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청년구단', 백종원 회생 노력에도 4년 만에 불 꺼져
입력: 2021.06.19 09:00 / 수정: 2021.06.19 09:00
대전 청년구단 내에 있는 포토존과 문화갤러리가 불이 꺼진 채 방치돼 있다. / 김성서 기자
대전 청년구단 내에 있는 포토존과 문화갤러리가 불이 꺼진 채 방치돼 있다. / 김성서 기자

지난달 중순부터 리뉴얼 공사…잘못된 입지 선정에 EV까지 18억원 투자 물거품

[더팩트 | 대전=김성서 기자] 백종원의 SBS 예능 프로그램으로 화제를 모았던 '대전 청년구단'이 4년 만에 문을 닫았다.

대전시는 업종을 변경해 다시 문을 열 예정이지만, 애초부터 잘못된 입지 선정으로 수십억원의 예산만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대전시 등에 따르면 청년구단은 지난달 16일부터 문을 닫고 리뉴얼에 들어갔다. 2017년 음식업 청년 창업인 육성을 위해 문을 열었던 청년구단은 개·폐업을 반복하다 최근 모든 입점주들의 계약이 끝나 업종 변경을 위한 리뉴얼에 들어갔다.

실제로 찾아가 본 청년구단은 불이 꺼진 채 적막만이 감돌고 있었다. 공사 자재를 옮기고 철거를 진행하는 인부와 일부 점주만이 고요함 속에 집기를 정리하고 있었다.

매장을 정리하고 있던 한 업주는 "아직 옮길 곳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계약기간이 끝나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도 있겠지만 이전부터 비어있는 곳들이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불 꺼진 대전 청년구단 내부 모습. / 김성서 기자
불 꺼진 대전 청년구단 내부 모습. / 김성서 기자

인근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평소에도 장사가 잘 되는 편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청년구단 상인들이 힘드니까 계약을 하지 않거나 빠지려고 하는 것 아니겠는가"라며 "장소 선정부터 잘못된 것이 아닌가 생각됐다. 뜬금없는 장소에 청년들이 운영하는 식당이 있다는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청년구단에 자주 방문한 경험이 있다는 이모(34)씨는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뒤 반짝 사람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에는 테이블이 부족할 정도였다"면서 "시간이 갈수록 방문하는 사람들이 점차 줄었다. 한복 등을 판매하는 오래된 점포들이 많은 공간에 식음료를 판매하는 청년들이 들어와 판매를 하는 모습이 뜬금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청년구단은 2016년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상인 육성을 목적으로 시작됐다. 2016년 12월 식음료 업종 관련 청년 창업자를 모집한 후 이듬해인 2017년 6월 문을 열었다. 당시 국비 7억5000만원 등 총 15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지난해 말에는 3억5000만원을 들여 3층 건물인 중앙메가프라자에 엘리베이터까지 설치했다. 창업을 희망하는 예비 청년상인들에게 빈 점포를 활용해 창업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18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 셈이다.

대전 동구 원동 소재 청년구단 입구에 리뉴얼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 김성서 기자
대전 동구 원동 소재 청년구단 입구에 리뉴얼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 김성서 기자

그러나 당시 개점 전 사전 교육만 일부 진행된 뒤 사후 관리는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영업 경험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는 청년들에게 공간을 제공해 준 뒤 사후 관리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애초부터 입지 선정이 잘못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간 자체가 중앙시장 한복거리 인근에 있다 보니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시는 관계 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업종을 변경한 뒤 오는 7~8월 중 다시 문을 열 예정이다. 예술·문화 청년 창업인을 육성을 위해 관련 업종을 중심으로 입점 상인을 모집할 계획이다.

그러나 쳥년구단이 4년 만에 폐업한 상황에서 또 다시 돈먹는 하마로 전락하지나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 관계자는 "청년구단 조성 초기 관련 기관들과 함께 사업단을 꾸려 2017년 말까지 운영하며 초기에만 지원하고, 사업단 해체 후 중앙메가프라자 상인회에서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추가로 지원할 사항이 있다면 지원할 예정이지만 아직 특별한 계획이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thefactcc@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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