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여섯번째 개인전과 함께 펴낸 화문집 '결핍과 유폐' 표지 이미지와 김경주 작가(오른쪽)./김경주 페이스북 캡처 |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대학에서 제자들을 길러내며 간간이 화업을 이어온 김경주 교수(동신대학 사회문화대학)가 쌓인 작품들을 오랜만에 풀어냈다.
작가 자신은 서운해 할지 모르지만 그의 화업에 '간간이'라는 말을 앞세운 이유는 여느 화가들과는 다르게 작품을 좀체 세상에 펼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8월 2일부터 시작해 29일 그림을 내린 이번 수묵화전은 20년 만에 여는 그의 6번째 개인전이다. 56년생 작가의 삶의 궤적으로 봤을 때 화업에 대한 지나친 수줍음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는 한시도 붓을 놓지 않았다. 개인전에 더불어 펴낸 화문집 ‘결핍과 유폐’ 서문에서 그는 "나와 내 밖의 사물들 사이에 떨림이 느껴질 때, 지장들이 대발로 닥 섬유를 건져 올리듯 그 얊은 피막들을 조심스럽게 건져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작품 '누리령을 넘으며(다산 정약용)./김경주 페이스북 캡처 |
이를테면 떨림이 비로소 건져 올릴만한 정경으로 떠오를 때까지 스스로의 화업을 유폐한 셈이다.
그의 여섯 번째 개인전은 그의 생활의 터전인 대도시 광주가 아닌 전남의 소도시 강진에서 열렸다. 강진은 그의 고향이다. 가뭄에 콩나듯 한 전시를 굳이 시골 소도시에서 하느냐는 지인들의 핀잔에 대한 항변같은 작가의 속내가 화문집 ‘결핌과 유폐’의 한 폐이지 속에 숨겨져 있다.
"줄곧 내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못마땅해 한 아버지가 두 번째 개인전 전시장에 어머님과 함께 불쑥 나타나신 적이 있다. 생각지도 못한 아버지의 출현에 놀라움 반 반가움 반으로 식사를 극진히 대접했는데…뭔가를 꺼내 내 주머니에 넣어주시고는 횡하니 내려가셨다. 꺼내보니 고무밴드에 돈 이십만원이 묶여 있었다"
작가의 화업 속에서 ‘아버지의 땅’ 강진은 늘 그가 호명할 수밖에 없는 창작의 본향이기에, 오랜 침묵을 깬 개인전을 강진에 차렸을 법하다.
작품 '못댜한 사랑'./김경주 페이스북 캡처 |
작가의 이번 개인전에 부친 심광현 평론가(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또한 ‘세월을 거슬러 오르는 길의 노래’라고 그의 작품을 총평했다.
화문집 ‘결핌과 유폐’에는 작가의 글뿐만 아니라 나이를 불문하고 그의 벗으로 살아온 명사들의 글이 함께하고 있다.
미술평론가 유홍준은 "묵묵히 자기 몫을 해내는 작가"로 그를 얘기하고 있고, 이태호 미술사가는 "마르지 않는 그리움, 그리고 침묵"으로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또한 시인 황지우는 작가와의 개인사를 밝히며 "침묵의 내성적 근력"으로 그의 작품을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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