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남부경찰서 전경/더팩트 DB |
1심판결 뒤집은 2심대법원 '무죄' …여자친구 통화내역 '결정적 증거'
[더팩트ㅣ부산=조탁만 기자] 지갑을 훔친 도둑으로 몰린 20대 취업준비생이 3년여 만에 누명을 벗었다.
사연은 2018년 1월 1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느날과 같이 최모씨는 집과 독서실을 오가며 취업을 준비하는데 한창이었다.
집에 오는 길에 탄 버스에서 한 승객이 두고 내린 지갑을 발견했다. 지갑엔 현금 8만원과 신용카드가 있었다.
최씨는 지갑을 주워서 버스기사에게 전달했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8개월이 지나서야 황당한 전화 한 통을 받는다.
2018년 9월 부산 남부경찰서로부터 "버스에서 분실한 지갑을 챙긴 혐의로 조사를 받아야 한다"며 출석 통보를 받은 것이다.
최씨는 경찰 조사를 받았고, 검찰에 송치됐으며 결국 재판까지 받게 됐다. 1심에선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최씨가 지갑을 줍는 모습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 일부를 캡처한 사진과 "최씨로부터 지갑을 받은 적이 없다"는 버스기사의 진술, 그리고 최씨를 상대로 한 거짓말탐지기 조사 등 경찰 조사를 토대로 이같은 판결을 내렸다.
최씨는 졸지에 도둑으로 몰렸다. 심지어 최씨는 당시 경찰 조사에서 관리 소홀로 블랙박스 영상이 삭제된 점도 아쉬워 했다.
최씨는 1심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2심 결과는 무죄다.
지갑을 주워 버스기사에 건네주고도 전과자 신세가 될뻔한 최씨에겐 다행히 자신의 무죄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가 있었다.
당시 "주운 지갑을 기사에게 줬다"며 여자친구와 통화한 내역이다.
재판부는 경찰이 관리 소홀로 영상증거를 삭제한 점도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선고 결과에 반영했다.
2심 재판부는 "최씨가 지갑을 가져갔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면서 "녹취록을 보더라도 합리적 의심을 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최씨는 지난해 8월 대법원에서도 무죄확정 판결을 받았다.
무죄가 확정되자 최씨는 영상 관리 소홀 등으로 자신에게 부실 수사했다고 주장하며 부산 남부경찰서 경찰관들을 상대로 경찰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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