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내 말이 나를 죽이고 싶을 만큼 괴롭더냐"…팔순 노모 잔혹 살해한 아들의 사연은?
입력: 2021.08.11 15:35 / 수정: 2021.08.11 15:35
지난 2020년 10월 경남 진주에서 팔순 노모를 잔혹하게 살해한 50대 아들이 항소심 선고 재판에서도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픽사베이
지난 2020년 10월 경남 진주에서 팔순 노모를 잔혹하게 살해한 50대 아들이 항소심 선고 재판에서도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픽사베이

재판부 "범행 수법 잔혹하고, 피해자 사망에 이르기까지 극심한 고통 겪었을 것"

[더팩트ㅣ창원=강보금 기자] "왜 맨날 술만 마시고 일을 안하니", "뭐 한다고 술을 그렇게나 먹느냐..."

지난 2020년 10월, 경남 진주시에 살고 있는 팔순 노모가 술에 잔뜩 취해 들어온 아들에게 한숨 섞인 꾸중을 쏟아냈다.

50대인 아들은 어지간한 일자리조차 없이 동생이 진행하는 건설공사 현장에서 겨우 일감을 받아 하루살이처럼 생활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들은 알코올 의존증후군을 앓고 있어 정신병원에도 여러차례 입원한 전적이 있었다. 특히 술을 마시면 공격적인 언행과 충동적인 폭행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그날 아들은 무엇에 그렇게 화가 난 것인지 만취한 상태로 얼굴에는 화가 잔뜩 묻어 있었다.

노모의 핀잔어린 말을 들은 아들의 눈은 순간 살기로 가득차 올랐고 노모를 마구 폭행했다.

이날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평소에도 노모에 대한 폭행이 있었지만, 이날만큼은 제정신을 차리지 않았다.

결국 노모는 그날 밤 사망하게 됐고, 이에 분을 다 삭히지 못한 아들은 "내가 어머니를 죽였다"고 동생에게 연락해 집으로 불러들여 함께 죽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이후 동생이 집으로 찾아오자 방화시도를 했지만 미수에 그쳐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제1형사부(민정석, 반병동, 이수연 부장판사)는 11일 존속살해 및 현주건조물 방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58)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재판을 열었다.

이날 항소심 재판은 A씨와 검찰측 모두 양형부당을 주장해 열리게 됐지만, 재판부는 이들 모두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을 유지한다고 판결했다. 원심에서 A씨는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집행종료일로부터 5년간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령받았다.

재판장에 모습을 드러낸 A씨의 어깨는 마치 어머니의 혼령이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것처럼 축 쳐저있었다. 그의 목소리 또한 말을 잇지 못하겠다는 듯 무언가에 매여 잠겨있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평소 어머니가 집안에 어려운 일이 있으면 동생과만 의논하는 등에 서운함을 가지고 있었다. 또 과거 가족들이 자신이 알코올 의존증을 이유로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킨 일에 대해서도 큰 불만을 품고 있었다.

원심재판부인 창원지법 진주지원 형사1부(정성호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술을 마신 상태에서 평소 불만을 품고 있던 어머니인 피해자 B(85)씨가 피고인을 나무라자 이에 격분해 피해자를 살해했다"며 "우리 형법이 직계존속에 대한 살인을 가중하여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어머니를 살해한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패륜적이고 반사회적인 범죄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피고인의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하고, 고령인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기까지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족들도 평생 치유되기 어려운 정신적 충격을 입었다"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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