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째 ‘노무현 현판’ 기다리는 단양 마을 [TF사진관]
입력: 2021.05.25 10:42 / 수정: 2021.05.25 10:42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충북 단양군 가곡면 어의곡리 한드미 마을에서 율무 파종을 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5년 5월 이 마을을 방문했다. / 정문찬 한드미마을 대표 제공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충북 단양군 가곡면 어의곡리 한드미 마을에서 율무 파종을 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5년 5월 이 마을을 방문했다. / 정문찬 한드미마을 대표 제공

한드미마을 '어래정' 비어 있어…주민들 "권양숙 여사가 해주셨으면…"

[더팩트 | 단양=장동열·전유진기자] 충북 단양의 한 시골마을은 과연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현판을 받을 수 있을까.

단양군 가곡면 어의곡리 ‘한드미 마을’ 주민들이 노 전 대통령을 17년째 기다리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3년차인 지난 2005년 5월 21일 소백산 첫 동네로 알려진 이 마을을 방문했다. 마을이 생긴 뒤 첫 대통령 내방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권양숙 여사와 함께 마을 입구에 느티나무를 기념식수하고, 율무 파종도 했다.

마을 주민들은 이를 기념해 기존에 있던 정자를 허문 뒤 새로 짓고 ‘어래정’(御來亭·임금이 다녀간 정자)이라 부르고 있다. 마을 안에는 ‘어래정’ 안내판도 설치돼 있다. 옛 정자는 70년대 새마을운동이 한창일 때 지어져 ‘유신각(維新閣)’이란 현판을 달고 있었다.

한드미 마을 어귀에 자리한 어래정. 이 정자는 17년째 현판 없이 마을 어귀를 지키고 있다. / 전유진 기자

한드미 마을 어귀에 자리한 어래정. 이 정자는 17년째 현판 없이 마을 어귀를 지키고 있다. / 전유진 기자

단양 한드민마을 어귀에 자리한 어래정 안내문. / 단양 전유진 기자
단양 한드민마을 어귀에 자리한 어래정 안내문. / 단양 전유진 기자

그러나 유신각이 내려진 뒤 아직까지 새 현판을 달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 방문 뒤 청와대 비서관을 통해 퇴임 후 현판을 달아주겠고 약속했으나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문찬 한드미마을 대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비서관을 통해 퇴임 뒤 다시 마을을 찾아 ‘어래정’이란 현판을 달아주기로 약속했다"며 "그런데 퇴임 이듬해 서거하셔서 아직도 현판을 달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권양숙 여사가 부군의 약속을 지켜주길 바라고 있다.

​정 대표는 "봉화마을과 한드미 마을의 자매결연을 계획하고 있는데, 여의치 않다"면서 "일이 잘 진행되면 권 여사가 정자 현판을 달아 주셨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마을 주민들도 같은 생각이라는 게 정 대표의 귀띔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5년 5월 충북 단양군 가곡면 한드미마을을 방문한 기념으로 심은 느티나무를 정문찬 대표가 가리키고 있다. / 전유진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5년 5월 충북 단양군 가곡면 한드미마을을 방문한 기념으로 심은 느티나무를 정문찬 대표가 가리키고 있다. / 전유진 기자
노 전 대통령이 기념식수한 느티나무 앞에 마을주민들이 설치한 기념석. / 단양 전유진 기자
노 전 대통령이 기념식수한 느티나무 앞에 마을주민들이 설치한 기념석. / 단양 전유진 기자

그는 청와대 경호팀의 반대로 무산됐던 기념식수가 재개된 일, 산골마을을 찾았던 이유, 점심 식사 풍경 등 대통령 방문 당시 일화도 소개했다.

정 대표는 "노 대통령은 체험형 관광이 농촌을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했던 분"이라며 "오찬 기념사에서 그런 말씀을 해 대통령이 우리 마을 찾은 이유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방문 이후 한드미 마을은 ‘농촌체험휴양관광’의 새로운 모델로 떠오르며 연 4만명 이상이 찾는 시골명소가 됐다.

사각 모양의 어래정 전각.
사각 모양의 어래정 전각.
정자 앞 소나무 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동네 어르신들. / 단양 전유진 기자
정자 앞 소나무 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동네 어르신들. / 단양 전유진 기자
지난 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드미마을 방문 기념으로 심은 느티나무는 8m 높이로 훌쩍 자라 있었다. ​/ 단양 전유진 기자
지난 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드미마을 방문 기념으로 심은 느티나무는 8m 높이로 훌쩍 자라 있었다. ​/ 단양 전유진 기자
소백산 자락 첫동네로 알려진 단양 한드미마을을 지나는 개울 풍경. / 단양 전유진 기자
소백산 자락 첫동네로 알려진 단양 한드미마을을 지나는 개울 풍경. / 단양 전유진 기자

thefactcc@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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