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부 "괴롭힘 당했어도 생명을 영원히 박탈할 이유 없어"[더팩트ㅣ창원=강보금 기자]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 말이 있다. 지속적인 괴롭힘과 폭력·폭언에 보복하기 위해 중범죄를 저지른 20대 남성에게 선고된 징역 15년형이 14일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도 유지됐다.
그러나 재판장의 피고인 석에 선 그의 표정은 너무나 담담했다. 죄를 지었으나, 죄를 값았다고 말하는 듯 보였다.
지난해 9월 경남 남해군 남해읍의 한 원룸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피고인 A(21)와 피해자 B씨는 동갑내기 대학동기였다.
A씨와 B씨는 남해의 한 도립대학교에서 만나 친분을 쌓게 됐고, 월세 절반을 내겠다는 B씨의 부탁에 지난해 5월부터 A씨의 자취방에 함께 살게 됐다.
하지만 A씨는 B씨를 집에 들인 것을 곧 후회하게 됐다. B씨는 월세를 내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A씨를 때리거나 고인이 된 A씨의 부모를 빗댄 욕설을 하는 등 A씨를 육체적, 정신적으로 괴롭혔다.
약 4개월간 동거하면서 지속적인 괴롭힘과 폭력을 당한 A씨는 B씨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살인'을 계획했다.
A씨는 과거 자신이 종업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했던 식당에서 흉기를 훔쳐 장롱 위에 숨겨 놓았다.
며칠을 그렇게 장롱 위에는 서슬이 푸른 흉기가 날카롭게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사건 당일인 9월 7일, 아무것도 모른 채 B씨는 A씨에게 불현듯 레슬링을 하자며 시비를 걸었고, 이에 A씨는 마지막으로 B씨에게 "집에서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폭력과 부모를 빗댄 욕설이었다. 결국 A씨는 장롱 위에 놓아두었던 흉기를 꺼내 방바닥에 누워 있던 B씨를 수차례 찔러 숨지게 했다.
이에 지난 2월 20일 1심 재판부인 창원지법 형사2부(이정현 부장판사)는 살인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원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고인을 괴롭혔다 하여도 타인의 생명을 영원히 박탈하는 살인범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가장 중대한 범죄"라며 "하지만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사건 범행 직후 수사기관에 자수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1심 선고 이후 검찰과 피고인 측은 양측 모두 양형의 경중을 이유로 항소했다. 다만 14일 열린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양측의 양형부당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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