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경남 김해에서 직장상사의 폭행으로 사망한 응급구조사의 유족들이 1심 재판 이후 법정을 나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창원=강보금 기자 |
유족들 "폭력 전과 8범이 응급구조단 운영 말도 안돼"
[더팩트ㅣ창원=강보금 기자] 지난해 12월 24일 경남 김해의 한 사설 응급구조단에서 부하직원인 응급구조사를 때려 숨지게 한 구조단장에게 징역 18년이 선고됐다.
창원지법 제2형사부(이정현, 이학근, 강동관 판사)는 살인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3)씨에 대해 징역 18년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아울러 A씨에게는 10년간 위치추적 전자발찌 부착 명령도 내려졌다.
A씨는 지난해 12월 24일 오후 1시쯤 자신이 운영하는 김해의 한 사설 응급구조단 사무실에서 부하직원 B(44)씨를 장시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씨는 12시간 가량 주먹과 발로 폭행해 생명에 지장을 겪고 있는 B씨를 다음날 오전까지 사무실에 그대로 방치한 채 하룻밤을 보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전날부터 굶은 B씨를 뒤로 하고 치킨을 시켜먹기도 했다.
이후 B씨의 의식이 희미한 것을 알고도 25일 오전 9시 50분쯤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B씨를 회사 구급차에 태워 B씨의 주거지 인근으로 데려간 잔혹함도 보였다.
또한 A씨와 함께 A씨의 아내이자 응급구조단 법인 대표인 C(33)씨, 본부장 D(38)씨, C씨의 지인 E(30대)씨 등은 이같은 사실을 알고도 B씨를 차량에 옮기는 과정을 돕는 등의 혐의(살인 방조 등)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 됐다.
경찰과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5년간 함께 일한 B씨를 최근 2년간 상습적으로 폭행 및 학대, 강요, 심리 지배(가스라이팅), 임금체불 등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사건의 전말은 매우 끔찍했다. 사건은 A씨의 범행 하루 전인 23일 B씨가 낸 차 사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A씨가 불만을 품으며 시작됐다.
당시 사건 현장을 녹음한 음성파일에서 A씨는 "너 같은 XX는 그냥 죽어야 한다"며 욕설을 하고 여러 차례 B씨를 때렸다. 장시간 욕설과 폭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B씨는 "죄송합니다", "똑바로 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울먹이고 있었다.
이 사건으로 B씨는 얼굴과 갈비뼈에 심한 골절상을 입고, 배 등 여러 부위에 다발성 출혈이 발생했지만 이를 방치해 끝내 숨지고 말았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건 당일 밤 10~12시 사이 피해자의 외관상 상태를 보았을 때 사망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응급구조단을 운영하는 사람이 이를 모를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며 살인의 고의성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8차례의 폭력 전과가 있음에도 12시간 동안 전신구타하는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했다. 이는 충분히 범행이 대담하고 잔인하다고 보여진다"며 "또한 범행 이후 증거인멸을 하려는 시도와 유족들이 엄벌을 요구하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라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재판장을 나온 유족들은 눈물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피해자의 동생들은 "너무 억울하다. 그냥 사고도 아니고 12시간 동안 고통스럽게 사람을 때려 살해했는데 겨우 징역 18년을 받을 수 있느냐"며 "지난 5월 아버지도 이 일때문에 잠을 못 주무시고 괴로워하다 세상을 떠나셨다. A씨는 두 사람을 죽인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눈물을 훔쳤다.
한편 이날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범죄 이력을 들은 유족들은 "어떻게 폭력 전과 8범인 사람이 사람을 구하는 응급구조단을 운영할 수 있느냐"며 "이같은 점은 나라에서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무기징역을 받아도 시원찮다. 끝까지 항소해 엄벌에 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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