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구, '붕괴 참사' 사고 발생 이틀 만에 국토부에 제도개선 건의?   
입력: 2021.06.16 10:29 / 수정: 2021.06.16 10:29
광주 동구가 사고 발생 이틀 만에 국토부 등 중앙부처에 건물해체공사 표준안전작업 지침 등의 제도를 강화하는 개선안을 내놓자 경찰 수사를 앞두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구청사 전경./ 동구청 제공
광주 동구가 사고 발생 이틀 만에 국토부 등 중앙부처에 건물해체공사 표준안전작업 지침 등의 제도를 강화하는 개선안을 내놓자 경찰 수사를 앞두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구청사 전경./ 동구청 제공

지난 11일 표준안전작업 지침 등 제도 강화…경찰 수사 앞두고 면피용 해석

[더팩트ㅣ광주=문승용 기자] 17명의 사상자를 낸 '붕괴 참사' 수사가 확대되는 가운데 광주 동구가 사고 발생 이틀 만에 국토부 등 중앙부처에 건물해체공사 표준안전작업 지침 등의 제도를 강화하는 개선안을 내놓자 경찰 수사를 앞두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 철거 현장에서 무너진 5층 건물이 승강장에 정차 중인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자 동구는 사고 발생 이틀 뒤인 지난 11일 국토교통부 등 중앙정부에 '건물해체공사 감리자의 상주, 시공사 책임 강화 등 참사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을 건의'하는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했다.

동구가 중앙정부에 건의한 내용을 살펴보면 ▲감리자 현장 상주 의무를 별도로 규정하는 제도 ▲기술력과 자본금이 열악한 비전문업체가 대형 철거공사를 맡을 수 있는 현행 방식을 개선하고자 하도급업체 선정 과정에서 시공사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 ▲3개 법안이 규정한 안전조치 위반 관련 벌칙을 과태료 처분에서 형사처벌로 상향 ▲철거계획서 검증 강화 절차를 마련한 서울시 조례 등을 참고해 지역에도 적용하는 방침 ▲이밖에 건물해체공사 표준안전작업 지침 등 안전관리 기준을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방안이다.

이와 함께 동구는 이날 광주시에 학동4구역 재개발구역 내 건축물 해체공사 중 인명사고(사망9명, 부상8명)가 발생되어 해당 건축사를 건축사법 등 관련 규정에 의거 건축사징계위원회 회부 및 건축사 자격취소, 건축사사무소 개설 신고의 효력상실 처분을 의뢰하는 공문도 발송했다.

동구가 사고 발생 이틀 만에 이 같은 건의안을 신속하게 마련하고 건축사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허가관청이면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직무유기의 책임을 면피하기 위한 요식행위로 보이기 때문이다.

동구의 지난 과거 건축 행정을 보면 그 이유는 분명히 알 수 있다.

광주 동구청이 지난 2017년 12월 18일 호남동 오피스텔 신축을 허가했지만 주차장 진출입로 회전반경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민원을 접수해 확인한 결과(빨간색 우측 박스 참조)도면상으로는 6500으로 표기했으나 실제 칫수는 6140으로 확인돼 지난해 8월 1일 건축주 S토건에 공사중지명령을 내렸다. S토건은 8월 29일 설계변경을 마치고 공사를 재개했지만 건축관련 전문가들은 주차장법 시행령에 따라 회전반경(파란색 점선 원형)을 확보하기 어렵고, 설사 회전반경을 확보했더라도 진출입 차선이 자주식주차공간을 침범하기 때문에 광주시 조례인 자주식 주차비율과 기계식 주차비율 4:6 기준에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독자 제공 광주=문승용 기자
광주 동구청이 지난 2017년 12월 18일 호남동 오피스텔 신축을 허가했지만 주차장 진출입로 회전반경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민원을 접수해 확인한 결과(빨간색 우측 박스 참조)도면상으로는 6500으로 표기했으나 실제 칫수는 6140으로 확인돼 지난해 8월 1일 건축주 S토건에 공사중지명령을 내렸다. S토건은 8월 29일 설계변경을 마치고 공사를 재개했지만 건축관련 전문가들은 주차장법 시행령에 따라 회전반경(파란색 점선 원형)을 확보하기 어렵고, 설사 회전반경을 확보했더라도 진출입 차선이 자주식주차공간을 침범하기 때문에 광주시 조례인 자주식 주차비율과 기계식 주차비율 4:6 기준에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독자 제공 광주=문승용 기자

2017년 12월 호남동 구 태평극장 부지에 202세대 규모 오피스텔 신축공사 허가를 둘러싼 의혹(<더팩트> 2020년 7월 30일, 8월 19일, 8월 27일, 2021년 2월 23일)보도 사례와 행정 절차가 유사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부지는 광주지역 일부 시행사와 재건축사업자가 관심을 가졌지만 321평밖에 되지 않은 부지 상태로는 지하 주차장 회전반경 확보가 어렵다는 건축사의 의견을 받고 관심을 접었던 곳이지만 동구가 허가해 준 것이다. 이 허가를 받은 건설사는 S토건에 팔아넘긴 뒤 종적을 감췄다.

