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인천본부는 전국 최초로 '회비 없는' 독립야구단인 인천 웨이브스와 함께 꿈을 향해 도전하는 청춘들의 이야기인 <낫아웃>을 연재한다. <낫아웃>은 2주에 한번 글과 영상으로 독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사진=차성민기자 |
여기, 자신의 꿈을 향해 ‘전력질주’ 하는 청년들이 있다. 살아남을 확률은 1% 남짓이지만, 그래도 그들은 달린다. 10년간의 노력을 한 순간에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팩트> 인천본부는 전국 최초로 '회비 없는' 독립야구단인 인천 웨이브스와 함께 꿈을 향해 도전하는 청춘들의 이야기인 '낫아웃'을 연재한다. '낫아웃(Not out)'은 야구에서 삼진의 종류 중 하나로, 삼진에서도 유일하게 출루가 가능한 삼진이다. 그러나 출루할 확률은 극히 낮다. 공식 명칭은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이다. 미국에서는 'Uncaught Third Strike'(잡지못한 세 번째 스트라이크)가 공식 명칭이다. '낫아웃'은 2주에 한 번 글과 영상으로 독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편집자 주>
'회비 없는' 인천웨이브스…어른들이 만든 두 번째 기회
[더팩트ㅣ인천=차성민 기자] 아버지는 고개를 숙였다. 야구선수 부모로 산다는 것,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감독의 눈 밖에 나 출전기회를 얻지 못할까 노심초사 하는 일도 있었고, 기숙사 생활을 하는 아이들을 위해 손수 밥도 지었다.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장롱 속에 고이 모셨던 적금 통장을 턴 학부모들도 언론을 통해 수 없이 접했다. 혹여나 아비가 부족해 자식이 불이익을 받는 건 아닌지 걱정의 순간들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인천지역 고등학교에서는 야구부 감독과 학부모들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제물포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은 '횡령'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고 있고, 이를 문제삼은 일부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다른 학교로 전학을 보냈다. 동산고등학교 학부모들은 감독의 근태 문제를 제기하자 아들을 경기 출전을 시키지 않았다며 집단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이처럼 경기 출전 권한을 갖고 있는 감독, 그리고 감독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학부모들의 갑을 관계는 '엘리트 운동'의 특수성이라는 것이 아버지의 설명이다.
경기에 나가지 못하면, 프로진출은 물론 대학교 진학 조차 불투명해진다. 실전에 나가지 않으면 '감'은 떨어지고, 스카우터 '눈'에서도 멀어지는 탓이다. 프로구단이나 대학 진학에 실패한 선수들의 미래는 말 그대로 안갯속이다. 그들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공을 던지고 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날아오는 볼'을 향한 희망찬 배팅이 아닌 '세상'을 탓하며 좌절하고 방황하는 아들을 떠올렸다. 눈 앞이 캄캄했다. 성인이 된 시점부터 인생의 전부였던 야구를 그만 두고 다른 일자리를 찾는 다는 것은 아버지나 아들 모두가 어두운 터널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했다. 재능 부족이나 운을 탓하기에는 결과는 참혹하다.
아버지는 아들이 야구를 하면서도 자신의 또 다른 재능을 찾을 수 있는 곳을 찾아봤다. 대학 진학에 실패 했다면, 역시나 돈을 내고 다니는 아카데미나 독립구단 뿐이다. 아버지는 밤 낮 할 것 없이 백방으로 움직였다. 운이 좋았다. 말이 통하는 한 인천시의회 의원을 만났다. 아이들에게 소정의 월급을 주고 미래를 대비해 취업 교육을 시킬 수 있는 독립 야구단을 만들어 보자고 의기투합했다. 그리고 지난 2019년 11월 창단식을 열었다. 학부모 강승규씨가 만든 팀이 바로 인천 유일의 독립야구단 '인천 웨이브스'다.
인천웨이브스는 프로 야구단 입단이 좌절된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생 등으로 구성됐으며, 프로구단에서 방출된 선수들도 일부 합류했다. 창단 1년차인 2020년도에는 25명(1기)의 선수가 프로진출을 노렸으며, 올 해(2기)는 총 15명의 선수로 팀을 꾸리고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강승규 인천웨이브스 초대 단장은 "이제 아들이 고등학교 1학년이다. 늦둥이 아들이다 보니, 마음이 더 많이 간다. 아들이 야구를 그만뒀을 때를 상상하면, 두려움이 몰려온다. 공을 향해 휘두르던 야구 방망이가 사람으로 향한다는 생각을 하는 날에는 잠도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웨이브스는 그런 걱정으로 만든 야구단이다. 다행히 인천의 레전드 김경기 해설위원이 초대 감독을 맡았다. 김 감독이 1년간 열과 성을 다해 야구단을 이끌어 줬다. 이제 김 경기 감독이 2대 단장이 됐다"고 부연했다.
인천 최초의 독립야구단 '인천웨이브스' 김경기 총감독이 선수들에게 볼을 던져주고 있다. 사진=차성민기자 |
김경기 총감독도 창단 취지에 공감해 감독직을 수락했다. 아이들에게 돈을 걷어 월급을 받는 감독이라면 이 배에 선장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주위에 야구인들을 끌어 모았다. 수석코치도 있고, 트레이너도 있다. 이들 역시 생계는 따로 있다. 당분간 그들은 '투잡'을 뛰기로 했다. 눈에 밟히는 후배들을 위해서다.
인천웨이브스 김경기 총 감독 겸 단장은 "야구를 하는 후배들의 눈을 봤다. 프로 선수들과는 달리 절박함이 묻어 났다. 야구 선배로서 그들의 눈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합류 이유를 설명했다.
창단은 했으나,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 인천시의원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독립야구단을 지원할 수 있는 조례가 통과돼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에게 교통비라도 주고 운동을 시킬 수 있다. 왜 독립야구단에 공적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지, 의심을 품은 사람들도 많다. 아버지와 시의원은 할 일이 산적하다. 인천시청을 찾아가 하루가 멀다하고 공무원을 만나야 하고, 기나 긴 시의원들의 설득 작업도 넘어야 할 산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맘 껏 뛸 수 있도록 지역 공동체에 읍소도 해야한다.
하지만,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1기 야구단을 운영하면서 쌓인 노하우도 있고, 열정 가득한 선수들도 많다. 코로나19로 침체된 프로구단의 주머니 사정이 좋아지면 육성선수로 프로야구에 입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들도 많다.
인천웨이브스 지병호 감독은 "지난해 선수 중에는 모 구단에 입단테스트를 본 친구가 있는데 구단의 자금 사정으로 입단이 힘들었다"며 "하지만 올해는 얘기가 다르다. 사정이 점차 좋아지고 있고, 분위기가 바뀌었다. 소속 선수 몇명은 이미 스카우터 눈에 들어와 있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지 감독의 꿈은 현실로 이뤄질 수 있을까. <더팩트>는 청춘들의 도전기를 2주에 한 번씩 격주로 독자들에게 생생히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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