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주요 3단체 회원들이 지난 1월 7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적인 5.18공법단체 구성에 공동으로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밝혔지만 문흥식 5.18구속부상자회 회장(맨 왼쪽)이 학동 철거참사 비리연루 혐의가 드러나자 미국으로 도피중이며, (사)5.18유족회(가운데)가 보조금 횡령 의혹에 휩싸이는 등 파란이 일고 있다. /광주=박호재 기자 |
뒷돈 챙기기 수법으로 후원금 조성…보훈처 “위법‧부당 사실 확인되면 반환조치 하겠다”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5.18 주요 3단체 중의 하나인 (사)5.18유족회가 국가보훈처와 광주광역시청으로부터 지원받은 각종 보조금을 횡령한 의혹이 잇따라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유족회 공식 계좌가 아닌 특정인의 차명계좌를 사용해온 정황도 드러나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족회와 무관한 특정인의 계좌를 통해 추모제 자원봉사자들의 개별 인건비 32만원 중 27만원(5만원 공제)이 입금된 정황이 지난해 9월 말께 유족회 SNS 단체방에서 드러났다.
또 유족회는 지난해 보훈처로부터 정기총회, 나눔의 행사, 워크숍, 임원연수, 송년한마당 행사 명목으로 보조금 5600여만원을 지원 받은 후 일부 보조금을 유용 횡령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5.18유족회의 보조금 유용 의혹은 지난해 5.18행사위원회 지원 사업에서도 드러났다. 유족회는 지난해 광주광역시청이 지원한 제40주년 5.18행사위원회 예산 중 ‘5.18민주화운동 사진첩 제작’ 비용으로 2천만원을 보조금으로 받아 A업체에 제작을 의뢰한 후 해당 업체로부터 500만원을 되돌려받아 챙긴 의혹도 사고 있다.
또한 5.18행사위가 지원한 '40주기 추모의 꽃' 보조금 2400만원에서도 910여만원을 뒷돈으로 챙겼으며, 해마다 유족회가 특정 언론사와 진행해온 ‘5.18민주화운동 그림글짓기 대회’에서도 지난해 250만원의 후원금을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도 유족회는 사단법인이기 때문에 수익사업을 진행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개별 이사들이 초기 투자비용을 투자하여 스카프 사업을 진행, 수익금을 후원금으로 조성했다.
유족회는 올해 41주년 행사에서도 5.18행사위원회에 국립5.18민주묘지 묘비 1천기에 ‘오월영령을 위한 스카프달기’ 사업 명목으로 700만원을 신청해 지출했다. 이에 대한 보조금 정산 내역과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최근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지난해 5.18유족회 간부들이 광주광역시가 보조금으로 지원한 해외봉사 비용을 코로나19를 이유로 국내로 돌려 전남 영암 한 복지시설 방문과 지원 명목으로 1500만원을 지출한 후 수백만원의 뒷돈을 챙긴 사실도 확인돼, 보조금의 불‧편법 운영이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같은 유족회의 국가보조금,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유용 횡령 의혹에 대해 5.18단체 안팎과 유족회 일부 회원들은 "관행이라는 이유로 각종 보조금을 유용하고 이 과정에서 차명계좌까지 사용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심각한 범법행위"라며 "국가보훈처와 광주광역시의 철저한 감사와 이에 따른 행정적 법적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마다 유족회 예결산 회계자료가 보훈처와 광주광역시에 제출됐지만 불법적인 뒷돈(후원금) 조성 내역 등에 대해서는 한 번도 지적을 받지 않았다"며 "느슨한 회계 점검을 해온 국가보훈처와 광주광역시청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다수의 의혹이 제기되자 일부 회원들은 "이사회 회의와 총회 자료 등에서 드러난 보조금 유용 및 횡령 의혹에 대해 사법당국에 고발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광주시민과 국민들에게 공개할 계획"이라며 "이번 보조금 횡령 의혹을 계기로 5.18유족회 등 관련 단체들이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단체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 회원들은 또 "보조금 유용 및 횡령 의혹이 언론에서 제기된 가운데 지난 16일 5.18유족회 집행부와 이사회가 공법단체설립준비위원회(설준위) 회의를 갖고 김영훈 유족회장을 설립준비위원장으로 선출했다"며 "불법적인 보조금 횡령 의혹에 대한 따가운 여론과 상반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유족회의 도덕 불감증을 비난했다.
또 이들은 "국가보훈처는 각종 보조금 횡령 의혹을 감사하여 만약 관련자가 공법단체 설립준비위원으로 활동할 경우 자격박탈과 함께 현 설립준비위원회의 무효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일부 회원들의 의혹 제기에 대해 김영훈 5.18유족회장은 지난 17일 "일부 후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잘못을 인정한다. 시민과 모든 분들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밝히며 "유족회가 사단법인이라는 법적 한계 때문에 수익사업을 할 수 없어서 각종 운영비와 간사 인건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후원금을 만들어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김 회장은 "각종 후원금 조성은 이사회 회의에 정기적으로 보고하면서 내부적으로 추인을 받아서 지출해왔다"며"이러한 사단법인의 한계를 극복하고 5.18단체가 운영비와 인건비를 지원 받을 수 있고, 수익사업을 할 수 있는 공법단체 설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조금 횡령 의혹에 따른 5.18유족회의 현재 공법단체 설립준비위원회 구성과 설준위원 자격유무 논란에 대해서도 김 회장은 "국가보훈처의 승인여부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시 5.18단체 지원부서 관계자도 "지난해 5.18유족회가 임원 해외연수 행사를 코로나19 때문에 전남 영암 한 복지시설 봉사활동으로 변경한 사업 과정에서 후원금 수백만원을 조성한 의혹에 대해 면밀하게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잇따라 제기된 5.18유족회의 각종 보조금 유용 및 횡령 의혹에 대해 5.18단체의 자성과 성찰을 바라는 여론이 높은 가운데 국가보훈처와 광주광역시청이 어떤 후속조치에 나설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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