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경기 양평 서종면에 문을 연 '정인이 갤러리' /'정인이를 찾는 사람들' 제공 |
경기 양평 서종면에 21일 문 열어…추모 편지·선물·사진 등 전시
[더팩트ㅣ양평=권도세 기자]"위탁모 손에서 예쁘게 자라던 정인이가 너무나도 끔찍한 학대로 하늘로 떠난 것이 가여워 시작한 일이에요."
비가 몰아치던 21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정인이 갤러리'에 전국 곳곳에서 모인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문을 연 '정인이 갤러리'는 스스로 양부모 학대로 목숨을 잃은 정인이의 '엄마·아빠'라는 시민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갤러리 조성은 양평의 정인이 묘소를 찾아온 사람들이 두고 간 편지와 장난감, 옷 등 선물이 버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시작됐다.
정인이를 기리는 시민들의 모임인 '정인이를 찾는 사람들' 대표인 문 강(59) 씨는 "언론보도로 사건이 알려지면서 추모객이 늘었고, 묘소에 쌓인 선물들도 감당할 수 없이 많아졌다"며 "일부는 보육원으로 전달되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죽은 아이 앞으로 온 선물이다 보니 처분이 곤란한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갤러리에 추모객들이 정인이 묘역에 두고 간 장난감들이 전시되어 있다./'정인이를 찾는 사람들' 제공 |
문 대표는 "묘원 주변에 추모객들의 선물을 임시 보관하던 곳도 더는 빌려 쓸 수 없는 상황이 돼 논의 끝에 정인이를 기억하는 공간을 조성하기로 했다"며 "수십 명의 엄마아빠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정인이가 잠든 양평지역을 물색해 이곳을 2년간 쓰기로 계약했다"고 설명했다.
컨테이너 건물인 갤러리 내부 인테리어도 '엄마·아빠'들이 손수했다.
갤러리엔 정인이 앞으로 전해진 카드와 편지, 옷가지 등 선물과 함께 정인이의 사진이 담긴 액자와 그림 수십 점이 전시됐다.
중국, 대만, 마카오, 홍콩 등 해외에서 정인이에게 꽃다발을 보낸 '엄마'들의 이름과 메시지도 한편에 마련됐다.
갤러리는 누구나 무료로 방문할 수 있다.
개관 첫날인 이날 오후에만 50명이 넘는 시민이 다녀갔다.
문 대표는 "많은 비에도 불구하고 대구, 대전, 부산에서 정인이를 만나러 첫차 타고 오거나, 온 가족이 방문하기도 했다"며 "양부모가 보호자도 없는 입양아를 데리고 와 오랜 기간 잔혹하게 학대하고 살해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특히 더 분노하고 가슴 아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라는 건 두 가지뿐"이라며 "아동학대범에 대한 처벌이 더욱더 강화되는 것과 더 많은 사람이 가엾은 정인이를 생일(6월 10일)과 기일(10월 13일) 일 년에 딱 이틀만이라도 기억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는 작년 6월부터 양부모의 상습적인 학대를 받았고, 같은 해 10월 끝내 숨졌다.
법원은 양모인 장모 씨에게 무기징역을, 양부 안모 씨에겐 징역 5년을 선고했으며, 이들에 대한 항소심은 다음 달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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