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물바다로 변한 익산 재래시장…상인들 '망연자실'
입력: 2021.07.06 22:49 / 수정: 2021.07.06 22:49
6일 익산시 창인동 재래시장이 빗물에 잠겼다. /익산=이경민 기자
6일 익산시 창인동 재래시장이 빗물에 잠겼다. /익산=이경민 기자

"빗물이 순식간에 차올라 신발도 벗어두고 몸만 빠져나왔다"

[더팩트 | 익산=이경민 기자] 6일 오전 전북 익산시 창인동의 재래시장. 물바다로 변한 이곳 상가 곳곳에서 상인들의 한탄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상가 골목 바닥에는 주인을 잃은 빗물에 떠밀려온 시장 상품들이 쓰레기와 함께 나뒹굴고 있었다.

전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익산에는 전날(5일)부터 110mm가 넘는 강한 비가 내렸다.

매일시장의 한 상가 안에는 110㎜가 아닌 성인 허벅지 높이의 흙탕물이 판매 상품들을 집어삼켰다. 어찌된 일인지 사연을 물어보았다. 한 상인은 "손님들이 밥을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무섭게 빗물이 들이닥쳐 10분도 안 돼서 물이 차 올라 신발을 신을 겨를도 없이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상인은 "전자제품들이 가동되고 있었는데 누전으로 인한 화재나 감전사고가 안 나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상가 안에 쌓인 빗물과 함께 흙탕물을 뒤집어 쓴 식탁과 의자, 냉장고 및 판매 상품 등은 이들의 노동의 강도를 암시하고 있었다.

중앙시장 한 상인은 "이곳에서 30년을 넘게 살았지만, 비가 허리까지 찬 것은 처음이다.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치우고 있지만, 앞으로 꼬박 한 달은 치워야 할 것 같다"고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였다.

수마가 할퀸 상품들의 폐기 여부는 오로지 주인의 손에 달려 있어, 복구 작업이 더뎠다.

손님으로 북적거려야할 시장 한복판이 사라지고 흙탕물의 실개천으로 변해있었다.

6일 오전 익산시 창인동의 재래시장에서 배수 작업을 진행하는 펌푸기에서 폭포수 같은 빗물이 쏟아지고 있다. /익산=이경민 기자
6일 오전 익산시 창인동의 재래시장에서 배수 작업을 진행하는 펌푸기에서 폭포수 같은 빗물이 쏟아지고 있다. /익산=이경민 기자

폭포수 같은 빗물을 12시간 넘게 뿜어내고 있는 펌프기도 밤을 지새웠다고 행정당국 관계자는 설명해줬다.

점심 시간을 알리는 밥차가 도착해 컵라면부터 나눠주기 시작했다.

밤새 복구 작업을 하던 상인들이 허겁지겁 컵라면을 들이켰다. 그 사이 약한비가 컵라면 속으로 떨어졌다.

라면을 먹던 한 상인은 이곳 시장이 KT 공사로 인해 배수시설에 문제가 생겼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시장 한쪽 골목에서 빗물이 역류돼 재래시장이 욕조 처럼 물이 차 올랐다. 익산시 관계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맨홀 뚜껑을 제거하니 그때서야 물이 빠지기 시작했다"고 말하며 정확한 원인 조사를 촉구했다.

6일 오전 11시 30분쯤 익산시 창인동 재래시장앞에 수해 피해를 입은 상인들을 위한 밥차가 도착했다. /익산=이경민 기자
6일 오전 11시 30분쯤 익산시 창인동 재래시장앞에 수해 피해를 입은 상인들을 위한 밥차가 도착했다. /익산=이경민 기자

scoop@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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