내 세계유산의 가치와 의미를 알리는 행사에 유교유산만 홍보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불교유산은 한민족의 역사며 전통문화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축전이 유교유산에 대한 사업비중이 크고 불교유산의 비중이 작아 협의가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국민 혈세 23억 9000만원은 경북의 세계유산축전이 아닌 안동 유교유산 홍보 사업비가 됐다"며 "안동시가 3억5000만원으로 모든 생색을 내게 된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안동시 담당자는 "사업 초기 ‘봉정사 야행’,‘화엄의 빛’,‘조명·음악회’ 등의 프로그램이 있었으나 봉정사 측과 협의가 잘 안 돼 이번 축전에서 제외했다"며 "축전 홍보물에 인쇄된 봉정사 지명은 사업 초기에 제작한 것이라 방법이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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