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토부 차관 출신 세종시장은 누구 편인가?
입력: 2021.05.03 17:54 / 수정: 2021.05.03 17:54
이훈학 기자./더팩트 DB
이훈학 기자./더팩트 DB

[더팩트 | 세종=이훈학 기자] "아파트 공시가격 올라서 세금 폭탄 감당 못 해. 힘들게 모은 돈으로 집 샀는데 다시 팔려고"

2년 전 세종시 소담동에 아파트를 매입해 살고 있는 지인은 최근 이 같이 토로했다. 최근 급등한 공공주택 공시가격이 감당하기 어렵다는 뜻이었다.

최근 정부는 올해 공공주택 공시가격 결정·공시안을 발표했다. 세종의 아파트 공시가격은 전년보다 70.25% 올랐으며, 당초보다 0.43%p 낮아지는데 그쳤다.

공시 초안에 대한 이의 신청은 지난해 275건에서 4095건으로 무려 1389.1% 급증했다. 이의 신청에 대한 조정 건수는 470건(11.5%)으로 전국 평균보다 2배 이상 많았지만, 조정 기대감이 컸던지라 허탈감도 컸다.

세종시 보람동 호려울마을 7단지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달 29일 성명까지 내고 "집을 팔 수도 없는데 세금만 올라 큰 일"이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춘희 세종시장도 아쉬움을 표시하며 시민들의 세 부담 가중 우려를 불식시키는데 나섰다. 이 시장은 지난 달 29일 정례브리핑에서 "세종시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면서도 "세종의 아파트 83%가 공시가격 6억원 이하이기 때문에 대부분 아파트가 재산세 세율 인하 혜택을 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시장의 이 같은 여론 달래기에 얼마나 많은 세종시민이 공감할지는 의문이다.

세종은 '수도 천도론' 등의 영향으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곳이다. 앞으로 6억원 이하 아파트는 줄고 6억원 넘는 아파트 비중은 늘어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구는 점점 사라질 수밖에 없다. 공시가격 인상 속도를 늦추는 방식과 재산세율 자체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공시가격별 공동주택 분포 통계를 보면 2019년 6억~9억원 이하 주택이 162가구에서 올해는 무려 1만7996가구로 늘었다. 이는 세금 폭탄이 줄을 잇게 된다는 의미에 다름없다.

정부가 공공주택 공시가격 초안을 발표했을 때 이춘희 시장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다르게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공공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조사·산정은 국토부의 고유 권한이므로 세종시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국토부와 부동산원에 공시가격 하향 의견서를 제출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오 시장은 이를 뛰어넘는 행보를 보였다. 공시가격 동결을 위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서울시 차원에서 재조사를 모색하고, 국민의힘 중앙당에 부동산 규제 완화와 관련 법률, 조례 개정 등에 힘쓸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처음 참석한 국무회의에서 공시가격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오 시장의 이 같은 행보는 소속 정당을 달리하고 시정에 대한 가치관 등이 다를 수밖에 없어 같은 잣대로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민을 대표하는 시장의 자리는 시민이 절실히 필요한 것을 들어주고 해결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는 자세다. 국토부 차관 출신의 이 시장이 공공주택 공시가격 조정 노력을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세종시민은 어느 때보다 뼈저리게 느낀 한 주였을 것이다.

thefactcc@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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