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잡월드 위탁운영사 선정 ‘특정업체 밀어주기’ 의혹
입력: 2021.06.24 13:59 / 수정: 2021.06.25 21:55
오는 10월 개원하는 순천만잡월드 위탁운영사로 지역 중소기업으로 선정된 것과 관련 특정회사를 밀어주려는 검은 손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돌고 있다. 특히 상당한 적자가 예상되는 잡월드 운영위탁을 중소기업이 맡게 됨에 따라 향후 잡월드가 순조롭게 운영될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더팩트DB
오는 10월 개원하는 순천만잡월드 위탁운영사로 지역 중소기업으로 선정된 것과 관련 특정회사를 밀어주려는 검은 손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돌고 있다. 특히 상당한 적자가 예상되는 잡월드 운영위탁을 중소기업이 맡게 됨에 따라 향후 잡월드가 순조롭게 운영될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더팩트DB

20억 연매출 소기업 A업체가 2000억 매출 대기업 B업체 따돌리고 선정, 곳곳 ‘로비작용 흔적’

[더팩트ㅣ순천=유홍철 기자] 전남 순천시가 오는 10월 중순 개원하는 순천만잡월드 위탁운영사(대행사) 선정 과정 곳곳에 '검은 손'이 작용한 의혹이 일고 있다.

순천만잡월드 위탁운영 예산은 오는 2023년 말까지 2년6개월 사업기간에 36억8400만원이다.

지난 18일 순천만잡월드 위탁운영사 선정을 위한 제안공모 입찰결과, 중소기업인 A업체가 대기업 KBS미디어를 따돌리고 위탁운영사로 선정됐다.

문제는 중소기업 A업체로 결정되기까지 ▷제안서 평가위원들의 평가점수 A업체 일방적 몰아주기 ▷프리젠테이션 현장의 편파적 질문과 분위기 조성 ▷제안서 평가위원 선정 과정 의혹 ▷순천시의 입찰공고 내용 변경 ▷순천시 담당 부서의 공정과 정의에 대한 소극적 태도 등 일련의 과정에서 특정업체를 밀어주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포착된다는 점이다.

이번 운영사 선정은 회사 규모와 실적, 신용도 등을 평가하는 정량평가 20%, 가격평가 10%와 사업제안서 평가위원이 프리젠테이션 현장에서 심사하는 정성평가 70%를 합산해서 위탁운영사를 정했다.위탁운영사 선정은 결국 정성평가를 담당하는 제안서 평가위원의 손에 달려있는 형국이다

이번 순천만잡월드 위탁운영사 입찰에는 연간 매출액 20억원 안팎인 광주 소재 A업체와 연 매출액 2300억 수준인 KBS미디어 두 회사만이 입찰에 참여했다.

사업제안서 평가위원 8명이 일방적으로 A업체의 손을 들어줘 8대0으로 새우(소기업)가 고래(대기업)를 삼켜버린 결과여서 탈락업체는 물론 동종업계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을 넘어 갖가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평가위원별 정성평가 표를 보면 8명의 평가위원 중에서 2명의 위원이 수행계획, 인력운영, 운영능력, 회계관리, 기타 등 5개 항목 모두에 만점을 줘서 A업체가 70점 만점을,KBS미디어에 모든 항목에 최하점을 준 결과 49점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회계관리 항목에 대해 8명 중에서 7명의 위원들이 A업체에 20점 만점을, B업체에 최하점인 14점을 똑같이 줬고 나머지 한 명만이 A업체에 18.2점,KBS미디어에 15.8점으로 다소 다르게 평가했을 뿐 역시 A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한 마디로 대기업인 KBS미디어는 중소기업인 A업체에 비해 모든 항목에서 뒤졌고 회계관리 항목에서조차도 일방적으로 뒤쳐졌다.

