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청 공공미술 주먹구구식 집행..."내가 왜 여기서 개인전을 봐야하는지"
입력: 2021.05.03 15:40 / 수정: 2021.05.03 15:40
대구 중구 신천으로 연결된 통로에 설치된 작품들/이성덕 기자
대구 중구 신천으로 연결된 통로에 설치된 작품들/이성덕 기자

공공미술 전문가 "예술이기에 이해하려고 하지만 이번엔 범위를 넘어섰다"

[더팩트ㅣ대구=이성덕 기자] '우리동네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코로나19 여파로 예술인들 일자리를 창출하고 작품을 통해 시민들 삶 속에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정부 문화뉴딜 사업의 일환이다.

앞서 지난해 하반기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 초반단계에서 장소 선정부터 시작해 기획방향 설정, 설치까지 수행하는 기간이 짧아 '졸속'으로 집행되는게 아니냐는 문제점이 지적됐다.

3일 현장 취재결과 공공미술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전문지식 부족과 무관심으로 지역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중구는 독특하게 대봉동 김광석길 일원과 수제화거리 2곳에서 사업을 추진했다. 애석하게도 기존엔 김광석 길 벽화를 그리는 사업을 구상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신천으로 이어지는 통로로 사업이 변경됐다.

중구청 관계자는 "기존 장소 선정 경우 홈페이지에서 주민 투표로 결정됐다"면서 "작가들이 제시된 그림 도안이 거리의 색채와 맞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의견과 유족 측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못해 사업 장소가 변경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중구청의 무관심 행정과 공공미술 전문성 부족을 보여준다. 공공미술에서 장소선정은 아주 중요하다. 주변환경을 고려하고 않고 구조적 안전성을 담보하지 않으면 흉물스럽게 변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신천통로 입구에 설치된 작품/이성덕 기자
신천통로 입구에 설치된 작품/이성덕 기자

이 곳에 설치된 작품을 봤느냐는 질문에 박모(57)씨는 "저녁에 운동하러 이 통로를 지나가는데 굳이 서서 볼 생각한 적 없다"며 말했다.

이어 "실질적으로 여기 상권을 살릴 수 있는 아이템을 가지고 왔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김모(25)씨는 "공공의 이익이 될 수 있게 작품을 전시해야하는데 제가 여기서 왜 작가들의 개인전을 감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런 전시는 작가 개인이 이 곳이 아니라 직접 개인전을 열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지적했다.

또 "저는 그림전시를 좋아해서 대구미술관이나 수창동에 있는 전시관을 방문한다"면서 "공공미술한다는 소식을 월간지에서 봤는데 실제로 보니까 실망이 더 크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에서 20년 넘게 공공미술에 몸담고 있는 작가는 "작년 하반기 공공미술 사업이 시작될 때 '먹튀'라는 부분이 거론됐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다"면서 "당시에 사업이 시작하지도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점이 안타까웠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또 "이제 사업이 마무리됐고 평가를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똑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모든 시민들에게 아름답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예의는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미술은 해당 장소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이고 예술성, 안전성 등 고심해야 하는데 신천통로 이 곳은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고 예술이기에 이해할 수 있다는 범위를 벗어났다"고 꼬집었다.

대구 중구청이 주관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의 작품사진/이성덕 기자
대구 중구청이 주관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의 작품사진/이성덕 기자

신천통로가 지역민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 사업을 담당했던 대표는 "이번 사업을 통해 코로나19로 생계가 힘들고 창작활동 기회가 부족한 청년 작가 등 위주로 구성했다"면서 "그런한 분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자 이 장소를 갤러리로 바꾸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분들이 이야기한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받아들이고 갤러리가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중구청과 협의해 나가겠다" 덧붙였다.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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