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이규철)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받고 있는 남편 A씨에와 아내 B씨에게 각각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과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더팩트DB |
재판부, "부모로서 피해자 안전을 도모하지 않은 죄가 커"
[더팩트ㅣ대구=이성덕 기자] 경제적으로 궁핍해 아픈 어린 자녀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부모에게 각각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단 아내에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대구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이규철)는 생후 22개월 아들의 건강상태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을 인식했지만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아 치료를 방치해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받고 있는 남편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 및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고 아내 B씨에게도 징역 2년 6개월에 4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예방강의 수강을 명했다고 7일 밝혔다.
두 아이를 양육하기엔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여서 A씨는 임신한 B씨에게 임신 중절을 권유했지만 친인척들에게 비밀로 하고 아들을 낳아 정부에서 지급되는 양육수당과 A씨의 부모로 부터 20만원 용돈을 받으며 두 아이를 키웠다.
작년 5월 2일 새벽 A씨가 잠에서 깨어나 화장실에 다녀온 뒤 다시 잠을 자려다가 생후 22개월 아들이 '쿵'하며 어딘가에 부딪히거나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듯한 크고 둔탁한 소리를 들었고 그 소리에 B씨도 잠에서 깨어났다.
전날까지 혼자 힘으로 잘 걷고 뛰어 놀던 피해자는 걸음을 걷지 못하고 목조차 가누지 못하게 되는 등 피해자의 건강상태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을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는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가 진료를 받게 하지 않았다.
피해자는 또 스스로 입을 벌리지 못해 피해자의 양 볼에 멍이 생길 정도로 세게 잡아당겨 억지로 입을 벌린 후 밥을 먹여야 할 정도로 심각했다.
5월 13일경 피해자는 구토와 기침을 멈추지 않자 인근 소아과에 찾았지만 상급병원으로 가라는 의사에 진단에도 경제적으로 힘들어 더 이상의 진료를 포기했다.
5월 27일 피해자는 뇌손상 등으로 인해 목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고 홀로 바닥에 엎드려 자다가 결국 5월 28일 코입막힘 질식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됐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부모로서 피해자의 생명, 신체에 대한 안전을 도모하고 피해자를 건강하게 양육할 의무가 있다. 생후 22개월 된 피해자가 원인 불명의 사고로 갑자기 거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음에도 병원에 데려가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피해자는 그 기간 동안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상당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는 점, 피해자가 사망 전 119 신고 당시 10여분간 흐느끼고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등 피고인이 보인 언행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한 "두 사람 모두 수감생활을 하면 희귀병을 앓고 있는 큰 딸의 양육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여 B씨에게 4년 간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