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10년 동안 40여명 대상 44억원 챙겨…추가 피해자 속출 가능성↑[더팩트ㅣ부산=조탁만·김신은 기자] 2020년 6월 20일 부산의 한 신당.
무속인 A씨는 가정주부와 심각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A씨는 "딸이 무당 될 팔자다"며 주부에게 겁을 줬다.
자식 걱정이 앞선 나머지 주머니에서 복비를 꺼내면서 이 주부의 화근은 시작됐다.
A씨는 2020년 6월 20일부터 10월 23일 이런 수법으로 44차례 주부에게 돈을 뜯어냈다. 이렇게 챙긴 돈만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에 달했다.
A씨의 사기 행각은 멈출 줄 몰랐다. 그의 말 한마디에 혹한 피해자는 속수무책 늘어만 갔다.
2011년부터 최근까지 10년 동안 피해자만 무려 40여 명에 달한다.
A씨의 사기 행각은 피해자들이 줄줄이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멈추게 된다. 다수의 피해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고소장을 접수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당초 A씨 상대로 경찰에 접수된 고소장은 3건뿐이었다. 피해자들에게 당장 피해금을 변제할 능력이 없었던 A씨는 법률 자문을 구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고소가 잇따라 접수되면 걷잡을 수 없이 송사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법률 자문을 받았다.
그는 단번에 법적 책임을 지는 동시에 이번 사건을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 앞섰다. 고심 끝에 그는 스스로 피해자 명단을 작성한 뒤 경찰에 넘겼다.
명단에 적시된 피해자만 80여명이다. 경찰은 피해자들에게 일괄 문자를 보내 참고인 조사를 요청했으나, 최근 보이스피싱 사례 급증 탓인지 제대로 연락을 해 온 피해자는 거의 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경찰은 일일이 피해자들을 접촉했고, 40여명의 고소장 접수를 이끌어냈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장이 접수된 기준에 따른 것이라 추가 피해자는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범행기간 동안 아파트 게시판이나 중고거래 앱 등에 광고 글을 올린 뒤, 이를 보고 자신의 신당으로 찾아온 피해자들에게 '집안에 흉사가 닥친다', '남편이 단명한다', '기도하지 않으면 자식이 무당될 팔자다' 등 가정에 불행이 닥칠 것처럼 겁을 주는 수법으로 '액막이 기도'를 요구해 뒷돈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특가법과 사기 등 혐의로 무속인 A씨(40대)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은 "기도비와 굿값이 전통적인 관습이나 종교 행위의 한계를 벗어나면 사기죄를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혐의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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