동구는 2018년 7월 24일 '이 오피스텔 신축공사 부지는 주차장 회전반경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민원을 접수받았다. 확인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동구는 일주일 뒤인 8월 1일 시행사 S토건 등에 공사중지명령을 통보했으며, 광주시에 건축사와 감리사를 성실의무 위반으로 행정처분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어서 동구는 잘못된 설계를 정상화하는 설계변경을 승인했지만 이 또한 '관련 법 위반으로 볼 여지가 상당히 크다'는 업계 다수의 전문가 의견이 나왔지만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주차장 회전반경에 대한 법제처 해석을 두고도 동구청은 "법제처 해석을 보면 말이 안 된다"며 "호남동 현장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 현장에 가도 그거(주차장법 해석) 한 군데도 없을 것이다. 법을 적용한 현장이 있으면 찾아서 알려달라"라는 입장을 전달, 법제처 유권해석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월 홍기월 동구의원이 주요 업무보고에서 태평극장 부지 오피스텔 건축과 관련해 "만에 하나 건물이 올라가다가 나중에 설계대로 안 됐거나 또 다른 무엇이 잘못 되면 준공이 안 나죠, 만에 하나 잘못 됐을 경우 그 책임을 누가 지느냐"고 따져 물으며 "202세대 입주민들이 어마어마하게 피해가 예상된다"고 사전 점검을 주문했다.

광주 동구청이 지난 2017년 12월 18일 호남동 오피스텔 신축을 허가했지만 주차장 진출입로 회전반경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민원을 접수해 확인한 결과(빨간색 우측 박스 참조)도면상으로는 6500으로 표기했으나 실제 칫수는 6140으로 확인돼 지난해 8월 1일 건축주 S토건에 공사중지명령을 내렸다. S토건은 8월 29일 설계변경을 마치고 공사를 재개했지만 건축관련 전문가들은 주차장법 시행령에 따라 회전반경(파란색 점선 원형)을 확보하기 어렵고, 설사 회전반경을 확보했더라도 진출입 차선이 자주식주차공간(하늘색 사각박스)을 침범하기 때문에 광주시 조례인 자주식 주차비율과 기계식 주차비율 4:6 기준에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독자 공학박사 제공 광주=문승용 기자
광주 동구청이 지난 2017년 12월 18일 호남동 오피스텔 신축을 허가했지만 주차장 진출입로 회전반경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민원을 접수해 확인한 결과(빨간색 우측 박스 참조)도면상으로는 6500으로 표기했으나 실제 칫수는 6140으로 확인돼 지난해 8월 1일 건축주 S토건에 공사중지명령을 내렸다. S토건은 8월 29일 설계변경을 마치고 공사를 재개했지만 건축관련 전문가들은 주차장법 시행령에 따라 회전반경(파란색 점선 원형)을 확보하기 어렵고, 설사 회전반경을 확보했더라도 진출입 차선이 자주식주차공간(하늘색 사각박스)을 침범하기 때문에 광주시 조례인 자주식 주차비율과 기계식 주차비율 4:6 기준에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독자 공학박사 제공 광주=문승용 기자

이에 따라 동구는 지난 1월 15일 수신자 K신탁(주), P건축사무소, S토건, M엔지니어링건축사무소에 '주차장 회전반경 미확보 등 민원에 따른 대책 방안 강구 지시' 공문을 발송했다.

동구는 공문에서 "지하주차장 회전반경 및 경사로 곡선 부분의 차로 너비는 법적 기준에 적합하더라도 오피스텔 준공 이후 입주민들의 운전자 관점에서 기계식주차장 입·출고 차량과 지하주차장 진·출입 시 차량 통행할 경우와 경사로 곡선 부에서 직선 차로로 회전 시 교통 불편 및 혼잡이 예상되므로 민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법적 기준에 적합하더라도'라고 법 위반 사실이 없는 듯 강조한 동구청의 입장은 지난해 "관련법을 적용한 현장이 있으면 찾아서 알려달라"는 입장과 확연히 다른 입장을 보였다. 또한 주차장 회전반경 구간이 교통불편과 혼잡이 예상되는 사실도 숙지하고 있다.

이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은 지하 3층까지 내려가는 층간 회전 구간마다 1~2차례 후진과 전진을 해야 통과할 수 있다. 차량이 몰리는 출퇴근 시에는 혼잡이 아닌 마비가 예상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렇듯 동구 건축 행정은 커넥션 의혹이 상당히 짙어 보이거나 행정편의주의적인 업무를 보이며 책임을 회피하는 절차만 진행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의 한 건축사는 "동구가 붕괴 참사에 대한 일말의 책임의식도 없어 보인다"며 "그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순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 건축사는 이어서 "태평극장 부지 오피스텔 건축 허가는 입주 시에 큰 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동구가 이러한 예상을 하고 있기에 조기 준공도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광주 동구 구 태평극장 부지에 들어서는 J오피스텔 조감도. J오피스텔 주차장 진출입은 편도 4차선 도로에서 바로 진입하거나 진출해야 하기 때문에 교통흐름과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가감차선이 적용돼야 한다는 게 업계 의견이지만 J오피스텔은 가감차선이 적용되지 않았다./ J건설 홈페이지
광주 동구 구 태평극장 부지에 들어서는 J오피스텔 조감도. J오피스텔 주차장 진출입은 편도 4차선 도로에서 바로 진입하거나 진출해야 하기 때문에 교통흐름과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가감차선이 적용돼야 한다는 게 업계 의견이지만 J오피스텔은 가감차선이 적용되지 않았다./ J건설 홈페이지

forthetrue@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