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장이 날마다 자리를 비우는 까닭은?[TF이슈]
입력: 2021.08.31 14:46 / 수정: 2021.08.31 15:16

지난 2019년 8월 심영조 면장이 노안면의 경로당에서 주민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 나주시청 제공
지난 2019년 8월 심영조 면장이 노안면의 경로당에서 주민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 나주시청 제공

더팩트 I 나주=이병석 기자] "심영조 면장님 계시나요" "면장님은 3시 넘어서나 들어 오십니다"

아니나 다를까 4시가 다 돼서 겨우 연락이 됐다. 온종일 관내 경로당을 둘러보다 면사무소에 복귀한 것이다.

전남 나주시 노안면 심영조 면장은 면사무소에 출근해서 곧바로 관내 ‘경로당 민생 투어’에 나선다.

심 면장은 관내 경로당을 순회하며 마을 어르신들에게 문안 인사를 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노안면은 나주시에서 남평읍 다음으로 큰 면이다.

그가 찾는 노안면 내 경로당은 47개소로 경로당 간 이동거리와 면담시간을 고려하면 전부 도는 데 꼬박 20여 일이 걸린다고 한다. 20여 일마다 심 면장과 주민들이 조우하는 것이다.

줄곧 이러한 수고로움을 부임 이후 하루도 안 거르고 지켰다고 한다.

처음에 주민들은 "젊은 면장이 갓 부임해 의욕이 넘치다 보니 그러겠지..." "며칠이나 가겠어?" 하는 미덥지 않은 눈초리를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두세 달이 지나면서 비소 섞인 웃음은 사라지고 주민들은 그의 진심을 인정했다.

‘어지간한 의지로는 실행하기 힘든 일일 텐데 특별한 동기가 있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초고령화 사회다 보니 홀로된 어르신들이 제법 많다"며 "그들의 안부를 객지에 있는 자녀들 대신 살펴보는 마음"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어르신들의 고충과 마을의 숙원사업 등 여러 현안에 대해서도 폭넓은 의견을 나누니 일석이조"라고 덧붙인다. 심 면장의 행보에 주민들도 감복했는지 심지어 "공적비를 세워주자"는 여론이 한동안 일었었다.

심 면장은 주민들의 그러한 뜻에 ‘듣기 민망한 일’이라며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이 같은 생소한 시도에 대해 일각에서는 "규모가 제법 큰 면인 만큼 화급을 다투는 일들도 더러는 있을 텐데 오랜 시간 자리를 비워두는 게 과연 옳냐"는 지적도 많다.

하지만 이에 대해 주민들은 "일선 읍·면의 행정은 내부 업무보다는 현장 민원이 많은 까닭에 심 면장의 이러한 시도가 훨씬 현실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의견으로 맞선다.

심지어는 "지방선거 출마를 위한 정지작업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그의 면면에 대해 얼추 가늠해보면 그러한 의심은 허물어진다. 정년까지 한참 남은 67년생이다.

일련의 논란은 접어두고 그가 보여준 행보는 주민의 눈높이에서 사고하고 소통하려는 ‘적극행정’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대개의 농촌 지역은 초고령화 사회로 ‘지방 소멸’이라는 혹독한 단어들이 시골의 기초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자주 쓰여 지며, 그 소멸의 한 가운데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홀로 외롭고 고단하게 산다.

그분들이 서로 기대고 오순도순 사는 곳이 경로당이다. 그런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직무를 방기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공직사회의 대표적 병폐인 복지부동, 무사안일, 탁상행정 등 ‘소극행정’ 보다는 차라리 ‘과한’ 심 면장의 적극행정이 ‘민본행정’에 더 가까울 것 같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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