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서문앞에 건설중인 이슬람 사원은 경북대에 다니는 이슬람 대학원생들을 위해 지난해 12월 3일 착공했으나 주민들의 항의로 올해 2월 16일 공사가 중단된지 130여일이 지났다./ 대구=박성원 기자 |
경북대 서문앞 이슬람 사원 공사현장 앞에 걸려있는 주민반대 현수막 / 대구 = 박성원 기자 |
[더팩트ㅣ대구=박성원 기자] 올해 대한민국을 뒤흔든 최고의 이슈는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 선출이다. 국회의원 경력도 없은 30대 청년이 제1야당 당대표가 된 것은 변화와 개혁을 갈망하는 국민들의 민심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준석 당대표는 국민의힘의 본산인 대구경북권 합동연설에서 "여러분은 다른 생각과 공존할 자신감이 있으십니까"라며 유승민 계파 논란에 정면대응했다. 유승민 계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배신자 프레임으로 대구경북(TK)지역에서 여론이 나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준석 당대표 선출은 ‘탄핵의 강’을 건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도 국민의힘에 입당할 수 있는 명분까지 줬다. 보수를 표방하는 국민의힘에 국민의당 안철수, 개혁보수를 주창하는 바른정당 복당파와 윤석열까지 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품이 넓어지게 된 것이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포용과 타협을 통해 새로운 출발을 내딛고 있다. 이처럼 ‘다른생각과 공존’이라는 시대적 명제를 만들어낸 대구에서 자신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정상적인 공사를 중단시키고 함께 살지 못하겠다는 주장은 상당히 생경해보인다.
경북대 서문앞에 건설중인 이슬람 사원은 경북대에 다니는 이슬람 대학원생들을 위해 지난해 12월 3일 착공했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올해 2월 16일 공사가 중단된지 130여일이 흘렀다.
북구청은 지난 3월 24일 주민들과 사원 건축주 등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열었고, 6월 16일 2차간담회를 열었지만 서로간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
2차 간담회에서는 북구청이 사원 예정지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제안도 했지만 또 다른 논란까지 낳았다.
이슬람 사원 건축주측은 북구청의 이전 제안을 다른 이전지를 마련해주겠다는 것으로 이해했는데 북구청의 입장은 이전지는 이슬람 사원측이 알아서 구하고 현재 건축중인 부지를 매입해서 주차장이나 공공시설등의 시민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일방적으로 주민들의 입장만 대변한 안이었다.
북구청이 이전지를 마련해 주는 것 까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주민들의 편의만 봐주는 제안이라는 점에서 이슬람 사원 측은 반발하고 있는 입장이다. 결국 지금 있는 곳을 떠나라는 것이지만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할 곳을 찾기란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5일 장혜영 국회의원이 대구를 찾아 차별금지법 제정 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가지고 배광식 북구청장과 40분 정도 비공개 면담을 갖고 이슬람 사원 건립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라고 요구했지만 북구청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들었다고 한다.
정의당 김지훈 사무처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배광식 북구청장과 40분 정도 면담하는 시간동안 기존자리는 북구청에서 매입해 줄 수 있다. 다른 이전 자리는 이슬람 사원 측에서 알아봐야 한다는 원론적인 얘기만 오갔다"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장혜영 의원이 '북구청의 과도한 행정조치로 건물을 지으려는 사람들의 재산권을 침해 한 것'이라 지적했다"며 "구청이 민원에만 촉각을 곤두세워 갈등을 중재하는 것이 아니라 한 쪽편만 들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슬람 사원측이 지역 주민들과 불화를 겪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데 법적으로 가면 이슬람 건축주측이 유리하다고 변호사 자문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슬람 사원측은 당초 민원이 들어와 공사가 중단되자 주민들의 요구대로 2층으로 계획되어 있던 규모도 1층으로 줄이고 향신료나 소음등에서도 최대한 협조 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반대하는 주민들은 이슬람 사원 건립 취소 외에는 받아들일수 없다고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또한 북구의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북구청이 이슬람 사원 건립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하라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주민들의 의견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입장으로 나눠져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구에는 이슬람 11곳이 운영 중에 있지만 기존의 사원 건립 과정에서 주민들과 갈등을 야기한 사례는 파악된 것이 없다. 11곳 중 5곳이 위치한 달서구의 경우에도 건축 과정에서 벌어진 갈등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달서구 관계자는 "달서구에 5곳의 이슬람 사원이 있지만 소음이나 냄새등의 민원은 전혀 없으며 외부만 봐서는 일반 주택과 같다"고 말했다.
이슬람 사원 건립 중단 문제는 현재 국가인권위원회까지 진정서가 들어갔다. 지난 6월 16일 인권시민단체가 서울 국가인권위와 대구 국가인권위 사무소 앞에서 이슬람 사원 공사 중지에 대한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북구청이 인종차별, 종교탄압을 하고 있다며 북구청의 공사중단 조치가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역주민들과 보수 기독교 단체까지 반대를 하고 있어 북구청이 인권위가 시정 권고를 하더라도 수용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사원 건축주들이 구청의 행정처분을 법적으로 문제 삼아 소송을 진행하는게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겠으나 오히려 주민들과 더 큰 갈등을 불러 올 수 있어 쉽지 않은 선택이다. 결국 주민들이 현실적으로 수용 가능한 방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전혀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합의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시간이 계속 간다면 결국 법적 공방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법원이 이슬람 사원측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으로 불편한 동거만 가능할 할 뿐 더불어 살지는 못한다.
포용과 타협으로 국민의힘이 '탄핵의 강'을 건너 많은 야권 대선후보들이 함께 나설수 있는 장을 마련한 것처럼 대구 시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포용과 타협의 정신을 발휘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시대 정신을 구현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