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건 '위기협상가 뒷얘기' 들어본 적 있나요
입력: 2021.05.07 22:11 / 수정: 2021.05.07 22:11
지난해 7월 8일 오전 3시 11분쯤 부산 남구 우암동 우암 2구역 재개발 공사 현장 내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투신 소동을 벌이는 50대 남성 A씨가 위기협상요원 조청현 경감과 대치하고 있다.
지난해 7월 8일 오전 3시 11분쯤 부산 남구 우암동 우암 2구역 재개발 공사 현장 내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투신 소동을 벌이는 50대 남성 A씨가 위기협상요원 조청현 경감과 대치하고 있다.

조청현 경감, "타워크레인 60여m 투신 소동 50대 구조… '동료 자살예방강사' 신청도"

[더팩트ㅣ부산=조탁만 기자] "내가 왜 이렇게 고함을 치면서 여기 있겠습니까!"

상공 50m 높이의 타워크레인에 매달린 위기협상요원이 누군가를 향해 있는 힘껏 소리를 내질렀다.

그는 왜 이렇게 높은 상공에서 목청이 터져라 고함을 지르고 있을까.

사연은 이렇다.

지난해 7월 8일 오전 3시 11분쯤 부산 남구 우암동 우암 2구역 재개발 공사 현장 내 타워크레인에 50대 A씨가 올라가 공사재개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투신 소동을 벌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A씨가 타워크레인에 올라간 높이는 무려 60m 정도다. 60m는 아파트 23층 높이다. 말 그대로 한 사람의 생사가 오갈 수 있는 '일촉즉발' 상황이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 남구청 등 사정 당국은 곧바로 긴급 대처에 나섰으나 A씨의 마음을 돌리는데 한계가 있었다.

경찰은 위기협상팀에 출동 요청을 했다. 위기협상요원 조청현(50) 경감이 투입됐다. 현장에 도착하자 마자 장비를 챙겨 타워크레인을 오르기 시작했다.

조 경감은 "태어나서 처음 타워크레인을 올라가 봤다. 무서웠지만 무조건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일념뿐이었다"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타워크레인을 정신없이 오르다 보니 어느새 50m 지점까지 다다랐다. 그런데 더 이상 올라 갈 수 없었다. A씨가 흥분하며 돌발 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조 경감과 A씨의 사이는 불과 10m. 협상을 위한 대화를 나누기엔 상공을 가르는 바람 소리가 너무 컸다. 엎친데 덮친 격이다. A씨는 술을 마시고 올라 간 상태라 감정이 격했다. 당연히 조 경감과 대화를 거부했다.

조 경감은 목소리를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조 경감은 A씨와 2~3시간 정도 대치했다.

문득 시간을 오래 끌다 자칫 잘못하면 한 사람의 생명이 위험한 상황도 연출될 수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조 경감도 조 경감이지만, A씨 역시 새벽부터 고함을 질러왔고, 이미 체력 또한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시간으로만 따져 봐도 A씨가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매달린 지 7시간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촌각을 다투고 있었다. 조 경감은 "선생님을 살리기 위해 온 것 아닙니까!", "같이 내려갑시다!"며 온 힘을 다해 짧지만 강렬한 말을 쉴 틈 없이 쏟아냈다.

조 경감의 마음이 통한 것일까. 대치한 지 4시간 여 만에 A씨는 담배를 요구했다. 조 경감은 "A씨가 담배를 요구할 때 ‘아 저 사람을 살릴 수 있겠구나’라고 느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후 조 경감은 A씨를 극적으로 회유했다. A씨는 소방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지상으로 내려왔다. 조 경감은 "막상 구조하고 내려오려는 순간 발밑이 아찔하고, 뒷골이 서늘했다"며 머쓱해 했다.

조청현 경감은 앞으로 직장 내 어려운 동료를 돕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려 한다. 그는 "자살 예방에 도움을 받기 위해 죽음학 교육과정도 이수를 했으며, 생명 지킴이 '동료 자살예방강사'를 신청했다"며 "여름에 교육을 받고 나서 남은 10여년의 경찰생활을 동료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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