이에 대해 탈락업체인 KBS미디어측 관계자는 "‘첫 질문에 나선 한 평가위원이 전체 면적이 얼마나 돼냐’ 식의 수치가 가미된 돌발질문으로 분위기를 흐리더니 급기야 평가위원장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인데 돈벌이에 치중하는 상업적 접근이 바람직 하냐’ 식으로 몰아세우는 질문과 분위기를 호도하는 식의 질문이 이어져 상당히 당황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순천만잡월드는 직업교육적 측면도 중요하지만 연간 많게는 수 십 억원의 적자를 내는 운영 구조이기에 후원업체 동원력과 운영회사의 자본력이 중요할 수 있는데도 평가위원들의 질문으로 볼 때 편파적으로 끌고가고 있구나 하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동종 업계 관계자는 "광주 소재 소기업이 위탁운영할 경우 적자 폭을 줄일 관건인 유수한 기업체를 후원업체로 동원하기가 쉽지 않을 것인데 잘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순천시 관계자는 이와관련 "프리젠테이션 현장에서 평가위원들이 특정 회사의 기를 죽이고 분위기를 한 쪽으로 끌고 가는 식으로 진행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더팩트>는 평가위원들의 발언과 질문이 편파적이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당시 현장 녹음 자료를 듣고자 했으나 담당 공무원은 아무런 법적 근거없이 이를 거부했다. 녹취를 풀어 쓴 한글 파일 자료라도 요구했으나 역시 수용하지 않았다.

2021~2023년 순천만잡월드 위탁운영 제안서 평가를 위해 순천시 담당자가 회의 직전 회의장을 정리하고 있다. /순천=유홍철 기자
2021~2023년 순천만잡월드 위탁운영 제안서 평가를 위해 순천시 담당자가 회의 직전 회의장을 정리하고 있다. /순천=유홍철 기자

이같은 평가점수가 특정회사에 쏠리고 평가회의가 편파적으로 운영됐다는 식의 불만이 나오는 것은 평가위원 선정에서 근본적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순천만잡월드 운영위탁사로 선정된 A업체 뒤에는 광주 소재 D업체가 실질적 운영회사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평가위원에 수 십 명에서 수 백 명이 응모할 경우 3배수로 압축하는 것은 순천시의 역할이다. 이번 잡월드의 평가위원 8명의 3배수인 24명 평가위원 후보자 대다수를 특정 업체가 심어놓은 심사위원으로 선정할 경우 이들 중에서 최종 8명의 평가위원을 응찰한 두 회사가 무작위로 추첨하더라도 특정회사와 연관된 평가위원으로 채워질 수 있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순천시의 행보도 석연찮다. 순천시는 지난해 말 순천만잡월드 운영위탁 제안공모 입찰공고를 내서 지난 1월에 입찰에 4개 업체가 응찰했으나 제안서 평가 직전에야 코로나19 여파 등을 이유로 입찰을 취소했다.

당시 입찰공고에는 ‘어린이·청소년 체험시설 운영 실적’ 입찰자격으로 단일 사업 5억 이상 실적에다 공동수급을 허용하는 내용이 등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 5월 재공모에서는 운영실적이 이전 5억 보다 상향된 10억으로 제한을 대폭 강화했고 공동수급(공동 이행) 방식을 허용치 않았다. 이 때문에 2개 업체만이 응찰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는 여러 업체가 참여했을 때 보다는 평가위원에 대한 로비작업이 수월하게 해주는 꼴이 됐고 특정회사로 쏠리는 평가점수가 나올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줬다는 비판이 나온 배경이다.

특히 순천시가 평가위원에 대한 심사를 형식적으로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평가위원 8명 중에서 소 모씨의 경우 평가위원으로 적절하냐는 의문을 낳고 있다. 강원 소재 대학 겸임교수를 하고 있는 소 씨의 경우 조명 특수효과 전문가이다. 이번 평가위원 모집 분야인 ▷아동 및 청소년(교육,진로,상담) ▷운영(체험관,박물관,전시관 운영) ▷회계 및 노무(회계관리 및 인력운영) 등 3개 분야 중에서 어디에 해당하기에 평가위원으로 선정됐는지 의문이다.

순천시 관계자는 "소 씨가 운영쪽에 해당해서 선정했다"고 답했다. 체험관, 박물관, 전시관 등을 운영한 실적이 있었느냐는 계속된 물음에 "문화컨텐츠 박사가 아니냐"고 얼버무렸다.

평가위원 소 씨의 예를 보듯이 평가위원에 대한 심사도 꼼꼼하게 진행하지 않는 등 순천시의 공정한 업무에 대한 의지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업계 안팎에서 "순천시가 특정회사 편의를 봐 주기식으로 운영한 단편이 바로 입찰공고 내용 변경과 평가위원 선정에서 보듯이 로비가 통할 수 있는 멍석을 깔아준 결과로 나타났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잡월드 운영에서 적자가 날 경우 순천시가 전액 보전해 주는 사후 정산 구조를 볼 때 잡월드 기획 프로그램 못지 않게 위탁운영사의 경험과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함에도 누가 되든 상관없다는 식의 소극적 또는 편파적 행정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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