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투입 공수여단, M60기관총ㆍ소총으로 시민 조준 사격"
입력: 2021.05.12 17:04 / 수정: 2021.05.12 17:04
송선태 5.18진상규명조사위원장이 12일 오후 진상규명조사 경과를 발표하고 있다./조사위 제공
송선태 5.18진상규명조사위원장이 12일 오후 진상규명조사 경과를 발표하고 있다./조사위 제공

진상규명위원회, 당시 계엄군 참여 장병들 진술 확보 내용 공개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1980년 5‧18 당시 광주에 투입됐던 제3공수여단이 5월 20일 밤 10시 이후 광주역과 5월 22일 이후 광주교도소의 감시탑과 건물 옥상에 M60기관총을 설치하고 M1에 조준경을 부착해 시민을 살상했다는 진술이 확보됐다.

또 광주교도소 양쪽의 광주-순천 간 고속도로와 광주-담양 간 국도를 오가는 차량과 민간인들에 대한 무차별 사격으로 최소 13차례 이상의 차량피격사건이 있었다는 증언과 문헌을 통해 확인됐다.

복수의 군인들이 광주 교도소 옆 고속도로를 지나가던 신혼부부를 태운 차량을 저격・사살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당시 광주에 투입된 군인들에 의한 의도적인 시민학살이 실제로 자행됐다는 것이 계엄군들의 증언에 의해 확인된 것이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위원장 송선태, 이하 '위원회')는 12일 오후, 위원회 대강당에서 조사 개시 1년이 되는 시점에 성과 등을 개략적으로 국민과 피해자에게 보고하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개했다.

위원회는 과거의 5·18민주화운동 진상조사가 신군부 및 계엄군 지휘책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선택과 집중식 조사(하향식 조사)'였다면, 현재는 신군부 책임자는 물론, 광주 시위 현장에 투입돼 진압 작전에 참여했던 장·사병, 피해 시민들까지 조사하는 '포괄적 조사(상향식 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당시 최초 발포와 집단 발포 책임자 및 경위 조사를 포함한 12개의 사건을 직권조사 중이며, 국방부 및 군 기관과 국가정보원 등에 의한 5·18민주화운동 은폐, 왜곡, 조작사건 등 4개 과제에 관한 직권조사 여부를 하반기에 결정할 예정이다.

또 위원회 출범준비단에서 인수한 2026권 41만1283쪽 분량의 자료와 위원회 출범 이후 7692권 30만8778쪽의 자료를 추가 입수해 총 9718권 72만61쪽의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80년 5월 29일 광주 망월동에서 일제히 진행된 129 구의 장례식에서 희생자 시신이 안치된 관을 붙들고 유족들이 오열하고 있다./5.18기념재단 제공
80년 5월 29일 광주 망월동에서 일제히 진행된 129 구의 장례식에서 희생자 시신이 안치된 관을 붙들고 유족들이 오열하고 있다./5.18기념재단 제공

현장조사는 전일빌딩 등 총 124개 기관과 사건현장을 방문 조사했고, 광주봉쇄작전 전 지역, 옛 전남도청-전일빌딩, 주요 병원, 해남·목포, 함평 등 계엄군의 작전 지역에 대한 1차 조사를 완료했다.

특히 무기 획득 및 광주참상 홍보를 위해 당시 전라남도 26개 시·군 중 진도군과 신안군을 제외한 24개 시·군으로 시위대가 확산됐고, 총 60개소의 무기고에서 무기를 획득해 무장에 이르게 된 사실을 확인했으며 현재 조사하고 있는 사건들과의 관련성을 분석 중이다.

증인조사는 1980년 당시 광주에 투입됐던 2만353명의 계엄군 중 10%에 해당하는 2000명 이상의 유의미한 증언 확보를 계획 중이다.

이미 확보한 약 200여 장·사병들의 유의미한 증언으로 진압 작전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들을 재구성하고, 새로운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발견적(heuristic)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서고 있다.

M60기관총과 M1 소총의 조준경 부착 사격은 1980년 5월 20일 광주역 일원의 총상 사망자들과 1980년 5월 22일 이후 광주교도소 일원에서 발생한 총상 사망자들의 사망원인이 일부 칼빈총 총상으로 분류된 의혹의 진실규명에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고 위원회는 설명했다.

위원회는 탄도학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의 전문기관에 관련 진술 내용을 의뢰해 추가 정밀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다.

광주봉쇄작전 과정에서 발생한 민간인학살은 1980년 6월 11일 미국방정보국(DIA)의 2급 비밀전문에 "광주는 한국판 미라이 사건(My Lai Massacre)"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참혹했다는 다수의 피해자 증언이 있었으며 계엄군들의 추가 증언을 통해 이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위원회는 광주 주남마을과 지원동 일원에서도 기존에 알려진 마이크로버스와 앰뷸런스 피격사건 외에 또 다른 승합차와 앰뷸런스 등 최소 5대의 차량을 피격했다는 증언도 확보했다.

특히 마이크로버스 피격사건은 현장 사망자가 최소 17명이라는 군 기록과 현장에서 수습된 시신은 11구였다는 광주시청 관계자의 증언을 비교한 후 실종된 시신(최소 6구)의 사후처리 과정도 조사할 예정이다.

북한군 침투설과 관련해서는 5·18민주화운동 관련 구속, 송치된 616명의 구속자들 중에 단 한 명도 북한과 연계되어 있다는 공소사실이나 판결 내용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전남도청 지하실에 '8톤 분량의 군사용 TNT가 조립돼 설치되어 있었다'는 주장이 있었으나 군사용 TNT가 아니라 민수용 다이너마이트였던 것으로 폭발력과 폭발 가능성 등에 대해 그동안 알려진 것과 큰 차이가 있어 과학적 검증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 위원장은 "위원회는 국민과 함께하는 조사, 피해자 중심주의, 법률과 국제규범을 준수하는 조사라는 큰 원칙을 실천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5·18진상규명특별법의 목적에 명시한 바와 같이 진실에 기초한 국민통합을 달성하기 위해 가해자와 피해자, 사회공동체가 반목과 갈등, 폄훼와 왜곡을 극복하고 대화합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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