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생명 구한 '의로운' 시민과 소방관… 주민들 "진정한 영웅입니다"
입력: 2021.07.01 10:34 / 수정: 2021.07.01 10:34
지난 27일 오후 11시경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A원룸에서 미추홀소방서 구조대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고 있는 시민을 찾고 있다. 사진/지우현 기자
지난 27일 오후 11시경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A원룸에서 미추홀소방서 구조대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고 있는 시민을 찾고 있다. 사진/지우현 기자

이경훈 소방사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데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

[더팩트ㅣ인천=지우현기자] 지난달 27일 오후 11시경. 적막에 잠긴 인천시 미추홀구 용현동의 한 원룸가 인근에서 느닷없이 소방차들의 사이렌이 울려퍼졌다.

화재와 구조, 구급을 위해 '펌뷸런스'(펌프차·앰뷸런스 합성어) 시스템으로 출동한 7여대의 소방차들이었다. 소방당국의 요청으로 함께 출동한 경찰차 2대는 골목 안쪽과 진입로에 각각 정차해 구조현장 진입 차량을 막았다.

평상시엔 보기 드문 광경이어서 그런지 인근을 지나던 주민들이 하나, 둘 주택가 골목을 채운 7여대의 소방차 앞쪽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소방차에서 내린 대원들은 신고가 접수된 A원룸 현장을 둘러보곤 극단적인 선택이 진행 중인 것을 직감한 듯 곧바로 구조, 구급 등으로 분산돼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두꺼운 방화복을 입은 구조대원들은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하고 있는 입주민을 찾기 위해 수차례나 건물 3층부터 지하까지 오르내렸다. 만약을 대비해 원룸 안에 있던 주민들도 대피시켰다.

3~4분도 채 되지 않아 구조대원 중 한 명이 밖으로 나왔고, A원룸과 현장에 몰린 시민들을 상대로 특정 호수 입주민이 있는 지를 확인했다. 반응이 없자 곧바로 소방차 위로 아슬하게 올라가더니 불이 꺼진 창문들을 유심히 바라봤다.

잠시 후 "찾았다. 보인다"는 외침과 함께 구조대원이 내려와 건물 안으로 사라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4명의 구조대원이 신음하는 20대 여성을 담요로 감싸안고 내려왔다. 여성은 곧바로 현관 앞에 대기 중이던 구급차에 실려 인근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됐다. 모든 시간이 20여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시민 B씨는 "시민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쏟는 구조현장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하기까지 했다"며 "소방대원들이 존경받아야 하는 이유를 직접 보게 된 현장"이라고 말했다.

1일 인천소방본부(본부)에 따르면 이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여성이 무사히 구조될 수 있었던 이유는 A원룸 입주민 여러명의 신고가 있어 가능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었던 미세한 연기에도 동시다발적으로 신고가 있었다는 게 본부의 설명이다.

본부 관계자는 "당시 접수된 신고 현황을 보면 A원룸 입주민 몇 분이 신고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미세한 연기가 난다는 신고 내용으로 극단적인 선택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았고 이에 빠른 구조가 가능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더팩트>는 당시 신고했던 '의로운 시민'들을 만나기 위해 본부에 연락을 요청했지만 이들은 한사코 "이웃주민으로써 당연한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에 나섰던 대원들도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소방관으로서 할 일을 한 것"이라며 인터뷰를 한사코 거절했다.

설득 끝에 구조대원 대표로 인터뷰에 나선 미추홀소방서 신기119안전센터 이경훈 소방사는 "당시 상황으로 극단적인 선택임을 직감했다. 혹시 모를 화재를 대비해 집안에 있던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한편, 요구조자를 찾는데 주력했다"며 "다행히 불이 꺼진 창문 안쪽으로 사람이 보였고 무사히 구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출동 현장에서 극단적인 선택이 진행된 경우를 종종 본다. 심적 부담이 적다고는 할 수 없지만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소방관으로서 모든 대원들은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신고해야 할 상황이 온다면 주저하지 말고 신고를 부탁드린다.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데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한편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 시민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것은 2018년 2521명, 2019년 2642명이다. 2019년 기준으로 보면 하루 평균 7명의 시민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려고 한 것.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이웃세대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의 적극적인 구조에 목숨을 건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과정 등 정확한 내용은 대외비 자료라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도 "집계된 건수 중 상당수가 신고에 따른 구조인 것은 맞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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