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게 모르게 당한다"…중간착취의 사슬 (下)
입력: 2021.09.05 08:00 / 수정: 2021.09.05 08:00
최근 중간착취와 관련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이재환 국민의힘 경남도당 대변인./창원=강보금 기자
최근 중간착취와 관련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이재환 국민의힘 경남도당 대변인./창원=강보금 기자

이 대변인 "을이 을을 뜯어먹는 중간착취의 늪에서 벗어나야"

[더팩트ㅣ창원=강보금 기자] 노동계에서 오랜 관습처럼 자행된 '중간착취', 최근 중간착취와 관련해 방송과 언론을 통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이재환 국민의힘 경남도당 대변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아래는 이 대변인과의 일문일답.

- 중간착취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게 배경이 궁금하다.

한국일보가 연재한 ‘중간착취 지옥도’를 보고 불공정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몰라서 항의를 못하거나 생존을 위해 참을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나와 이웃들을 생각할수록 ‘이건 아니다’라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을 중의 을’, 비정규적중에서도 약자인 346만 간접고용노동자를 대상한 중간착취는 오랫동안 우리 사회 곳곳에서 창궐해왔지만 우리가 잘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어렴풋이 짐작하여도 침묵과 방관으로 인해 중간착취는 더욱 더 교묘하게 진화되고 있다.

그 결과 근로기준법 제9조 "누구든지 법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영리로 다른 사람의 취업에 개입하거나 중간인으로서 이익을 취득하지 못한다"는 중간착취의 배제는 허울뿐인 조항이 되어버렸고 중간착취는 합법적인 갈취가 됐다.

특히 중간착취에 대해 잘 모르는 노동청 관계자 및 노무 전문가들이 많다는 현실은 을이 을을 착취하는 부정의한 사회구조가 얼마나 우리에게 인숙한지 알려준다.

- 중간착취의 대표적인 사례로 무엇을 들 수 있는지.

위험의 외주화로 알려진 ‘고 김용균 씨 사건’을 조사한 특별조사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김 씨의 직접 인건비는 당초 알려진 220만원이 아니라 월 522만원으로 하청업체가 착복한 금액은 311만원에 이르렀다.

회사의 중간마진은 매우 높았지만 고 김 씨의 안전을 위한 회사의 의무이행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 뿐만 아니라 여러 명으로 구성된 팀 단위로 움직이는 건설현장에서는 하청업체와 계약한 임금에서 팀장이 중간이익을 챙기는 일명 ‘똥떼기’와 계약인원 보다 적은 인원을 파견하여 노동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착취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지자체 및 공공기관의 민간위탁업체에서도 중간착취가 만연하고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플랫폼 노동에서도 간접고용 범위를 새롭게 넓혀가고 있다. 참담한 현실이다.

- 노동자 측의 입장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중간착취와 관련해 회사 측은 파견원가나 도급비에서 뗄 수밖에 없는 세금, 고용보험 등 각종 부대비용을 공제하면 회사수익금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지만 모든 항목이 그대로 지켜진다면 착취라는 비난이 존재할 수 없다.

콜센터의 경우 원청이 사무실, 사무용품, 전화 회선까지 제공하는데 회사 측이 말하는 운영비와 관리비는 어디에 사용되는지 알 수가 없다.

아파트 경비원은 초소에 냉난방시설이 없어 개별적으로 마련하거나 주민이 버린 선풍기를 고쳐 쓰고 환경미화원은 땀을 식힐 작은 쉼터조차 제공받지 못한다.

회사의 존재 목적은 이윤추구이며 수익 창출과 유지는 회사 존립의 관건이다. 그러나 수익 창출을 위해 노동자가 흘린 땀을 과도하게 빼먹는 행위는 잘못됐다.

계약자유의 원칙이라고 해도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선은 있어야 한다.

- 사용자 책임이 있는 원청에서는 왜 중간착취를 방관한다고 보는지.

노동 문제의 핵심은 책임소재이다.

원청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과 쉬운 해고, 관리 및 책임의무로부터 자유로울 뿐 아니라 노조화까지 막을 수 있으니 중간착취를 용인하거나 방관하는 것이 미래의 리크스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다.

언제든지 필요에 따라 하청업체를 변경하면 된다.

올해 초 LG트윈타워가 10년 만에 하청업체를 교체하며 관례였던 기존 청소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거부한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명목은 ‘서비스 품질 저하’였지만 실제는 청소노동자들의 권리요구가 원인이다.

또한 많은 하청업체 대표가 원청업체 관계자이거나 친인척인 부분도 침묵의 요인이다.

노동자에 대해 책임질 필요 없는 원청과 설비나 자본 없이도 쉽게 인력 투입을 통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용역업체의 이해관계 속에 노동자만 갈수록 고통받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 중간착취를 해결할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최근 증가하는 플랫폼 노동자는 근로기준법 바깥에 있어 보호를 위한 규제가 없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추진된 표준계약서 도입은 권고사항에 불과하다.

파견법을 개정하여 ‘파견 수수료 상한 설정’, ‘파견 대가 근로계약서 명시’, ‘파견업체 위장 폐업 시 고용승계하기’ 등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지자체나 공공기관의 민간위탁 사무의 노무비 전용계좌 지급이 전국적으로 실시되어 노동자의 임금을 보호하고 중간착취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이 뿐만 아니라 원청의 무한 책임 회피를 막기 위해 1차 하청업체는 노무비 직접 지급, 2차 하청업체는 임금 지급 확인을 하는 포스코처럼 원청의 관리 감독 의무를 강화하고 사용자 범위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

이를 통해 비상식적이며 불공정한 사람장사가 우리사회에 더 이상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더 늦기 전에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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