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에 성희롱까지… 자가격리 전담 공무원들은 '한숨'만
입력: 2021.08.01 08:00 / 수정: 2021.08.01 08:00
부평구청 안전총괄과 직원들이 업무를 준비하고 있다. 이 부서 안전기획팀은 전담공무원과 자가격리자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지우현 기자
부평구청 안전총괄과 직원들이 업무를 준비하고 있다. 이 부서 안전기획팀은 전담공무원과 자가격리자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지우현 기자

부평구청 안전기획팀, 자가격리자 이탈 막기에 총력

[더팩트ㅣ인천=지우현기자] 지난 29일 오전 8시50분경 <더팩트>가 찾은 인천 부평구청 안전총괄과 안전기획팀에선 업무시작 전 으레 있는 분주함보단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맴도는 분위기였다.

구청 전역에 포진된 '자가격리' 전담공무원들의 컨트롤타워인 이곳은 오늘 하루도 총력을 다해 자가격리자의 이탈을 막겠다는 각오지만 녹록치 않은 현실에 만일을 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같은 경직된 풍경은 구청 관내에 자가격리자들이 많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했다.부평구는 국제공항과 항만을 품은 관문도시 인천에서도 서울과 경기도까지 잇는 '제2의 관문도시'에 속한다. 사통팔달의 요지로 손꼽히는 만큼 코로나19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는 늘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처해있다.

현재 구청이 관할하는 자가격리자는 1000여명에 달하며, 그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고 많을 때는 1400여명이 넘기도 했다.

<더팩트>는 이날 전담공무원과 자가격리자의 '소통'을 취재하려 했지만 무수히 많은 자가격리자들의 동의를 구할 수 없어 일선 업무를 총괄하는 강성협 주무관의 설명을 듣는 내부 취재로 갈음하기로 했다.

구청 회의실에 들어서자마자 강 주무관은 쓴 웃음을 지었다. 그가 털어놓는 전담공무원의 고충은 상당했다. 그는 성희롱에서부터 악성 민원전화, 배달 대행 심부름까지 고스란히 감내하면서 자가격리자의 이탈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강 주무관에 따르면 구청 소속 800여명의 공무원들로 구성된 전담공무원은 자가격리자들이 스마트폰에 설치한 '안전보호앱'과 손목에 착용한 '안심밴드'를 통해 하루 평균 3번 이상 격리지 이탈 유무를 모니터링한다. 또 불시에 전화를 걸어 코로나19 증상 유무와 불편사항을 확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과정이 매일 순탄하지만은 않다. '감금'된 상황에서도 자신을 컨트롤하는 자가격리자도 있지만 '불만' 섞인 민원을 꾸준히 제기하는 자가격리자들도 많은 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전담공무원은 격리지 이탈을 막는 것을 우선 순위로 하기에 대체적으로 자가격리자들의 요구사항을 받아주는 편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성희롱과 악성 민원전화, 배달 대행 심부름 등도 전담공무원 스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자가격리자 집 앞에 놓여진 구호물품. 사진/부평구청 제공
자가격리자 집 앞에 놓여진 구호물품. 사진/부평구청 제공

행정안전부가 개발한 '안전보호앱'도 이런 상황에 힘을 보탰다. 최근까지도 격리지 이탈 등의 오작동이 빈번해 전담공무원이 확인차 개인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면서 사실상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어체계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강 주무관은 "정식으로 보고된 성희롱 건수는 2건이다.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자가격리자를 바꿔달라는 전담공무원의 하소연에 교체가 이뤄졌다"며 "언어 폭력은 더 있을 것으로 예상은 된다. 하지만 문제가 될까봐 스스로 삭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전보호앱 오작동도 심각한 수준이다. 격리지 이탈이 아닌데도 이탈 신호가 자주 발생한다"면서 "신호가 오면 전담공무원은 확인 전화를 해야한다. 결국 휴대폰 번호가 노출될 수 밖에 없고 나중엔 사적인 부탁 등의 악성민원도 오게 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자가격리자와 전담공무원의 전쟁같은 소통의 후유증은 고스란히 안전기획팀으로 전가된다. 어떻게든 원할한 소통을 이끌 수 있도록 다양한 대비책을 고심해야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더 많은 확진자가 나오지 않게 관내 전역에서 신고되는 사회적거리두기 위반 현장도 점검해야 한다는 것.

강 주무관에 따르면 안전기획팀은 현재 민원대응전담팀을 구성해 평일, 주말 구분없이 주야로 신고되는 현장에 출동한다. 하루 평균 신고되는 건수는 20여건으로, 이동시간까지 감안하면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현장 점검에 쏟아붓고 있다.

강 주무관은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에 가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적발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어떻게든 저희는 사적인 모임을 막아야 하니까 최선을 다하는 수 밖에 없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마지막 방법이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가격리 이탈은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적용된다. 적발된 뒤 후회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다"면서 "감금 생활이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되는만큼 참아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infac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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