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씨가 배우 이지현씨 주인공의 연극 '애꾸는 광대' 공연이 끝난 후 객석에서 일어나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광주in 제공 |
“광주시민 왜곡 노태우 회고록 왜 고치지 않느냐”, 8년동안 16억 5000만원 혈세 부은 광주시 전례없는 지원 과정 문제 삼기도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지난 25일 저녁 연극 ‘애꾸눈 광대’ 공연이 열린 광주 아트홀(동구 충장로)에서 공연이 끝나고 무대 조명이 켜질 무렵 예기치 못한 소동이 빚어졌다.
소동은 연극의 주인공인 배우 이세상(본명 이지현, 5‧18 부상자회 초대회장)씨가 마이크를 잡고 관객석에 앉아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씨를 호명하며 무대 위로 초청한 순간부터 시작됐다.
노씨의 연극관람 사실을 몰랐던 관객들은 이지현씨와 노재헌씨를 향해 거센 비난을 쏟아냈다. 관람석 곳곳에서 "학살주범 노씨의 아들이 여기 왜 왔느냐" "노태우 회고록에 광주시민을 왜곡한 내용을 아직도 고치지 않고 있다" 등의 항의가 빗발쳤다.
70여분 동안 달아올랐던 공연의 감동은 순식간에 싸늘하게 식어버렸고 배우 이지현 씨와 노 씨에 대한 항의는 극장 밖까지 이어졌다. 노씨는 항의하는 관객들에게 사과하고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5월 광주의 상처와 아픔을 주제로 한 이날 연극의 주요 관객이었던 5‧18 관계자들은 "노테우씨 회고록 수정과 5‧18 진상규명에 협조하지 않고 말로만 하는 사과는 반성 쇼다. 아버지를 국립묘지에 안장하기 위한 사전 여론작업이 속셈이다" 등등의 말을 쏟아내며 비난했다.
이날 취재차 공연장을 찾은 언론인 A씨는 "의도적으로 노 씨에게 발언의 기회를 주려했던 배우 이지현 씨는 5‧18 정신에 어긋난 소 영웅주의에 다름이 아니다"고 말하며 그동안 연극에 지원된 예산규모 까지를 문제 삼았다.
A씨에 따르면 "이씨의 연극은 지난 2013년부터 8년 동안 광주시로부터 총 16억 5000만원(2021년 1억 6000만원)을 지원받았다"고 밝히며 "적지않은 규모의 시민혈세를 지원받은 당사자로서 큰 실망을 안겨준 행위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이 씨는 "노 씨를 초청한 게 아니다. 지난 4월에 다른 일로 만나 연극 공연이 있다고 얘기했을 뿐이다. 노 씨가 자발적으로 온 것이다"고 말하며 "5‧18 관계자들에게 공개 사과를 할 수 있는 자리가 될 수도 있겠다는 그림을 혼자 그려본 것은 사실이다"고 해명했다.
시민혈세 지원 지적에 대해서는 "얘기하자면 길다. 처음에는 단돈 몇 백만원 지원금을 받고 연극을 꾸렸다. 지난 8년 동안 연극을 제 궤도에 놀려놓기 위해 고군분투했다"고 말했다.
이날 사태를 지켜본 관객 B 씨는 "의도의 정당성을 따지기 전에 이 씨가 좀 무모했지 않나 싶다. 이날 주요 관객은 5‧18 피해자들이었다. 5월의 상처와 아픔을 소환하는 공연이었고, 당연히 감정이 격하게 달아오를 수밖에 없는 자리에 돌연 노 씨를 등장시키려 한 것은 당연히 반발을 살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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