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71억 들여 지은 뒤 1년 째 방치된 관평원 세종청사
입력: 2021.05.18 10:09 / 수정: 2021.05.18 10:09
관세평가분류원 세종 신청사 출입구. / 이훈학 기자
관세평가분류원 세종 신청사 출입구. / 이훈학 기자

이전 제외 기관에도 공사 진행, 49명 특공 논란...관세청 "아파트 특별공급 목적 아냐"

[더팩트 | 세종=이훈학 기자] 18일 오전 유령의 집을 방불케 하는 먼지에 쌓인 건물이 세종시 반곡동에 우뚝 서 있다.

171억원을 들여 지은 관세청 산하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 세종 신청사 건물이다. 사람의 손길은커녕 관리 조차 안 된 건물 주차장 주변에는 담배꽁초만 널브러져 있었다.

건물 출입구에 들어서면 수북이 쌓여 있는 먼지와 뒹굴고 있는 낙엽뿐. 출입문 손잡이에 찌든 먼지는 그동안 얼마나 이용하지 않았는지 알 수 있게 한다.

굳게 닫혀 있는 출입문을 통해 안을 내다보면 거미줄만 촘촘하게 엉켜 있을 뿐 아무런 시설도 비치돼 있지 않았다. 야외에 설치된 자전거 보관대는 제 기능을 하기나 했었는지 싶다.

먼지가 쌓여 있는 관세평가분류원 점자 안내판. / 이훈학 기자
먼지가 쌓여 있는 관세평가분류원 점자 안내판. / 이훈학 기자

그나마 이 건물의 용도를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출입구 앞에 먼지로 뒤덮여 설치된 관평원 점자 안내판뿐이었다.

세종시 반곡동에 거주하고 있는 한 시민은 "도로변 새 건물이 있어 매번 보기는 하는데 어떤 건물인지 지금까지 모르겠다"며 "이 건물이 어떤 이유로 지어졌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근처 상가를 이용할 때 이 건물 주차장을 이용한다"면서 "밤에는 건물의 불이 모두 꺼져 있어 괜히 오싹하기도 하다"고 했다.

관평원이 2015년 업무량 및 근무 인원 폭증을 이유로 세종시로 이전을 추진했지만 1년째 방치되고 있다.

관세평가분류원 세종 신청사 야외에 설치된 자전거 보관대와 버려져 있는 목재. / 이훈학 기자
관세평가분류원 세종 신청사 야외에 설치된 자전거 보관대와 버려져 있는 목재. / 이훈학 기자

국민의힘 권영세 국회의원이 관세청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관세청은 본청과 4개 기관이 이전 제외 기관으로 지정됐음에도 이전을 추진해 세종시 반곡동에 지하 1층~지상 4층(연면적 4915㎡) 규모의 건물을 지었다.

행정안전부는 2005년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 고시’를 통해 관세청과 4개 산하기관을 이전 제외 기관으로 명시했다. 2018년 2월 이전 제외 고시를 뒤늦게 인지한 관세청은 행안부에 고시 변경을 요구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미 신청사 공정률은 50% 이르고 있는 상태였다.

이후 행안부는 관평원의 이전 추진을 재차 막았지만 공사가 이어져 지난해 5월 신청사가 완공됐다. 하지만 관평원의 세종시 이전에 대한 대전시, 행안부, 기획재정부 등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관세평가분류원 세종 신청사 출입문에 설치된 출입통제시스템에 먼지가 쌓여 있다./이훈학 기자
관세평가분류원 세종 신청사 출입문에 설치된 출입통제시스템에 먼지가 쌓여 있다./이훈학 기자

이 과정에서 관평원 직원들은 세종시 이전 공무원에게 주어지는 아파트 특별 공급을 통해 청약에 당첨되기도 했다. 소속 직원 82명이 이전기관 종사자 자격으로 특별공급을 신청해 절반이 넘는 49명이 청약권을 따낸 것이다. 권 의원실은 관평원 직원들이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본 것으로 보고 있다.

관평원 한 관계자는 "세종시 이전을 반대하는 기관이 있어 지난해 11월 잔류하기로 결정했다"며 "신청사 건물에 대한 관리권도 기재부로 넘어갔다. 기재부에서 신청사를 양도할 새 기관을 찾고 있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관세청은 설명자료를 통해 "당시 세종시 부지의 매입 지가가 대전에 비해 현저히 낮아 예산 절감이 가능했고 다른 공공기관들의 세종시 이전이 소극적인 시기여서 관세평가분류원의 부지 확보가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용이했다는 점 등이 이전 결정에 고려됐던 것"이라며 "결코 아파트 특별 공급을 그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평가분류원의 세종시 이전 계획이 진행됐던 2014∼2015년은 세종시 아파트 매매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미분양이 계속 발생한 점 등을 감안할 때 당시로는 아파트 특별공급을 통한 불로 소득의 획득을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관세평가분류원 세종 신청사 전경./이훈학 기자
관세평가분류원 세종 신청사 전경./이훈학 기자


thefactcc@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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