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미군세균실험실 폐쇄 찬반 주민투표 소송 '기각'
입력: 2021.06.18 15:50 / 수정: 2021.06.18 18:35
부산지법 전경./부산=조탁만 기자.
부산지법 전경./부산=조탁만 기자.

법원,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는 지자체 사무가 아니라고 판단한 듯"…시민단체 곧바로 '항소'

[더팩트ㅣ부산=조탁만·김신은 기자]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을 묻기 위한 주민투표를 거부한 부산시를 상대로 시민단체가 제기한 행정소송이 법원서 기각됐다.

18일 오전 부산지법 행정2부(최윤성 부장판사)는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주민 투표 추진위원회(추진위)가 부산시를 상대로 제기한 1심 행정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기각 사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는 지자체 사무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행법상 자치사무일 경우 주민투표 대상이 되지만 국가사무이면 주민투표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날 선고 직후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주민 투표 추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곧바로 항소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추진위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세균실험실 폐쇄 주민투표를 원하는 19만7747명의 부산시민 요구서명을 받아냈다.

그러나 부산시는 주민투표를 진행하기 위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교부 신청을 거부했다. 해당 사안이 '자치단체 사무'가 아닌 '국가 사무'라서 주민 투표 추진 요건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추진위는 지난해 12월 부산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미군 세균실험실은 주민의 삶과 직결된 것이어서 자치단체 사무'라는 유권해석을 받아내겠다는 것이다.

한편,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논란은 2015년 오산 미군기지로 밀반입된 탄저균 사건에서 비롯된다. 미 국방부는 그해 5월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에 살아 있는 탄저균을 실수로 배달했다.

당시 스티브 워런 미 국방부 대변인은 "발송된 탄저균 표본은 미생물 취급 규정에 따라 적절하게 포장됐었다"며 일반인들에게는 어떠한 위험도 없다고 강조했다.

탄저균은 치명적인 생물학 무기에 사용되는 세균으로 치사율이 매우 높다. 탄저균 100㎏을 대도시 상공 위로 살포하면 100만~300만명을 사상케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연구 목적으로 탄저균을 옮기더라도 반드시 죽은 상태로만 이동시킨다.

이듬해인 2016년 미군은 부산항 8부두에서 생화학 대비 프로젝트인 '주피터(JUPITR)'를 실시해 지역사회에 또 한번 충격을 줬다.

시민들의 거센 항의에 당시 미군과 국방부, 부산시는 "실험도, 샘플 반입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 프로젝트를 위해 예산 350만달러(약 40억원)가 책정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의혹은 증폭됐다.

지난해 10월 7일에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주한미군이 2015년 이후 국내로 생화학 물질인 보툴리늄, 리신, 포도상구균을 3차례나 추가 반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미군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3차례에 걸쳐 부산항 8부두, 군산, 오산, 평택 미군기지에 세균무기실험 샘플을 반입했다.

추가 반입된 생화학 물질 중 보툴리늄은 '지구상 가장 강력한 독소'로 규정돼 있으며, 탄저균보다 10만배 더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g만으로 100만명을 살상할 수 있는데 이를 포함한 리신, 포도상구균 샘플이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에 총 92병 반입됐다.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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